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즐거운 우리집  
 

 

<TV즐거운 우리 집>  (138)

 

 

 

         「이상한 할아버지」

 

 

                                                           극본 박서림 연출 박경식  조연출 전성홍

 

 S1, 골 목

        준이, 휴대용 녹음기를 어깨에 메고 마이크를 손에 든 채 상희 네 집에 온다.

 준이          상희 누나 상희 누나 있어?

 

 S2, 상의 내 뜰

        상희, 현관으로 나오며,

 상희          들어와, 열려 있어.

        준이 들어온다. 좀 우쭐댄다. 의자에 앉는다.

 상희          얘, 너 그거 어디서 났니?

 준이          외삼촌이 빌려 줬어.

        스위치 누르고,

 준이          훅훅 마이크 시험 중, 마이크 시험 중,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리와인드 시킨다.

        다시 누른다.

        재생되어 나온다.

 상희          너 나한테 자랑하러 가지고 왔구나?

 준이          아냐. 자랑할게 없어서 이런걸 가지고 자랑한담?

 상희          그럼 왜?

 준이          방학숙제 때문에 가지고 왔단 말야.

 상희          방학숙제? 뭐 녹음해 오라는 숙제가 다 있단 말야?

 준이          녹음해 오라는 게 아니구, 아무한테서도 좋으니까 아주 근사한 옛날 얘기나 무슨 교훈이 될만한 얘기를 들어서 그것을 베껴 오라는 숙제란 말야.

 상희          아 얘기를 들어서 베끼구 감상을 적는 거?

 준이          감상은 필요 없으시대. 감상까지 적으라면 싫증부터 날 테니까 얘기만 그냥 베껴 오라고 그러셨어.

 상희          느네 선생님 참 이해심 깊으시구나?

 준이          응, 예쁘구 히히.

 상희          애두, 근데 얘기를 들어서 베끼면 되지 녹음기는 왜 들고 나서는 거니?

 준이          나 머리 나빠서 잘 까먹는 거 상희 누나도 알잖아.

 상희          응 그래서 누구한테 얘기 들으려고 우리 집에 온 거니?

 준이          상희 누난 알고 있는 얘기 없지?

 상희          응. 녹음기에 녹음할 만큼 근사한 예기는 없어.

 준이          그럼 할 수없지 뭐, 용감하게 할아버지께 부탁 드려야지.

 상희          지금 마침 할아버지 계신데 말씀 드릴래?

 준이          좋아 말씀 드릴게.

        들어간다.

 

 S3, 새댁 네 응접실

        박, 책을 읽고 있는데,

        새댁,   급히 들어오며,

 새댁          여보 여보, 어서 나와 보세요. 어서요.

 박             아니 왜 그래. 남 열심히 책 읽고 있는데,

 새댁          눈도 피곤할 텐데 읽는 것보다 듣는 게 낫지 않겠수?

 박             뭐? 들어?

 새댁          네 옆집 할아버지께서 아주 이상한 할아버지 얘기를 하신다지 뭐유?

 박             뭐? 이상한 할아버지?

 새댁          네, 방금 그 집을 넘겨다봤더니 할아버지께서 준이 보고 그러시잖우, 이상한 할아버지 얘기를 하시겠다구.

        박, 손으로 돈 사람 표시하며,

 박             이렇게 된 할아버지?

        새댁, 양손을 써서,

 새댁          이렇게 됐는지 저렇게 됐는지 건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상한 할아버지 얘기라 잖우?

  박            그냥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이 이 이상한?

 새댁          응.

 박             그럼 가 봐야지, 가 봐야 하구 말구.

        둘이서 나간다.

 

 S4, 상희 네 뜰

        할아,할머, 나란히 앉았고,

        고모,상희, 준이, 그 앞에 나란히 앉아 있다.

        부,모는 조금 떨어져서서 있다.

        잠시 후, 적절한 시기에 박과 새댁, 곁에 온다.

        할아, 마이크를 들고

 할아          어험, 어험.

 할머          어험,어험은 왜 자꾸 하세요?

 할아          자꾸 목이 거북해서,  

 준이          할아버지. (재촉하는)

        할아, 알았다는 표정.

 할아          에헴, 옛날 그러니까 우리 나라가 해방이 됐던 해의 일이지요.

 상,준         네.

 할아          어느 동네에 할아버지 한 분이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아주 이 이상한 버릇이 있더래요.

 상희          이상한 버릇이요?

 할아          응.

 준이          어떤 버릇이요?

 할아          그저 말끝마다 고맙기도 해라. 찬으로 다행이구먼. 아이구 고마운 일도 다 있지. 아유 고맙소, 참으로 고맙소.

 상,준         네?

 할아          그저 무슨 일이 있든 이런 식으로 중얼거리더라는 거야.

 상희          무슨 일이든지 덮어 놓구요?

 할아          응. 누가 잘해 주거나 고맙게 대해줄 때는 말할 것도 없구 자기한테 해로운 일을 했는데두 고마워라, 고맙기도 해라 하구 감사를 했대요.

 상희          자기한테 잘못했는데두요?

 할아          응.

 준이          에이 화가 나고 미웠을 텐데. (흉내) 고마워라. 고맙기도 해라, 이랬다는 거예요?

 할아          응.

        모두 흥미를 느낀다.

 할아          심지어 하루는 이 할아버지가 유리 그릇을 들고 길을 가는데 ,

 

 S5, 길

        노인, 유리그릇을 안고 천천히 위태롭게 걸어간다.

