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즐거운 우리집  
 

 

 ※ TV<즐거운 우리 집>은 85년 11월부터 86년 10월까지 1년 동안 200회가까이 KBS TV로  나간 프로입니다.

 라디오 <즐거운 우리 집>이 행복한 서민가정을 그리면서 건전한 사회를 이룩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을 들으면서 장수프로로 성공하자 TV에도 같은 이름으로 내보내게 된 것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의 사회상과  비교한다면 그 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급변했는가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의 기본윤리는 시대를 초월하고 정권과 체제보다 윗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간 날의 우리 생활상을 되돌아보며 향수를 느껴 보시기를..

 

<TV즐거운 우리 집> (1)

 

 

         「오프닝」

 

 

                                                       극본 박서림   연출 박경식

 

 

     나오는 사람들

 

 할아버지.........백일섭             새댁...............박준금

 할머니............여운계             진부장............박규식

 부...................연규진            우군................김두섭

 모...................지미옥             여직원 (민양).....희윤

 고모................예명숙             미애..............안문숙

 상회 ...............이수인             고약사...........김영철

 박군(감독).......정한용

 

 S1, 마을

        뒷동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 전경.

        갖가지 색깔의 지붕과 베란다가 아름답다.

        뒤돌아보면 꽤 넓은 들이 내려다 보이고, 먼 농촌마을이 멀리

        보인다.

        발 밑에 산책로가 마을 쪽으로 이어져 있다.

 

 S2, 산책 길

        할아버지, 산책에서 돌아오고 있다.

        문득. 발을 멈춘다.

        발아래 담배 꽁초가 하나 떨어져 있다.

        그것을 주워 필터를 빼고 담배가루를 땅에 뿌린다. 담배를

        만 종이도 손가락으로 비벼서 버린다.

        필터만 손에 들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S3, 약방 앞

        고 약사, 막 덧문을 열고 있다.

        할아, 그 앞으로 다가와서 쓰리기 통에 필터를 버리고,

 

 할아          어험.

 고             (조아리며)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어르신네.

 할아          부지런하구면...근데 소문은 사실인가?

 고             아니 무슨...

 할아          약수터에서 그러던데 ,차를 사겠다구?

 고             아, 예. 그 얘기시군요?

 할아          사실이야?

 고             헤헤. 네 그 정도 여유는 생겼거든요. 두고 보십쇼. 제가 차를 들여 놓으면요 맨 먼저 어르신네 내외분을 모시겠습니다. 그름은요,  관광도 모시고 가구요, 어디든지 용건이 있으시면

                  ......(하다가 입을 다문다)

        할아버지, 표정이 굳어 있다.

 고             .......

        할아, 돌아서 가 버린다.

        고약사, 안색이 변한다.

 

 S4, 상희네 집 뜰과 장독

        할머니, 장독에서 열심히 장독을 닦고 있다.

        따로 내놓은 빈 독 한 서너 개.

        모(상희 어머니) 뜰에서 막 피어나고 있는 국화 분을 다듬고 있다.

 할머니       (따로 내놓은 독을 가리키며) 이게 김장 때 묻을 독이다.

 모             예 어머님.

 할머니       많이 담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애 올핸...

 모             그럼요,  겨울에도 야채가 얼마든지 나오는데요.

        모, 국화 분을 들고 할아버지 방 쪽으로.

 

 S5, 할아버지 방 앞.

        모, 국화 분을 들고 와 보기 좋은 곳을 골라 놓는다.

        흐뭇한 표정으로 꽃과 할아버지 방을 번갈아 본다.

 

 S6, 할아버지 방.

        큰 벼루에 먹을 갈고 있다.

        상희다. 진지하다.

        할아버지, 화선지를 고르고,

        붓을 든다.

 할아          어디.

 상희          (손을 멈춘다)

 할아          잘 갈았구나.

 상희          (약간 기쁜 미소)

        먹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할아, 붓에다 먹을 담뿍 묻히고 화선지에 힘차게 써 내려간다.

        이윽고 들어 보이는 글씨는 貧而樂, 富而好禮.

