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즐거운  우리 집> (89/4/21)

 

        

 

        「빗방울 족두리」

 

    

                                                          박서림 작 임영웅 연출

 

 

 (M)            주제가

 ANN            -

 (M)            OUT

 할머          아아니 뭘 하고 계시는 거예요?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할아          어이구 미안. 내가 그만 읽던 걸 마저 읽느라고...(앉으며) 자들 들자꾸나.

 모두          네.

 (E)            밥상머리 B.G

 고모          신문을 읽고 계셨어요?

 할아          아니다.

 부             아침이라 머리가 개이신 기회에 어려운 내용의 책이라도....

 할아          어려운 내용의 책이긴 한데 그 안에 재미있는 설화가 들어있어서 말야.

 상수          재미있는 설화요?

 할아          응.

 상희          옛날 얘기 말이죠? 할아버지.

 할아          그래.

 상희          할아버지 무슨 얘긴데요?

 모             얜...

 모두          (웃는다)

 상희          네? 할아버지.

 할아          미안하지만 지금은 얘기할 수없구 너희 할머니한테만 살짝 얘기해 줄 참이다.

 상희          네에?

 할머          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할아          임자, 얘기 주머니가 바닥나서 애들이 옛날 얘기 해 달래도 해 줄 얘기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그러지 않았어? 그래 밑천을 대주려는 거야.

 할머          아이 참 꽤나 위해주는 것 같구랴.

 할아          아니 그럼 위하지 않는다는 게야?

 모두          (웃고)

 상희          할머니 이따 들려주세요.

 할머          그래. 듣는 즉시로다 우리 상희한테 다아 털어놓을 테니 안심해라.

 상수          할머니두.

 모두          (웃는다)

 (M)            -

 상희          옛날옛날에 아주 예쁜 공주가 있었대.

 준이          예쁜 공주가?

 상희          응, 공주가 얼굴은 예쁜데 한가지 욕심이 너무 많은 게 흠이었다는 거야.

 준이          욕심이 많은 게?

 상희          응.

 준이          갖고 싶은 거 다 갖주, 하고 싶은 거 다 해 달라고 그랬던 모양이구나.

 상희          응.

 준이          한 나라의 공주가 돼서 너무 귀엽게 자라서 그랬던 모양이다.

 상희          응

 준이          그럼 시집갈 때 신랑감 고르는 데도 욕심 무척 냈겠네.

 상희          근처 나라에서 제일 미남이구 제일 지혜가 있구 힘도 센 왕자를 신랑감으로 삼았대.

 준이          그럴 줄 알았지. 그럼 혼수감도 무척 많았겠네.

 상희          최고 호화판으로 혼수를 장만해 달라고 해서 부왕께서는 그 뜻대로 다 해 주었는데 그것도 몰라서 아주 난처한 요구를 했다는 거야.

 준이          아주 난처한 요구를?

 상희          응.

 준이          어떤 요구였는데?

 (E)            비오는 소리. 기와지붕에서 낙수 물 떨어지는 소리.

 상희          어느 날 궁중에는 비가 왔는데 비가 줄기차게 오자 처마에서는 빗물이 기와들을 따라서 여러 줄이 떨어지더라나?

 준이          떨어지겠지. 비가 오니까.

 상희          근데 공주가 보니까 처마에 맺혀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어찌나 고운지 모르겠더라는 거야.

 준이          빗방울이?

 상희          비가 오면 처마에서 구슬처럼 빗방울이 맺혔다가 떨어지군 하잖니?

 준이          응 그래.

 상희          그 빗방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래.

 준이          그래서?

 상희          욕심 많은 공주는 그걸 보군 떼를 쓰기 시작한 거야.

 준이          떼를?

 상희          응. 아바마마 아바마마 난 저 빗방울로 장식한 족두리를 쓰고 시집가겠어요. 저 빗방울 쪽두리가 없으면 시집 안 갈래요.

 준이          뭐라구? 빗방울로 장식된 족두리?

 상희          응.

 준이          빗방울 족두리가 없으면 시집을 안 가겠다구?

 상희          응 그러니 어떻게 되겠니?

 준이          어떻게 되긴, 치, 당장 핀잔을 놓으면 되잖아. 이게 무슨 당 치도 않은! 빗방울로 족두리를 장신하다니! 그따위 소리 하지 말지어다아!

 상희          호호 근데 왕과 왕후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공주를 사랑하고 있었거든.

 준이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떼쓰는 건 혼내 줘야 하는 거 아냐?

 상희          (웃으며) 얜 왜 이렇게 잔소리가 많니? 얘기 안들을 거야?

 준이          아냐. 들을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나?

 상희          이렇게 떼를 쓰자 왕께서는 명령을 내린 거야. 모든 기술자들은 어서 속히 빗방울 족두리를 만들어 올리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엄한 벌을 내리겠다.

 준이          뭐라구? 벌을 내린다구?

 상희          응,만들어 올린 자는 큰 상을 주고 못 만들면 벌을 내리겠다고 엄명을 내린 거야.

