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즐거운  우리 집> (89/3/15)

 

 

 

       「반면교육」

 

                                                       박서림 작  임영웅 연출

 

 (M)            주제가

 ANN            -

 (M)            OUT

 모             지금 나가시는군요?

 할아          오 그래.

 할머          회관으로 나가시는 거죠?

 할아          회관에 들었다가 곧  안과에 좀 들를까 봐.

 할머          안과에는 왜요?

 할아          요즘 들어 신문 따위를 너무 읽어서 그런지 시력이 좀 떨어진 것 같애서...

 할머          아이구, 제발 잔글씨 너무 읽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할아          아, 눈 아끼겠다고 세상 일 그냥 모르고 지나가라는 말이야? 나 다녀올 거야.

 할머          네.

 모             다녀오십시오.

 할아          응.

 (E)            대문 여닫는다.

 할머          에이그, 아무튼 그렇게도 읽을 게 많은지 ..

 (M)            -

 부             저,, 안경알 새로 끼우기로 했다구요?

 할아          응, 며칠 있으면 갈아 주겠대.

 고모          혹시 딴 것 때문에 시력이 떨어졌거나 그렇지는 않대요?

 할아          나도 은근히 그걸 걱정했었는데 단순히 노안이라 그런 거라고 돋보기 도수만 올리라고 그러더구나.

 부             그래도 잔글씨는 되도록 안 읽으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고모          네 그래요.

 할머          신문 읽어야 맨날 속 상하는 소식만 있다고 곧잘 짜증까지 내면서 뭘 그리 고집스럽게 읽고 게시는 거예요?

 할아          왜 내가 그토록 고집스럽게 읽는지 이유를  말해줄까?

 할머          들어 봅시다.'

 할아          그게 다 공부가 돼서 읽고 있는 거예요. 한가지라도 더 배우고 싶어서...

 부             네 허긴 배울 것도 많죠.

 고모          건 그래요. 기사마다 공들여서 쓴 글들이라 자세히 읽어 보면 뭔가 실한 알맹이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상수          특히 칼럼이나 가십 같은 데 말이죠?

 고모          기획기사도 많찮어.

 상희          만화도 있구요.

 모두          (웃고)

 할아          허나 나는 그런 건전한 기사에서만 배우고 있는 게 아냐.

 고모          아니 그럼요?

 할아          반면교육이라는 게 있거든.

 고모          아 반면교육요? 좋은 모범을 보고 따라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할아          그렇지, 남의 나쁜 점을 보고도 우리는 배우는 것이 많거든.

 상수          셋이서 길을 걸으면 둘은 바로 자기의 스승이라는 말처럼요?

 할아          그래, 신문에 폭력기사가 나게 되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쯧쯧 좀더 참지 못하고 폭력이 뭐람. 나는 절대 폭력을 쓰지 말아야지. 했다면 그는 곧 한가지 배운 것이 아니겠어?

 부             어느 정치인이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른걸 보게 되면 나는 저런 일관성 없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하고 정직하게 살기를 다짐한다면 그도 한가지 배우는 것이 된다 이거 아닙니까?

 할아          그래요.

 고모          자기 가정을 돌볼 생각 않고 밖으로만 나돌며 사치나 낭비를 일삼는 여자를 보면, 난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이것도 공부가 되는군요?

 할아          응.

 모두          (킬킬)

 상수          대학교에서 형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저는 아주 마음이 심각해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할아          것도 공부가 아니겠냐?

 상수          네.

 모             교통사고 기사나 교통혼잡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하더군요.

 할아          그 때마다 나만은 그러지 말아야지. 나 혼자만이라도 저런 무질서와 아귀다툼의 대열에 서지 날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잖아?

 모             네.

 부             노사간의 갈등도 그렇습니다. 피차의 입장만 고집하고 있는 현장이 보도됐을 때, 우리 회사가 저런 처지에 놓이게 되면 어떻게 좋을까 저도 모르게 고심하게 되죠.

 할아          남의 일처럼 방관하고 있는 것보다 그렇게 고심하다 보면 우리 회사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갈등을 해소시킬 수있는 슬기가 우러나올 수도 있잖아?

