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즐거운  우리 집> ( 89/1/17)(화)

 

 

 

       「스승의 도리」

 

 

                                                             박서림 작  임영웅 연출

 

 

 (M)            주제가

 ANN            -

 (M)            OUT

 할머          (OFF에 대고) 아아니 뭘 그렇게 꾸물대고 계시는 거예요? 온 식구가 기라다리고 있는데 ..

 (E)            문 열며,

 할아          아이구 미안. 미안, 괜히 나 때문에 식사들을 못하고 있구나. (앉으며)자들 들자꾸나.

 모두          (적절히) 네.

 (E)            적절히 식사 시작한다.

 부             뭐 읽고 계셨던 모양이죠?

 (E)            국 한술.

 할아          (국 삼키고) 응. 읽고 있었던 게 아니라 준비 좀 하다 보니 그만...

 부             준비라뇨?

 모             (귀엣말처럼) 회관에서 교육을 시키시잖아요.

 부             아 교육. 것도 준비가 필요한 건가요?

 할아          아, 그럼, 필요하고 말고.

 고모          비록 한 마을 부인들이나 어린이들 상대하는 교육일지라도 약간은 부담이 되시는 모양이죠?

 할아          약간이 뭐냐? 그 어느 교육보다 더 부담이 되구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수          공부를요?

 할아          응.

 상희          할아버지께서도 공부를요?

 모             얘들은? 느네 선생님들도 너희들 가르치시자면 얼마나 애를 쓰시는지 모르구서 이러니?

 상수          알고는 있지만요.

 상희          할아버지께선 척척박사시잖아요.

 할아          뭐? 척척박사?

 모             못하는 소리가 없어.

 상희          동네에서 그런단 말예요.

 고모          별명치고는 싫지 않은 별명인데요?

 할아          뉘 아니냐?

 모두          (웃고)

 할아          그나저나 이번 교육에서 내 얻은 바가 많아.

 할머          뭐예요? 얻은 바가 많다구요?

 할아          응,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니까.

 고모          가르치자면 그만큼 자기도 공부를 해야 하니까 그래서 얻은 게 많다는 거군요?

 할아          것도 그거지만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니까.

 할머          새삼 깨닫게 됐다구요?

 할아          그 동안은 그저 교육이라 하면 내가 아는 지식을 피교육자에게 전수하면 그만이다 하고 단순이 그렇게 생각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할머          아니,그럼요.

 할아          교육이라는 게 배우는 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되 무리하게 이끌어 내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나기 일쑤구, 어떻게 든 스스로 공부하는 게 즐거워지고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선결문제인데, 말이 그렇지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니까.

 모두          (적절히) 네...

 할아          어디서 알아 보니까 교육에서 빠지기 쉬운 네 가지가 있는데 그 네 가지란 무엇이냐?

 할머          뭐라는 거예요?

 할아          너무 가르치려다 흥미를 잃게 하는 것이구,

 할머          그리구 둘째는요?

 할아          너무 적게 가르쳐서 교육효과가 적은데다 편견에 빠지게 되는 것이구.

 할머          셋째는요?

 할아          가르치는 게 너무 쉬워서 태만에 빠지게 하는 것이구.

 할머          그리구 넷째는요? 그와 반대로 너무 어렵게 가르쳐도 안 된다는 거예요?

 할아          어렵게 가르친다는 것이 아니라 미리 어렵다고 멈춰 버리는 폐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고모          어렵더라고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한다고 끝까지 가르쳐야 한다 그 뜻인가 보군요?

 할아          응. 그리구 가르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더구먼.

 고모          여러 가지가요?

 할아          배우는 사람의 형편에 따라 나쁜 습관을 미리 예방하는 예법(豫法) 이 있는가 하면,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 알기 원할 적에 가르치는 시법(時法)이 있구,

 고모          시법요?

 할아          응. 절도를 넘지 않고 순조롭게 가르치는 것을  손법(孫法)이라 하고, 스승이나 동료간에 서로 살피고 갈고 닦는 마법(磨法)이라는 게 있다는 거야.

 할머          에그 원, 복잡도 하구랴.

 할아          복잡할 것 없어요. 예를 들어 어린이가 나쁜 습관이 들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곧 예법이구,  아무 때나 공부를 강요하질 말고 배우고 싶은 의욕이 솟을 때를 골라서 가르치는 것이 시법이구 또한 무리하게 우겨 넣을 생각 말고, 순리대로 가르치는 것이 손법인 데다 스스로 자율적으로 서로 어울려 연구도 하고 스승의 시범이 따르는 것이 곧 마법인데 뭘.