 

 S7.새댁의 방

        새댁, 전화 다이얼을 돌린다.

 

 S8, 사무실

 (E)  전화벨이 울린다.

        민양(여직원) 전화 받는다.

 민             네 성우광곱니다. 아 안녕하세요? 네 게세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박에게 수화기 들어 보이며) 박 선생님.

 박             나? (와서 두리번 눈치 보고) 여보세요?

 

 S9, 새댁의 방

 새댁          나예요.

 

 S10, 사무실

 박             웬 일야?

 새댁(E)     늦을 거야?

 박             아직 몰라.

 새댁(E)     나 좀 도와 줘!

 박             ... 무슨 일 있어?

 

 S11, 새댁의 방

 새댁         오늘 집안 청소 좀 했더니 배가 등에 붙었지 뭐야?

 

 S12, 사무실

 박             (소리 더 낮춰) 별...배고프면 먹음 될 거 아냐? 쌀 떨어졌어?

 새댁(E)     혼자 싫단 말야. 을씨년스럽게 어떻게! 응? (응석) 자기이!

 박             (눈치 보며) 알았어. 글쎄 알았다니까!  

        하고 수회기 놓고 제 자리에 앉자.

        지켜보고 있던 진 부장, 혼자 미소,

        우군, 눈꼴 시다는 듯,

 우             딱 잡혔구나, 아내 무섬장이 틀이.

 박             어째?

 민             아내 무섬장이가 뭔데요?

 우             공처가!

 민             어머 호호호.

 

 S13, 거리

        퇴근시간이다.

        인파 속의 박, 부지런히 걷고 있다.

        저 만치 앞을 보니 부(상희 아버지) 의 모습이 보인다.

        사람을 헤치며 쫓아간다.

        이윽고 합류.

        함께 지하철역으로 .

 

 S14, 지하철 역

        두 사람 계단을 내려온다. 상가를 지나간다.

 

 S15, 스낵코너

 (E)   지하철역 주변의 소음

        손미애, 손님 1. 2를 대접하고 있다가  얼굴을 들고 반색.

        박, 저 만치 손을 흔들며 지나가고 있다.

 

 S16, 매표소

        부와 박, 표를 사가지고 안으로.

 

 S17, 역구내

        차가 들어온다.

        승객들이 오르내린다.

        부와 박, 탄다.

        전철 떠난다.

 

 S18, 교외

        전철이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석양 빛이 아름답다.

 

 S19, 약방

        부와 박, 약국 앞으로 다가온다.

        무심히 지나치려던 박, 깜짝 놀라며 약방 안을 쳐다본다.

        고모, 고 약사 대신 진열장 앞에 흡사 약사인양 서 있다.

        부도 그녀를 발견하고,

 부             아니 너 어떻게 된 일이냐?

 고모          나도 모르겠어요, 오빠.

  박            미나씨 언제 약사 되셨우?

 고모          아버지가 보내셔서 왔어요. 고 약사 들여보내고 지키고 있으라구요.

 부             아니 그럼 고 약사는 지금....

 고모          우리 집에 있어요.

        부와 박, 마주 본다.

  

 S20, 할아버지 방

        고약사, 무릎을 세워고 할아버지가 쓴 휘호를 받들고 있다.

        불빛에 貧而樂 富而好禮. 7글자가 더욱 뚜렷하다.

        할머니, 할아 곁에 조용히 앉아 있다.

        할아, 엄한 속에서도 인자하게,

 할아          내려 놔.

        고, 소중하게 방바닥에 내려놓고 정좌한다.

 할아          무슨 뜻인지 알겠지?

 고             확실히는 ...

        할아, 한 순간 지켜보고 문갑 위에서 종이 한 장을 고 약사에게

        건네 주며.

 할아          읽어 봐.