 부             네.

 할머          난 그 무엇이냐, 외국나들이 하는 사람들이나 나라안 여행하는 사람들이 추태를 부린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참 딱한 생각이 들어요.

 할아          덮어놓고 딱하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난 저러지 말아야지. 저 사람들이 나한테 좋은 경고를 하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라니까.

 할머          아이구, 그러고 보니 신문에 온통 실려 있는 포악한 사람 술주정뱅이 교통법규 안 지키는 사람, 심지어 도둑질하는 사람들까지 우리 선생님인 셈이구려?

 모두          (킬킬)

 할아          스승인 셈이지.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M)            -

 어머. 여     아, 네.

 모             그 말씀 듣고 제가 깨달은 게 있는데요.

 어머          깨달으시다뇨, 뭘요?

 모             이따금 아주 똑똑하고 마음씨 착한 청소년들이 그 가정이 훌륭한가 하면 오히려 가난하고 부모가 모범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문제가 많은 부모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속에서도 바르게 크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여             네 있죠. 당장 우리 동네에서도 아버지가 술주정뱅이인데다 어머니가 짜증만 내는데 아주 착하게 크는 애가 있잖아요?

 모             그게 바로 반면교육인 것 같아요.

 여             네.

 어머          가만, 그럼 우리 준이는?

 모             네?

 어머          우리 준이는 그럼 엄마, 아빠한테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배우며 자라고 있는 걸까요?

 모             아이참 준이 엄마.

 어머          준이라고 예외일 수있어요?

 여             아이참, 준이야 명랑하신 아빠하구 성품이 시원하신 엄마 밑에서  아주 곱게 착한 아이로 자라고 있는 거죠.

 모             그럼요.

 어머          아녜요. 천만에요, 재검토해 봐야겠어요.

 모             재검토를요?

 어머          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거 아주 중대한 문제 같은데요. 우리 준이의 장래를 위해서...

                 (간다)

 모             가시게요?

 어머          네 안녕히 게세요.

 여             저도 가겠어요. 안녕히 게세요.

 모             아이, 쓸데없는 얘기를 했나?

 (M)            -

 아버          아니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는 거야:

 어머          당신이나 나나 오통 결점 투성이여서 준이의 원망하는 소리가 귓전을 울리더라구요.

 아버          어째 준이의 원망하는 소리가?

 어머          네.

 아버          아니 원망하다니. 뭘 원망한다는 거야?

 어머          으응? 이이가 그래도 짐작 못하시는가 봐.

 아버          뭘.

 어머          좋아요. 그럼 어떤 소리가 들려 오는지 정신을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아버          좋아. 정신 집중했다.

 준이          (심한 에코) 으이, 아빠 또 마셨구나. 으이 퀴퀴한 냄새. 흥. 난 앞으로 커서도 저 따위로 술 마시지 않을 거야.

 아버          (헛기침)

 준이          (심한 에코) 으이 또 냉전이야. 흥, 엄만 또 뭐가 못마땅해서 저렇게 도끼눈을 하고  게신다지?  에이 난 앞으로 엄마같은 여자하군 결혼하지 말아야 할까 봐. (슬프다) 엄만 다 좋은데 이따금 저러시는 게 질색이란 말야.

 아버          (떨린다)

 준이          으이 아빠 또 깨워야 하나? 내가 깨우기 전에 일어나심 안되나? 흥.난 절대 잠꾸러기가 되지 말아야지. 으이 엄마말이 옳지 저게 뭐람? 왕새우 꼴을 해 가지구.

 아버          여보, 제발,

 어머          왜요?  

 아버          관둬! 앞으로 조심하면 될 거 아냐.

 어머          아니에요. 그것도 교육이 되는 거래요. 우리가  다 스승 노릇 하느라고 술도 마시고 부부싸움도 하고 늦잠도 자고 그러는데요. 뭐.

 아버          듣기 싫어 여보.

 어머          여보, 우리 이러지 맙시다. 귀한 우리 준이를 위해서라두.

 아버          글쎄 알아들었다니까.

 어머          호호호호

 아버          나 이거야, 허허허허.

 (M)            -

 ANN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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