TV 즐거운 우리집  
 

 

<TV즐거운 우리 집> (98)

 

 

 

         「흰 머리」

 

 

                                    극본 박서림  연출 박경식  조연출 이영희

 

 

 S1, 사무실

        모두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민             (조심스럽게) 괜찮겠어요?

 박             아주 좋아! 수고했어.

 민             고맙습니다.

 부(E)         실례합니다.

        민, 돌아다 보면,

        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모두 적절이 인사를 한다.

 부장          어쩐 일인가?

        하며 일어난다.

        부, 다가가며,

 부             업무에 지장을 주지나 않나?

 부장          별소리를 다하는군. 차 한잔 할까?

 부             아냐 아냐, 쓸데없이 차는 무슨.... 잠깐 얘기하면 되는데 ...

        하며 부장 옆에 앉는다.

 민             차 좀 뽑아 올까요?

 우             잠깐! 내가 갔다 올게.

        하고 재빨리 나간다.

 박             행동 빠르네.

 민             호호.

 부장          근데 무슨 일루?

        부, 다소 심각해지며,

 바             이명재 국장 자네 알지?

 부장          이 국장 알지. 응.얼마 전에 정년 퇴직하신....이 국장에게 무슨 일이라도?

 부             자네 알다시피 얼마나 패기있고 외모도 깔끔한 분이었나?

 부장          두뇌 회전도 빨랐지. 일 처리도 명쾌하고-

 부             근데 지금 그 때의 풍모는 온데 간 데가 없다는 거야.

 부장          그래?

 부             어느 후배가 우연히 만나 뵜는데 ...

 

 S2, 산책길

        새벽 안개 자욱.

        산보 객과 함께 남(후배) 물통을 들고 올라오다가 걸음을 멈춘다.

 남             ?

        선배, 천천히 길을 내려간다.

        머리는 반백이다.

 남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이 국장님 아니십니까?

 선배           ? 누구시더라?

 남             저 몰라보시겠습니까? 저 후배되는 ...

 선배          오, 누군가 했더니 김 계장 아니오?

 남             예. 저 김병석입니다.

        악수를 청하며

 선배          참 오래간만이구먼, 그래 직장 일은 잘 되시구?

 남             예.

 선배          댁에도 모두 무고하시구?

 남             얘, 덕분에요. 근데 국장님은 어떠신지요?

 선배          국장은 무슨....이미 자리를 물러났는데 ...

        남 자세히 살핀다.

 선배          (쓸쓸한 미소) 하하 나 많이 늙어 보이죠?

 남             아, 아 아닙니다. 요즘 건강하시죠?

 선배          응, 건강해요. 어서 가 보시오.

 남             예 그럼 종종 뵙겠습니다.

 선배          응, 어서 가요.

 남             예.

        선배, 쓸쓸히 내려가는 뒷 모습.

 

 S3, 사무실

        각자 차 컵을 들고 있다.

        우가 돌아와 있다.

 부장          음, 흔히 그런 모양이더군.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가 봐.

 부             어때 우리 한번 찾아보지 않겠나?

 부장          송구스럽군. 현직에서 물러났다고 소홀한 게 ...

 부             우리 만나 뵙기로 하세.

 부장          오늘 당장이라도 좋아. 연락이 된다면....

 부             연락은 내가 책임지지.

        부,부장, 일어난다.

 

 S4, 다 방

        부, 기다리고 앉았고 부장 들어온다.

        부, 손들고 부장, 앞에 앉는다.

 부장          연락이 빨랐군.

 부             마침 댁에 계시더라구.

 부장          옛날 그 집이던가?

 부             응.

 부장          잘됐어. 우리 오늘 위로주나 푸집하게 사세.

 부             난 전화까지 걸어뒀어.

 부장          집에?

 부             응, 늦을 거라구

 부장          사람 하하하.

        웃다가

 부             아 오시는군.

        선배, 다방에 들어선다.

        부와 부장,      일어선다.

        부장, 그의 앞에 가서 굽실.

        선배 알아보고 반색.

        부가 있는 곳으로 온다.

        부, 함께 앉는다.

        레지 온다.

        주문한다.

        서로 감회 깊은 듯 바라보다가,

 선배          고맙군. 잊지 않고 찾아 줘서.

 부             별 말씀을요. 이제 사 찾아 뵈서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부장          사과합니다.

 선배          하하 사과는 무슨...

 부             아무리 염량세태라지만  현직에 계실 적에는 자주 찾아 뵙다가 자리를 뜨시고 난 뒤엔 발길을 뚝 끊었으니 . ..

 부장          얼마나 야속하셨습니까?

 선배          하하하 친구들.

 부             이제부터라도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부장          이 친구하고 약속했습니다.

 부             우선 오늘 저녁 대접하겠습니다.

 부장          위로주도 사구요.

 선배          (정색) 위로주?

 부장          네.

 선배           !

 부             선배님, 백발이 성성하시다는 소식 듣고 충격이 컸습니다.

 부장          스트레스가 아니겠습니까? 단시일 내에 그토록 변하셨담 그 심정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배           ....(엄숙해진다)

 부             ?

 부장          ?

        선배, 엄숙한 표정 풀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혼자 끄덕끄덕.

 선배          그래.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게야.

 부.부장      .....