 고             (펼쳐서 읽는다) 자공(子貢)이 가로되,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아니하고, 부자이면서도 교만하지 않다면 어떻겠습니까?" 공자님 대답해 가라사대 " 좋은 일이로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도(道)를 즐길 줄 알고, 잘 살면서도 예(禮)를 좋아하느니만 못하느니라.(종이를 내리고 할아버지를 올려다 본다)   

 할아          내가 자네를 처음 만났을 때 자넨 매우 가난했으나 씩씩한 소년이었지. 그리고 지금은 부자 소리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살림이 튼튼해.

 할머          (고개 끄덕)   

 할아          근데 마음자세는 어때? 제대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나.

 할머          아유, 고 약사야 얼마나 부지런해요? 동네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데...

 할아          그것으론 부족해.

 할머          부족하다뇨?

 할아          더구나 자네에게는 이 곳이 타지가 아닌가?

 고             ......

 할아          세상이 발달하고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다 보니 우리 모두 옛날같은 찌든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지.

 할머          (나직이) 그럼요.

 할아          그러다 보니 상대적 빈곤이라는 게 문제가 됐어.

 고             .....

 할아          못산다지만 옛날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니건만 남이 잘사는 걸 보게 되면 시기도 나고 질투도 나고.

 할머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으루요?

 할아          한편으로 전엔 못살았던 사람이 오늘와서 잘살게 되니까, 오냐 나도 한번 뽑 내보자. 남 보란 듯이 잘 사는 티를 내서 가난했던 한을 한껏 풀어 보자 이런 생각을 갖게도 되고...

 할머          그래서 철없는  사람들이 돈을 물 쓰듯 하잖아요.

 할아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이 말씀을 가르쳐 주고 싶은 거야.

 고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네! 차는 그만두겠습니다.

 할아          약방만 지키는데 무슨 차가 필요해.

 

 S21, 할아버지 방 앞

        부와 모,  듣고 있다가 흐뭇하게  미소짓는다.  

        

 S22, 새댁의 방

        새댁,박의 저고리를 받는다.

        박, 넥타이를 풀며

 박             별일 없었어? 내가 나가 있는 동안?

 새댁          있어도 되게 큰일이 있었어.

 박             아니 뭐? 되게 큰일?

 새댁          (씩 웃으며) 일 났다구요.

 박             아니 일 났다면서 웃는 건 또 뭐야?

 새댁          진짜 고민이라니까.(정색이다)

 박             아니 무슨 일이 있었는데?

 새댁          아까 낮에 옆집에 잠깐 들렀었는데,

 박             응.

 새댁          마침 할아버지가 계셔서 날 부르시겠지?

 박             이크. 왜?

 새댁          나도 은근히 캥겼었는데...

 

 S23, 할아버지 방

        할아, 할머, 나란히 앉아 있고,

        그 앞에 새댁. 긴장해서 앉아 있는데,

 할아          내 평소에 마음에 좀 걸리는 게 있어서 이 기회에 말해 두겠는데.

 새댁          네 할아버님.

 할아          새댁이 남편보고 자기자기 하는 거..

 새댁          ?

 할아          이랬지 저랬지 하는 것도 그렇구 ...

 세덱          !

 할아          그것 좀 딴 말로 고칠 수 없을까?

 할머          (감싸 준다) 원 별걸 다 가지고 그러세요? 새댁허구 박 감독허구 자기자기 하니까 아기자기해서 좋던데요. 뭐.

 할아          애인 사이면 몰라도 이젠 엄연한 부부 사인데 그런 장난기 있는 호칭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어?

 할머          그래두 원, 서양식으루 유 유 하는 것 보다야 백번 낫습디다.

 모두          (가볍게 웃는다)

 할머          그럼 어떻게 부르는 게 좋다는 얘기예요?

 할아          아, 수수하게 여보 당신 좋잖아.

 할머          근데 왜 영감은 여보 당신 하지 않고 임자임자 하세요?

 할아          그야 늘그막에 여보 당신 하기가 쑥스러워서 그렇지.

 할머          새댁도 신혼 초라 쑥스러워서 그러는 거라구요.

 할아          (미소) 임자 말을 내 알아듣겠는데 쑥스럽다고 언제까지나 자기자기로 버틸 수는 없지 않겠어?

 새댁          노력하겠습니다.

