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즐거운  우리 집> (89/2/23)

 

 

 

       「이상한 식단」

 

 

                                                          박서림 작  임영웅  연출

 

 

 (M)            주제가

 ANN            -

 (M)            OUT

 (E)            대문 밀며,

 준이          엄마, 준이네 아줌마 오셨어요.

 어머          (안에서) 오 그래?

 준이          들어가 보세요 아줌마.

 여             엄마, 오 그래.

 어머          들어 오세요.

 여             들어가는 것보다 어쩌겠어요? 저 지금 시장에 가려고 그러는데...

 어머          (오며) 아,시장엘요?

 여             함께 안 가시겠어요.

 어머          네 좋아요. 상희 네도 함께 가기로 하죠.

 여             그럴까 했는데 방금 알아 보니까 지금 안 계시던데요.

 어머          안 계셔요?

 여             네 그러니 우리끼리 가세요.

 어머          네 좋아요.

 여             호호. 아줌만 특별메뉴 안 장만하시겠어요?

 어머          특별메뉴라뇨?

 여             왜 있잖아요, 요즘 한창 아무개 박사 신드름이라는 유행어요

 어머          아, 현미 밥에다 야채만 먹고 고기고 우유고 기름이고 먹지 마라!

 여             잘 아시네요.

 어머          우리 그이 술고래라서 항상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 경이엄마도 아시잖아요? 근데 제가 관심을 안 가질 수있어요?

 여             자기 남편 건강에 대해서 무관심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어머          그야 그렇죠. 잠깐 기다리세요. 내 곧 준비할게요.

 여             네 아줌마.

 (M)            -

 어머          (상을 들고) 얘, 준아, 문 열어라. 상 들여간다.

 준이          네 엄마.

 (E)            도어 열고,

 준이          아빠, 상 들여와요.

 아버          오, 그래?

 (E)            상 들고 와서 놓으며,

 어머          영차, 자 식사하세요.

 아버          응, 어디 오늘은 무슨 반찬..(하다가) 아아니.

 어머          호호, 왜 눈이 휘둥그래지는 거에요?

 아버          무슨 상이 이렇지?

 어머          왜요? 뭔가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아버          영, 딴 집의 밥상 같잖아?

 어머          호호 그게 바로 이 몸이 바라던 바 올씨다. 자 드세요. 모처럼 마음먹고 차린 새로운 식탁이니까요.

 (M)            -

 모             호호 어쩐지 궁금해지네요.

 부             아니 궁금하다니 뭐가?

 모             준이 아빠의 반응이요.

 부             준이 아버지의 반응이라니? 무엇에 대한 반응?

 할머          먼 뭐겠어? 고기라고는 구경조차 할 수없고 잔뜩 채소랑 감자 고구마 따위만 올려 놓은 밥상을  차렸다니 하는 소리지.

 부             옆집에서요?

 할머          응.

 부             그럼 옆집에서 그 소위 무슨 박사 신드름에  걸렸다 그 얘긴가요?

 모             준이 엄마가 걸렸다는 게 아니라 준이 아버지 반응을 보겠다고 그러더라니까요.

 부             여보, 준이 아버지야 펄쩍 뛸 텐데 뭘.

 모             그럴까요?

 부             준이 아버지 뿐이겠어? 미국 같으면 몰라도 우리 나라 식생활에 비춰 보면 무리한 이론이던데 뭘.

 모             그래도 그 얘기 듣고 현미가 마구 팔리구 고기 판매량이 부쩍 줄었다던 데요.

 부             그게 틀렸다고 생각해. 이쪽에서 무슨 말이 나오면  이쪽으로 우루루,  저쪽에서 무슨 말을 하면 그 쪽으로 우루루. 한국사람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체통이 없어졌는지 모르겠다니까, 안 그렇습니까?

 할아          응,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동감이야.

 할머          그 치만 고기만 찾지 말고 야채를 많이 먹으라 하는 것 같은 건 일리가 있긴 있는 것 같습디다.

 할아          일리가 있긴 한데 그렇다고 언뜻 듣자니까 무슨 채소 데친 물은 버리지 말라 거니 나물 삶아서 꼭꼭 짜는 것은 영양학적으로 너무 무지하다 거니 극단적인 말을 함부로 하는 것 같던데, 그런 건 우리의 오랜 전통,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식생활문화를 모독하는 것 같애서 불쾌해지기까지 하더라니까.

 부             그렇죠?

 할아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각종 나물하며 갖은 채소 따위, 지금이야 안심하고 먹고 있지만, 그 나물이나 채소나 그리구 버섯 따위 최초로 먹었을 때를 생각해 보란 말야. 결사적으로 시식했을 거 아냐.

 할머          뭐예요? 결사적으로 시식을 해요?

