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즐거운 우리집> (89/4/29 최종회)

 

 

        「돌고 도는 것」

 

 

 (M)            B.G

 ANN            _

 (M)            OUT

 여             어머,저게 누구세요? 아저씨 아니세요?

 어머          어머 저이가 그새 돌아왔네.

 여             앗 근데 왜 댁으로 들어가지 않으시구 곧장 과장님댁으로 들어가시죠?

 어머          응 정말.

 여             저기 준이가 오네요. 준이가 아빠 봤잖아요?

 어머          네. 이이가 준이한테 뭐라고 말하는 것 같잖아요?

 준이          (오며) 아 엄마, 아줌마 안녕하세요?

 여             그래.

 어머          너 방금 아빠 만났지?

 준이          네 방금 상희 누나네 집에 들어가셨어요.

 어머          왜 상희네 집에 들어가셨니? 집으로 들어가지 않으시구?

 준이          아저씨하고 잠깐 상의하실 일이 있다던데요.

 어머          상의하실 일이라니? 무슨 일을?

 준이          모르겠어요. 곧 돌아오시겠다고 그러셨어요.

 어머          아이참 무슨 꿍꿍이속이람?

 (M)            -

 아버          다름이 아닙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어느 한적한 골목길에 접어들지 않았겠어요?

 부             한적한 골목길?

 아버          네 근데 글쎄 거기 아주 젊은 친구가 사주책을 펴 놓고 앉아 있는 겁니다.

 부             뭐? 사주책?

 아버          왜 있잖습니까? 책에 그림도 그려져 있구,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따위 잔뜩 써놓은 것들요.

 모             신수보는 사람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버          네.

 부             아니 그래서 자네가 그걸 기웃거렸단 말야?

 아버          상대가 너무도 새파랗게 젊었거든요.

 부             보통 꾀죄죄한 노인이기 일쑨데 젊은이라 호기시심이 당기더라?

 아버          네.

 모             요즘은 대학가에는 역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이 심신치 않게 있다더니 정말이었던 모양이죠?

 아버          네.

 할머          아니 그래서? 그 사람한테 물어보기라도 했다는 게야?

 아버          예. 어쩐지 물어보고 싶어지지 뭡니까?

 부             친구, 물어보긴 뭘 물어봐? 그새 준이 배필감을 고르느라 궁합이라도 봤다는 거야?

 모             당신두.

 부             아니면 물어볼 게 뭐 있느냐구.

 할아          뭘 물어봤는데?   

 아             제가  그 앞을 지나가려니까 이 친구가 그러지 뭡니까? 주말신수라도 보시죠.

 부             뭐? 주말 신수라도 보시죠?

 아버          네 그 말이 솔깃해지지 뭡니까?

 부             그래서 물어봤어?

 아버          네 얼마면 볼 수 있소? 했더니, 천 원만 내십쇼, 이러는 겁니다.

 부             천 원만.

 아버          네 비싸지도 않구나 싶어서 그럼 어서 봐 주시오 했더니요.

 부             봐 주시오, 했더니?

 아버          제 생년월일허구 제처 생년월일허구 묻는 겁니다.

 부             허허 저런 가르쳐 줬나?

 아버          한참 기억을 더듬어서 가까스로 댔죠.

 부             한참 기억을 더듬었다는 건 또 뭐야?

 아버          제 생일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만 준이엄마 나이허구 생일은 가물가물했거든요.

 부             잘한다.

 할머,모     (킬킬)

 할머          그래서 봤더니 뭐래?

 아버          잠시 손가락을 짚어 보더니 불쑥 한마디 내뱉더군요.

 부             뭐라구?

 아버          부인 길이요, 장부 흉이로다.

 부             뭐야? 부인 길이요, 장부 뭐?

 아버          부인 길이요, 장부 흉이라는 겁니다.

 부             무슨 뜻인데.

 아버          저도 어리둥절해서 무슨 뜻이냐니까요, 글자 그대로 부인께서는 길하시고 선생께서 흉하시다는 거지 뭡니까? 이번 주말 어디 나가지 마시고 댁에서 조용히 계십시오. 만약 혼자 나가시게 되면 부인도 흉이요 장부도 흉이 될 것입니다. 글쎄 이러질  않겠습니까?

 부             뭐야? 부인은 길하고 자네는 흉하다?

 아버          네 그런 데도 제가 나가게 되면 부인도 훙이요 저도 흉하다는 거예요.

 부             하하 친구 꼼짝 못하게 됐군.

 아버          꼼짝 안 하는 것은 저도 이번 주말 피곤해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요, 집에 있어도 흉하다니 그게 꺼림칙하지 뭡니까?

 부             일 났군, 일 났어.하하하.

 모             아이 참 왜 웃고 그래요?

 부             아 그럼 길거리 엉터리 점쟁이 말에 근심이라도 해야 한단 말야?

 할머          거 왜 쓸데없는 짓은 해 가지고 근심을 샀을까? 돈 천 원이면 딸기를 사도 꽤 될 텐데.