 준이          그래서?

 상희          그 중의 한 노인 기술자가 있었는데 만드는 기한은 다가오는데 만드는 방법을 몰라서 마침내 앓아눕게 되었다나.

 준이          병이 났구나.

 상희          응 그러자 그집 딸이 물어본 거야.  아버지 무슨 근심이 있어서 누워 게세요? 저에게 말씀해 보세요. 저에게 좋은 꾀가 있을지 누가 알아요?

 준이          그래서 그 얘기를 해줬나.

 상희          응, 해줬더니, 아 그거요? 그걸 가지고 고민하셨어요? 걱정마세요. 저에게 좋은 꾀가 있습니다.

 준이          아니 좋은 꾀라니?

 상희          좋은 꾀가 있다는 바람에 벌떡 일어나서 그 얘기를 들으니까 과연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됐더라.

 준이          어떤 방법이었나?

 상희          약속 날자가 되자 이 늙은 기술자는 공주님 앞에 나타난 거야.

 준이          나타나서는?

 (E)            비가 온다.

 상희          공주님 마침 비가 오고 있으니 재가 이제부터 빗방울 족두리를 만들고자 하옵니다. 하온데 저기 저 처마에 맺힌 빗방울을 보십시오. 모양도 갖가지 크기도 제각각 아닙니까? 공주님께서 어떤 빗방울을 좋아하실지 이 늙은이로선 고르기가 참 난처하군요. 그러니 부탁 드리겠습니다. 공주님께서 손수 마음에 드는 빗방울을 저에게 따다 주십시오. 그럼 당장 족두리에 달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            FO

 준이          하하.

 상희          그러니까 공주는 어쩔 줄을 모르면서 내가 어떻게 골라? 나 고르지 못해. 내가 어떻게 딴담....이러더래.

 준이          하하 그래 나중엔 빗방울 족두리를 만들어 달라는 소리를 못했겠구나.

 상희          응. 얼마나 기발한 생각이니?

 준이          (FO) 그러게나 말야.

 아버          허허 정말 듣고 보니 그럴듯한데.

 어머          병풍 속의 호랑이를 결박해 봐라 하니까, 네 좋습니다. 결박하겠사오니 병품 속에서 제 앞으로  몰아주십시오, 한 얘기와 같은 얘기 아뉴?

 아버          응, 맞어 그 얘기허구 똑같은데.

 어머          이 얘기 듣고 당신 뭘 느껴요?

 아버          글쎄.

 어머          뭐 느끼는 거 없어요?

 아버          당신 뭘 느껴? 뭐 느끼는 거 없나?

 어머          왜 되묻고 그래요?

 아버          난 모르니까.

 어머          나도 모르니까 묻는 거 아뉴.

 아버          가만 이런 생각이 들긴 한다.

 어머          어떤 생각이?

 아버          사람은 언제나 머리를 부드럽게 가져야겠구나 하는 생각.

 어머          머리를 부드럽게요?

 아버          언제나 순수한 마음을 버리지 말라는 생각도 들구.

 어머          순수한 마음을요?

 아버          늙은 기술자가 왜 빗방울 족두리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겠어? 머리가 굳었기 때문이 아니겠어? 평소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에 매여서 오직 빗방울을 따다가 만들 생각만 했지, 빗방울 따는 일을 빗방울을 욕심낸 본인으로 하여금 따게 할 생각을 못했던 게 아냐?

 어머          듣고 보니 그렇구려.

 아버          우린 흔히 수직사고(垂直思考)만하고 살기 일쑨데 더러는 수평사고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애. 그 동안 머리 속에 가득 찬 낡은 사고를  싹 비워 버리고 새롭고 신선한 생각으로 머리를 채울 필요가 있다 이거지.

 어머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구려.

 아버          그래 마음을 비우는 거야. 어린이처럼 천진한 마음으로 돌아가 보는 거지. 그럼 기술자의 어린 딸처럼 그런 기발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겠어?

 어머          네.

 아버          두고 봐 나두 회사나 딴 데서 누가 무리한 요구를 할 때 덮어놓고 거부감부터 보일 게 아니라 그 늙은 기술자처럼 앓아 누울 정도로 깊이 생각하는 그런 성의를 보일 거야.

 어머          그럼 우리 준이가 나서선 아빠 무슨 일을 가지고 고민하세요? 저한테 말씀해 보세요. 이럴 것 같애서요?

 아버          혹시 알아? 에이 그런 것 가지고 고민하세요? 문제없어요. 제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어머          준이한테 그런 걸 기대해도 괜찮을까?

 아버          모른다구. 어린인 어른의 아버지란 말 못 들었어?

 어머          준이가 당신 아빠예요?

 아버          누가 아빠래?

 어머          자력으로 아이디어 짜낼 생각 하세요.수평사고라는 게 있다면서요?

 아버          좋아 두고 봐. 앞으로 아이디어가  마구 솟아날 테니까.

 어머          기대해 봅시다 호호.

 아버          두고 보래두 하하하.

 (M)            -

 A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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