        청년, 느닷없이 뛰어오다 노인과 부딪친다.

 노인         앗.

        엉겁결에 그릇을 떨어뜨리고 비틀거린다.

        그릇은 박살이 났지만 노인이 쓰러지지는 않는다.

        청년, 당황하며

 청년          아유 죄송합니다.

        그릇조각을 줍는데

        노인, 함께 쪼굴시고  앉아 조각을 주우며 히죽이 웃는다.

 노인          고맙기도 하지. 고맙기도 해.

 청년          ? 할아버지 고맙다뇨?

 노인          아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오?

 청년          뭐가 다행스럽습니까? 그릇이 깨졌는데요.

 노인          이까짓 그릇이야 다시 사면 되지만 만일 젊은이허구 내가 좀더 세게 부딪쳐서 내가 넘어지기라도 했어 봐요. 그러다 허리라도 다쳤으면 그런 낭패가 어디 있누? 그러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오? 허허 안 그래, 젊은이?

 

 S6, 상희 네 뜰

        모두 적절한 반응.

 부             모든 것을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본 거군요?

 고모          그 치만 건 사소한 일이니까 그렇지 진짜 큰 피해를 입어도 그럴 수 있었을까요?

        할아, 무심히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할아          헌데 천만에.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대요.

 고모          ?

 할아          한밤중에 괴한이 담을 뛰어넘어 와선 방문을 슬며시 열었다는 게야.

 상,준         !

 

 S7. 노인 방

        방으로 들어서는 발.

        노인, 잠들어 있다.

        괴한의 발, 움직인다.

        노인, 뒤척인다.

        뚝 멈춘다.

        노인, 조용히 잠든다.

        발, 움직인다.

        농을 연다.

        서랍을 열고 뭔가 물건을 훔친다.

        노인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S8, 상희네 뜰

 준이          그래서요. 할아버지께선요?

 할아          그러자 할아버지께선는

 

 S9, 대문 앞

 노인          고맙기도 해라. 참 다행이지 뭐야.

        길에 있던 아낙들 놀란다.

 아낙1         아니 할아버지 고맙다뇨? 뭐가 다행이라는 말씀이세요?

 노인          그 도둑이 마음이 순했기 망정이지 흉악했어 봐요, 물건만 훔치니 않고 나까지 해쳤을 것이 아닌가? 그러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냐 말야.

 아낙2        불행 중 다행인 줄은 압니다만  고맙다는 건 무슨 말씀이신지요?

 노인          훔쳐 가도 내 나라 사람이 훔쳐 갔구, 내 재산이 없어졌어도 내 나라 재산인 건 마찬가진데 뭐가 아까울 것이 있소? 그게 고마운 거요.

        아낙들 숙연해진다.

 

 S10, 상희 네 뜰

        모두 숙연해진다.

 부             나라 밖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뼈아프게 느끼셨던 모양이군요.

 할아          어떻든 모든 일을 감사하면서 살았는데, 몇 년 후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 때도 참으로 다행이군. 고마운 일도 다 있지. 했대나?

 할머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이랬겠구려?

 할아          응.

        모두 잔잔히 웃고,

 할아          이렇듯 이 할아버지는 오로지 일념으로다 모든 일을 착한 마음으로 대하구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하니 주변에서 어떻게 대했을 거야?

 상.준         ....

 할아          처음엔 저 늙은이 이상한 늙은이다. 쓸게 빠진 늙은이군, 약간 어떻게 된 노인 아냐? 했지만은 마침내 그 분을 존경하고 위하게 되었더래요.

 상.준         네.

 할아          그래 이 어른이 연세가 높아서 돌아가시게 됐는데...

 

  S11, 노인의 방

        가족들 적절히 둘러앉아 있다.

        노인, 눈물이 글썽해진다.

        손을 내민다.

        노파, 그의 손을 잡아 준다.

 노인          참으로 고마운 일이오. 황야를 헤맬 때 어찌 이 따뜻한 방에 이부자리를 깔고 임종하리라 생각인들 했으며, .. 내 나라 땅 향기로운 흙에 묻히기를 바랐겠소?

 노파          ....

 노인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노파, 눈물 글썽 손을 꼭 잡아 준다.

 

 S12, 상희 네 뜰

        할아, 준이를 지켜본다.

 준이          ....

 할아          어때 준아. 어쩐지 이상한 얘기여서 마음에 안 들지 않냐?'

 준이          아뇨. 마음에 들어요. 제 친구 중에 아무도 이런 얘기 못 들었을 거예요.

        하고 마이크를 보고 혼자 당황.

        할아, 비로소 깨닫고 마이크를 황급히 집어 든다.

 할아          아이쿠, 내 이 정신, 내가 그만 얘기에 열중하다 마이크를 밑에 놓았었구나.

 고모          그래도 녹음됐을 거예요. 성능이 좋아서.

 준이          녹음 안돼도 상관없어요. 제가 다 기억하고 있는 걸요.

 할아          ?

 상희          기억한다구? 다?

 준이          문제없어. 까먹을 수가 없는걸.

 할아할머    .....

 박             준아. 잊어 먹었거든 나한테 와. 내가 다 얘기해줄게.

 부             나한테 와도 좋다.

 모             기억 못할 사람 하나도 없을 거예요.

 할머          아이구. 고맙기도 해라, 이렇게 다행스러울 데가 없네요.

 할아          뉘 아닌가베.

        모두 유쾌히 웃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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