 아버          (울상) 그러게나 말입니다.

 (M)            -

 할아          아니 뭐? 그래 우울해서 집안에 처박혀 있다구?

 할머          네 어쩐지 꺼림칙해서 바깥 출입을 하고 싶지가 않다지 뭐예요.

 고모          그럼 아줌마도 걱정이 되시겠네요?

 모             걱정이 돼서 무슨 수 없겠느냐고 물어오는데 대답을 할 수가 있어야죠.

 상희          준이도 은근히 걱정인가 봐요.

 상수          준이까지?

 상희          응.

 모             그럴 수 밖에 더 있어? 어른들이 시무룩해 계신데.

 할아          허허 별걸 다 가지구 허허허.

 할머          아니 님의 일이라고 그냥 웃고 넘기실 거예요?

 할아          웃고 넘기지 그럼 울까?

 할머          그러지 마시고 안심이라도 시키시구랴. 영감 말이라면 무슨 말이라도 믿을 사람들인데-

 고모          네 정말 아버지가 한 말씀 해 주세요.

 할아          한마디 하고 말고가 어디있어? 그 점쟁이 말이 백번  옳은데 뭘.

 모두          네에?

 할아          점은 아주 잘 친 점이에요.

 할머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할아          왜? 그 말 듣고 실없이 무슨 점은 쳤느냐 점을 믿는 자체가 틀렸지. 그걸 믿고 근심을 하고 있다니, 이제라도 그 따위 싹 잊어버리고 유쾌하게 보내도록 해라. 이렇게 말하기라도 할 줄 알았어?

 할머          당연히 그렇게 말씀하셔야 하는 거 아녜요?

 할아          사람의 심리란 아무리 엉터리 박수무당이 친 점이라도 한번 괘가 나오면 그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거라고 난 생각해. 그러니 이왕 점친 거 왜 쳤느냐 나루랬댔자 소용없는 일이구 잘했다고 할 수 밖에 더 있어?

 할머          원 참.

 할아          그리구 이 점은 아주 옳게 친 점이라니까. 과연 부인 길이요, 장부 흉이야.

 할머          어째서요? 이유나 좀 들읍시다.

 할아          생각 좀 해 봐요. 주말이 되면 안식구들 모처럼 새벽밥 안하고 가족들 함께 오손 도손 지낼 수 있으니 결코 운수 사납다 할 수 없어요. 그러니 길하다 할 것이구 반대로 바깥식구는 어디 신나는 야외놀이나 운동장 같은 데 갈 약속마저 못 정하고 따분해서 집에서 구들장 신세가 됐다면 결코 운수 좋다 할 수는 없잖아? 그러니 장무 흉일 밖에.

 할머          어이구 난 뭐 신통한 해석이라도 나올 줄 알았더니 그런 소리야 누군들 못해요?

 모두          (킬킬)

 할아          길거리의 역술가도 아마 그런 뜻으로 슬쩍 던졌을 것 같은데  뭘 그래?

 고모          네 정말 겨우 천 원짜리  점인데요.

 할아          그래.

 모두          (킬킬)

 할아          허나 준이 아버지한테 이 말만은 분명히 얘기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애.

 부             아니 무슨 말씀을요?

 할아          세상만사 변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하나, 모든 것은 변하고 만다는 이 원리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부             아 네.

 할아          따라서 지금 운수 사나워 우울할지 모르지만 마음먹기 여하로는 곧 기분이 풀리게 될 것이구 따라서 길흉이 바뀌어서 흉이 길이 된다는 사실...

 고모          아 그러니까 이번 주말이 결코 흉하지 만은 않고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이거죠?

 할아          그렇지.

 상수          그럼 반대로 아줌마도 길한 것이 흉한 것으로 변하는 거 아녜요?

 할아          그럴 수도 있지.

 상수          에이 그럼 이번 주말은 오차피 우울하잖아요?

 할아          마음먹기 여하로는 한순간 흉했다가도 곧 길할 수도 있구.

 할머          어이구 원 복잡해서 무슨 말이 무슨 말인지 원...

 모두          (킬킬)

 할아          결론적으로 말해서 준이 아버지가 집에 묻혀 있게 됐다고 우울해 할 것이 아니라 심기일전 이번 기회에 아내를 위해 봉사 좀 해 보란 말야. 그럼 그 아내도 그에 응해서 별식이라도 장만하고 서로 화기애애하게 지내면 그것이 곧 전화위복이 아니겠어?

 고모          그러다 그게 지나치면 비용 너무 들고 피곤해서 다시 우울해지고 월요병에 걸릴 수도 있구요?

 할아          그래요. 길흉화복은 수레바퀴 돌듯 하는 거라니까.

 할머          아이구 원 용한 역술가 같으시구랴.

 할아          역술가 따로 있나. 천지의 조화를 제대로 알면 그게 곧 역술이지.

 할머          영감도...

 모두          (웃는다)

 ANN           -

 (M)            -

 

                  (끝)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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