 선배          두루미 꼬리는 본시 검지 않건만 그 깃 때문에 검다고들 오해하기 일쑤니까.

 부             무슨 말씀이십니까?

 선배          마찬가지로 자네들은 나의 이 흰머리 하나 때문에 큰 오해를 하고있군.

 부장          오해라뇨? 선배님.

 선배          어때 우리 이제부터 시골에 좀 갔다 오지 않겠나?

 부             네에?

 선배          시골이라지만 두서너 시간이면 갔다 올 수 있는 거리야. 해도 아직 남아 있겠다 시골 집에서 막걸리나 마시자구. 늦으면 거기서 자고 새벽에 돌아 와도 되고.

 부.부장      선배님.

 선배          내 곧 시골로 이사 갈 거야. 여기서 남은 일 처리가 끝나면.

 부             갑자기 시골에 가셔서 무슨....

 선배          하하 백문이 불여 일견 아닌가? 자 일어나세!

        하고 먼저 일어나서 말릴 틈도 없이 차 값을 계산한다,

        쩔쩔매는 부와 부장.

 선배          자 가자니까.

 

  S5, 농원(관상수)

        각종 관상수가 널려 있는 농원.

        입구도 아름답다.

        차 한대가 도착한다.

        선배.부. 부장. 내린다.

        경이의 눈을 뜨는 두 사람.

 선배          이게 우리 농원이지, 자 들어가세.

        어리둥절하여 뒤를 따른다.

        선배, 농원을 구경시켜 주면서 담담히 설명한다.

 선배(E)      갑자기 시골에 가서 뭘 하겠느냐고 그랬지? 갑자기가 아니지. 이 농원이 일우어진 데는 2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으니까. 내 이 곳에 조그마한 땅을 마련해 이런 관상수 묘목을 심기 시작한 것이 내 나이 30 때 일이야. 물론 처음엔 취미에서였지. 하잘것없는 땅에 볼품없는 묘목 심어 놓고 주말마다 찾아와서는 애지중지 풀을 뽑고 약주고 거름 주는 것을 보고는 주변에선 웃었지. 저 사람 무슨 소두를 보려고 저 짓을 하고 있나, 남들은 낚시다 등산이다 혹은 테니스다 골프다 하고 고급 취미를 즐기던데 하필이면 농사꾼처럼 손에 흙 묻히고 땀을 흘리고 있담. 근에 어쩐지 난 국민학교 다닐 때 담임선생과 함께 나무가꾸기 실습할 때의 그 향수를 달랠 길이 없었어. 그래 땀을 흘려도 싫지가 않았지.

        조그마한 돌탑 (혹은 기념이 될 만한) 앞에 멈춘다.

 선배          물론 나 혼자 힘으로 이게 다 이루어졌다면 거짓말이지.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함께 보살펴 주시지 않았음 어림도 없는 일이었으니까.

        다시 걷기 시작.

 선배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잘것없는 출발이 20년 동안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이만한 결실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야. 땅은 그리고 나무는 그만큼 정직했다는 얘기지.

 부,부장      .....

        그들, 파라솔(적당한 휴게시설) 밑에 앉는다.

        선배,미소지으며,

 선배          이제 내 흰머리의 사연을 얘기할 차례군.

 부.부장      ....

 선배          이 머리도 마찬가지야. 이 머리도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반백이 된 것은 아냐. 내가 기억하기로 30대 때부터 새치는 돋기 시작했었지.

 부장          허지만 현직에 계실 땐...

 선배          물론 그 땐 나타나지 않았지. 염색을 했으니까.

 부.부장       ......

 선배          내가 머리에 염색을 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지. 공직에 있으면서 흰머리나 보이면 그만큼 단정하지 못하니 고객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것이니 흰 머리를 감춰야 했고, 한가지는.... 

                 노부모님 앞에 자식된 도리로 조금이라도 늙은 꼴을 부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 (미소)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부담에서 놓여 난 상태가 아닌가?

        머리는 시원스리 쓰다듬는다.

 부.부장      ......

 선배          자네들 걱정해준 그 충정은 두고두고 잊지 않겠네 만 걱정 말게, 난 아직 힘이 있어. 이 넓은 농원에서 난 백발 휘날리며 이모작(二毛作) 인생을 시작하려는 거야.

 부             !

 부장          !

 

 S6, 거실 (이튿날 아침)

        식구들 모두 차들을 마시고 있다.

 할아          그래 흔히 우린 두루미 꼬리가 검다고만 생각하지.

 고모          두루미 꼬리 검잖아요.

 할아          (고개 젓는다)

 상희          검은데?

 할아          검은 건 날개 깃 끝부분이지. 꼬리가 아니에요.

 상희          그럼 꼬리는 하얗구요?

 할아          응. 검은 깃의 끝부분이 꼬리 쪽에 모이니까 꼬리로 보일 뿐이지.

 상희          대공원 가면 자세히 봐야지.

 할아          그래.

 할머          아무튼 선배라는 분 천만 다행이로구나.

 부             네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할아          세월이 갈수록 평균수명이 자꾸 길어진다고 하잖아. 한가지 외곬으로 살기엔 수명이 너무 길어졌어요. 다모작 인생을 살아야지. 농부들이 한 땅에서 여러 가지 작물을 지어내듯이...

 부             (끄덕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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