 할아          예를 들어 여기 낯선 산나물거리를 뜯어 왔다고 생각해 봐. 그럼 뜯어 온 사람이거나 혹은 그 가족 중에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이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시식을 하되, 가족 들에게 뭐라고 말했을 것 같애? 자, 이제 내가 이 산 풀을 먹어 볼 것인데 이 풀이 독이 있어서 내가 큰 탈이 나거나 아니면 죽게 되거든 다음부터는 다시는 먹지 말아라. 이렇게 비장한 말을 남겼을 것이 아닌가?

 할머          그렇겠구랴 정말.

 할아          그래 시식을 해서 아무 탈이 없으면 그 때부터 안심하고 식량으로 삼을 것이고 만약 사고가 나면 한 사람을 희생시킴으로써 그 풀이 독초라는 귀중한 지식을 얻을 것이 아니겠어?

 모두          (감탄한 듯) 네.

 할아          그리구  한편 더 나아가 우리 조상들은 그 독초의 독을 빼는 방법을 강구해 냈을 것 같애.

 할머          독을 뺀다구요?

 할아          응. 이 산에서 난 풀이 잎이 넙쩍하고 연해서 먹음직 스러운데 독이 있어 못 먹는다니 아깝구나. 그러니 이 독을 빼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말이야.

 고모          네 그런 생각은 하겠네요.

 할아          그래서 예를 들어 그 풀을 삶아서 우려내는 생각해 내지는 않았을까?

 할머          건 그래요. 산나물이나 들에서 나는 나물을 왜 삶아서 우려내게요. 쓴맛을 없애거나 독기를 빼려는 거 아녜요?

 할아          최초로 삶는 방법을 강구해 낸 사람은 어떤 모험을 했겠어?

 고모          그야 최초로 산나물거리를 시식한 사람처럼 삶은 나물거리를 앞에 놓고 결사적으로 시식했겠죠.

 상수          (흉내) 내가 지금부터 이 나물을 먹어 볼 것인데 만일에 죽거든 다시는 먹지 말도록 해라.

 상희          오빠두.

 모두          (웃는다)

 할아          이렇듯 조상들이 목숨을 걸고 물려준 것이 오늘의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일 것인데 그것을 그저 얄팍한 영양학적 견지로다 매도해버린다는 건 문제가 아니겠어?

 모두          (입을 모아) 네.

 할머          아주 옳은 말씀이구랴.

 아버          (오며) 안녕들 하십니까?

 부             오, 자네.

 아버          문이 열려 있군요.

 모두          (어서 오라고들)

 아버          아 네.

 부             자네, 마침 잘 왔네.

 아버          네?

 부             밥상 위의 푸성귀를 어떻게 했나? 잘 먹었나?

 아버          이 그거요?

 할아          모두 궁금해 하고 있는데?

 아버          그래요?

 부             어떻게 됐어? 잘 먹었어 아니면...

 아버          깨끗하게 먹어 치웠습니다.

 부             뭐? 깨끗하게?

 아버          네 모조리요.

 모두          (적절히) 아니...

 부             그럼 자네도 무슨 박사의 이론에 크게 공감해 가지구...

 아버          에이 오해 마십쇼. 건 절대 아닙니다.

 부             아니 그럼?

 아버          헤헤, 기실은 오늘 낮에 누구 따라 뷔페식당엘 갔었거든요.

 부             뷔페식당엘?

 아버          그랬더니 글쎄 이럴 수가 있습니까? 언제부터 그랬다구 너도 나도 야채 따위에만 손이 가구 그 맛있는 고기요리는 거들떠 보지도 않지 뭡니까?

 할아          저런.

 아버          그래 제가 오기가 생겨서요, 갈비다 불고기다 순 육류만 잔뜩 먹고 왔지 뭡니까?

 할아          저런!

 모두          (웃는다)

 아버          그랬더니 너무 채소를 안 먹어서 그런지 뱃속이 니글니글한 판인데 글쎄 어떻게 알았는지 채소를 잔뜩 상위에 올려 놓았지 뭡니까? 그러니 깨끗하게 먹어 치울 밖에요.

 모두          (웃는다)

 부             혹시 자네 채소 우려낸 것도 홀짝 마신 거 아냐?

 아             에이 왜 이러십니까? 잔류농약을 홀짝 마시는 것 같을 텐데 꺼림칙해서 그럴 수 있습니까     

 할아          딴은.

 모두          (웃는다)

 모             (조심스럽게) 요는 균형있게 고루 먹는 길 밖에는 없을 것 같아요.

 모두          응. 네.

 할아          음식 뿐이겠어? 사람 사는데 모든 것이 과부족없이 균형을 잡아 나가야 하는 게지.

 모두          네.

 아버          정치도 말입니다.

 부             친구 느닷없이 정치얘기야?

 모두          (웃는다)

 (M)            -

 ANN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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