 할아할머    (고개 끄덕끄덕)    

                

 S24, 새댁의 방

        박, 넥타이 풀어 손에 들고 재미있다는 듯,

 박             응. 그래. 당연히 여보 라고 불어야지, 그럼 당장 불러 봐!

 새댁          뭐라구?

 박             지금 당장 불러 보라니까.

 새댁          아이 쑥스러워서 어떻게?

 박             어허! 쑥스러워도 불러야지.  언제까지나 애들처럼 자기자기 할 거야?

 새댁          응? (눈 흘긴다)

 박             부르지 않음 나 밥 안 먹는다!

 새댁          뭐라구?

 박             나 입맛 없다고 걱정했었지? 여보 소리 안 하면 나 밥 안 먹을 거야!

 새댁          기가 막혀서!

 박             자, 불러 봐! 어려울 거 뭐 있어?

 새댁          좋아! 못할 거 없지 뭐!

 박             그럼.

 새댁          (눈 딱 감고 부끄러움을 누르고 있다가) 여보...

 박             됐어! 됐다구요. 하하하하

        하며 박수 친다.

        새댁, 부끄러워 박의 품에 안긴다.

 

 S25, 안방

        부, 모 편안하게 TV를 보고 있다.

        모, 남편의 어깨 위에서 흘러내린 쉐터를 끌어올려 준다.

 

 S26.  골목 외등 (밤)

        찬 바람에 낙엽이 굴러간다.

 

 S27, 새댁의 방 (밤)

        박, 혼자 TV를 보고 있다. 재미있는지,

 박             히히히.  

        새댁, 급히 들어오며 몸을 부르르 떤다.

        남편의 등에 붙으며,

 새댁          아유 춰!

 박             어 왜 이래? (말리지 않는다)

 새댁          쌀쌀해졌단 말예요.

 박             (TV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그럼 불을 더 넣어.

        새댁, 반사적으로 방을 더듬어 본다. 찌푸린다.

 새댁          어? 왜 이렇게 미지근하지?

 박             (말로만) 꺼졌나 보지. 어서 가 봐 연탄...

 새댁          아이 귀찮어!

 박             <TV그대로 보며) 어서 갈고 오라니까.

 새댁          (응석) 대신 나가 줄 수 없우?

 박             (비로소 돌아본다)

 새댁          (떼 쓰듯) 부탁해요, 나 썬뜻썬뜻해서 그래.

        INSERT

 우              딱 잡혔구나! 아내 무섬장이 틀이

 새댁          응? 여보.

 박             (아내의 손을 조용히 푼다)

 새댁          ?

 박             자기가 해 그런 일은!

 새댁          !

 박             (타 이르듯 그러나 냉랭하게) 남자 할 일이 따로 있구, 여자 할 일이 따로 있다구. 남자를 남자답게 만드느냐 졸장부로 만드느냐 그건 전적으로 여자의 손에 달려 있다 이거야.

 새댁          말 다했어?

 박             내 말이 틀렸어?

 새댁           ......

 박             (좀  캥기지만 내친 걸음이다) 왜 쳐다봐?

        새댁, 분해서 뿌루루 나간다.

 박             (꺼림칙해서) 체, 신나게 보고 있는데...

 

 S29, 새댁 네 뜰

        찬바람이 지나간다.

        새댁 연탄을 들고 나왔다가 들어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S29, 약방 (아침)

        고 약사, 덧문을 열고 있는데,

        박, 헐레벌떡 뛰어와서,

 박             앗, 고 약사 마침 나와 있군요?

 고             오, 박형.

 박             부탁합시다, 5초 내로 좀 지어 주슈!

 고             아니 밑도 끝도 없이 ...

 박             아 뻔하지 않소? 새벽같이 약방 찾아왔음!

 고             아니 그럼?

 박             쩔쩔 끓고 있단 말입니다.

 고             그래요? (하고 박의 이마에 손을 대려하자)

 박             누가 나랍니까?

        고 약사 멍해진다.

 

 S30, 새댁의 방

        새댁,누워 있다.

        이마에 물수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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