 부             요는 공부해라. 공부해라 강요하지만 말고 자율에 맡기되 때를 보아 가르치고 스스로 모범이 돼야 한다. 그 뜻이겠군요?

 할아          바로 그 얘기예요. 그러다 보니 스승노릇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니까.

 모두          (적절히) 네...

 (M)            -

 어머니(준이) 어머나 할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요/

 모             네.

 여인          아유, 원 우리 아이들 회관에 보내고 있지만 할아바지들께서 그저 심심풀이로 가르치시는 줄 알았더니 그렇게 신중하셨군요.

 어머          생각을 달리해야 되겠네요. 할아버지들께서 정성이 그러시다면...

 여             네.

 모             그리구 또 아버님께선 그럴듯한 비유를 하시데요.

 어머          그럴듯한 비유라뇨?

 모             남을 가르치는 데 있어선, 덮어놓고 주입시키는 주입교육보단 질문을 하게해서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한 방법이라는 건 상식화되어 있잖아요?

 어머,여      네.

 모             근데 그 질문을 받는데 있어서, 스승은 종이라야 한다고 그러시데요.

 어머          어머나 종요?

 모             네.

 여             땡땡 치는 종 말이죠?

 모             네.

 할아          남을 가르치려면 먼저 반드시 제자로 하여금 질문을 하게 해서 이에 따라 적당히 가르쳐야 하는데, 일테면 종이 작게 치면 작게 울리고 크게 치면 크게 울리듯이 그 질문에 알맞는 대답을 하되, 종이 긴 여운을  남기듯이 대답 또한 부족함이 없이 충분히 가르쳐서 두고 두고 여운이 남도록 해야 한다는 게야.

 어머,여      아 네.

 모             그 말씀 듣고 전 어쩐지 자책을 느끼지 뭐예요.

 어머,여      자책을요?

 모             교육하면 반드시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이나 지금 회관에서 하고 계시는 교육 뿐만 아니라 집에서 가르치는 교육도 교육이 아니겠어요?

 어머,여      네.

 모             근데 가정에 있어서 난 과연 아버님이 말씀하신 그 종의 구실을 제대로 했느냐 하고 돌아 보니까 부끄러운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어머          아이 왜 이러세요?

 여             아줌마께서야 얼마나 자상하셔요?

 어머          우아하게 울리는 종이시죠.

 여             네.

 어머          그 말씀 들으니까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여             저두요.

 어머          저는 깨진 종 밖에 저 되느냐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모             깨진 종요?

 어머          우리 준이가 뭐 물어봤을 때, 제대로 대답이나 하는 줄 알아요? "시끄럽다! 왜 나한테 묻고 그래? 네방 가서 네가 스스로 알아봐! " 깨진 목소리로 이러기 일쑨데 ..

 모             준이 엄마두.

 모두          (웃는다)

 (M)            -

 (E)            책상 모서리(나무)를 탁탁 친다.

 어머          아니 여보, 뭘하고 있는 거예요?

 아버          (준이의) 응? 응.

 준이          아빠 책상은 왜 치세요?

 아버          응 돌이켜 보니까 난 종은커녕 나무토막에 불과해서 말이다.

 어머          뭐예요? 나무토막요?

 아버          응, 당신은 깨졌을 만정 종이라고 했지만 나 준이 앞에서 나무토막 아니면 돌덩이었다는 생각이 들지 뭐야.

 어머          돌덩이요?

 아버          응. 준이가 뭔가 물어왔을 때 제대로 성의를 보인 적이 있느냐 이거야.  

 어머          아시니 다행이구려.

 아버          이제라도 늦지 않았지?

 어머          네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아버          여보 우리 스스로 공부해서 준이를 위해 훌륭한 종이 됩시다

 어머          네 그러잖아도 나두 그럴 작정이라구요.

 아버          준이 이리 와.

 준이          왜요?

 아버          글쎄 네 등 뒤에 와서 등 짝 좀 두드려 봐.

 준이          네에?

 아버          아 어서 힘껏 쳐 보라니까!

 준이          아빠.

 아버          글쎄 어서.

 준이          좋아요, 에잇.

 아버          데엥.

 준이          앗.

 어머          아니 여보!

 아버          또 쳐 봐 또, 어서 계속해서.

 준이          에잇!

 아버          데엥!

 준이          에잇 에잇. 에잇.

 아버          뎅, 데엥, 데엥!

 어머          기막혀.

 모두          (웃는다)

 (M)            -

 ANN            -

 

                      (끝)

 

    즐거운우리집 페이지로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