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즐거운  우리 집>   (89/3/8)

 

 

        「며느리의 도리」

 

 

                                                         박서림 작  임영웅 연출

 

 (M)            주제가

 ANN            -

 (M)            OUT

 상수          고모, 오늘은 여유네요?

 고모          응 등산 안 가니까.

 부             집에서 쉴 거냐?

 고모          낮에 나가요.

 부             신군 만나러?

 상희          결혼식에 나가신대요.

 부             오 결혼식에.

 할머          친구 결혼식이냐?

 고모          네.

 모             요즘은 주중에도 결혼식 올리고 그러죠?

 고모          네 그게 오히려 붐비는 토요일이나 딴 사람들 다 쉬는 일요일보다 이들이 많아졌어요.

 부             특히 일요일엔 결혼식에 참석하자면 하오의 예정을 다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할아          건 그렇고, 맏며느리로 가는 거냐 아니면...

 고모          둘째래요.

 할아          오 둘째.

 할머          좋겠구나 책임 없구.

 할아          둘째라고 책임 없다는 건 또 뭐야?

 할머          책임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지만 맏이와는 아무래도 부담이 덜하잖아요.

 할아          너도 신군이 둘째라서 겸해서 하는 소린데 둘째는 둘째대로 도리가 있으니까 이 기회에 들어두렴,

 고모          네.

 할아          불감병행(不敢竝行)이란 말 너 알고 있냐?

 고모          불감병행요?

 할아          언젠가 말했던 것 같은데.

 고모          (귀엣말 비슷하게) 언니 뭐예요? 불감병행이?

 할아          내가 묻는데 왜 언니한테 묻냐?

 상수상희   (킬킬)

 고모          네? 언니.

 모             언젠가 말씀하셨잖아요. 손아래 동서는 맏 동서와 어깨를 나란히 해서 걷지 못한다는...

 고모          그런 뜻이에요?

 할아          그래요, 옛날엔 맏며느리의 존재란 시어머니한테서 살림에 대한 일체 권리를 이양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공경의 대상이 되어 있었지. 따라서 네가 앞으로 시집을 가더라도 맏 동서와 어깨를 나란히 나서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해.

 할머          에이그 원, 어떤 시댄데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 지금은 시부모와 며느리가 하고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시댄데, 손아래 며느리라고 그렇게 주눅이 들어 살게 뭐 있겠어요?

 할머          이 애가 맏 며느리로 시집가는 처지라면 내 이렇게 말했을 게야. 에헴, 옛 말씀에 불감병행이라고 해서 손아래 동서는 맏 동서와 감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없도록 되어 있었느니라,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어디 그러냐? 괜히 옛 풍습이 그렇다고 맏 동서 권위를 너무 내세우지 말고 따뜻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대해 주도록 해. 그러면 자연히 따르겠지.

 할머          원 참 이랬다 저랬다 같은 입으로 두 말씀은 왜 하세요?

 할아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는 게 아니라 때와 처지에 따라 말이 다라질 수 있는 게 아니겠어?

 고모          알아 듣겠어요. 무슨 말씀인지...요는 어느 처지에 있거나 분별이 있어야 하고 매사에 공손하라 그뜻 아녜요?

 할아          그래. 공손하고 정성스러우면 누가 나를 구박하겠니?

 고모          네.

 할아          그리고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없는 노릇이지만 옛날엔 며느리를 맞이한 집에서는 사흘 동안 음악을 금했고, 딸 시집 보낸 집에서는 사흘 동안 밤에 촛불을 밝힌다고 돼 있어요.

 고모          며느리 맞이한 집에서는 사흘동안 음악을 금한다구요?

 할아          응.

 상수          딸 시집보낸 집에서는 사흘 동안 촛불을 켜 놓구요?

 할아          그래요.

 상희          왜요 할아버지?

 할아          두 젊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여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은 본인 당사자들에겐 그 이상 기쁜 일이 아닐 수없겠지만 그 부모된 이들에겐 반드시 기쁜 일만은 아닌 거거든.

 상수          왜 안 기뻐요? 경산데요?

 할아          며느리를 맞이한 집에서는 시어머니가 이윽고 광 열쇠를 며느리에게 넘겨주게 되어 있어요.

                 그것은 곧 부모의 실권을 아들 며느리에게 넘겨주는 것을 뜻하거든.

 상수          네.

 할아          그야 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아들이 탈없이 커서 아내를 맞이하고 집안 일을 관장하게 된 게 대견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겠지. 하지만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가 누리던 실권을 내놓을 게 섭섭하고 허전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

 상희          네.

 할아          게다가, 아 난 이제 늙었구나 하는 서글픔도 곁들이게 되구.

 상수          네.

 할아          따라서 바로 부모님의 심경을 생각해서 헤아려서 사흘동안 기쁘기야 기쁘겠지만 가무를 삼가게 되어있는 거예요.

 부             전번 친구 자제의 결혼 연 때는 축하한다는 인사를 안 한다는 것과 똑같은 뜻이군요?

 할아          그렇지.

 상수          딸 시집보낸 집에서 촛불을 사흘동안 안 켜 놓는 건 무슨 뜻으로 그러는 건가요?

 할아          딸 시집보낸 집 부모님의 심정은 뭔가 큰 것을 잃어버린 것같이 허전한 법이거든.

 할머          아 심지어는 결혼식 끝내고 돌아와선 통고하는 아버지가 다 있다잖아요?

 할아          응, 너희들 고모가 시집가게 되면 나도 직접 체험할 것이다만 고모 방에 너희들 고모가 있는 듯한 기분이 될 것 같거든. 마찬가지로 시집간 자기 딸이 아직 거기 있는 듯한 그 심정을 생각해서 촛불을 켜 놓는다는 거예요.

 상수          네, 그 치만 사흘은 너무한 것 같네요.

 상희          네 화재가 나면 어떻게 해요?

 모             애들두.

 모두          (웃는다)

 할아          사흘은 형식이구 사흘 아니라 삼년 아니 평생을 잊을 수야 있겠냐?

 할머          아 그럼요.

 할아          아무튼 방금 내가 말한 몇 가지 혁식이야 금석지감이 있지만 근본 정신이야 변함이 있겠니?

 고모          네 명심하겠어요.

 (M)            -

 아             오 어르신네께서 그런 말씀을?

 어머          네 그러니 신군 얼마나 좋겠우? 며느리의 도리를 배워 가지고 가니?

 아버          그러니 당신두 며느리의 도리를 잘 명심할 필요가 있다구.

 어머          시부모님도 안 계신데 무슨 며느리의 도리유?

 아버          장차 준이가 장가들면 며느리를 거느릴 거 아냐.

 어머          아 그 때 시어머니로서 가르쳐 줘라 이거예요?

 아버          그렇지.

 어머          며느리의 도리도 모르고 시집오는 색시, 내 며느리로 받아들일 것 같아서 그래요?

 준이          그러게나 말예요.

 준이          아니 인석 나서긴?

 준이          체, 시부모님 모실 줄 모르면  제 색시 자격 없단 말예요.

 (E)            도어 탁탁 여닫고 나간다.

 아버          허허 녀석 효자네!

 어머          흥, 당신 닮아서 말만 앞세운 거라구요, 저 녀석이...

 아버          듣기 싫어 여보!

 어머          호호 건 그렇구요. 나 또 한가지 배웠다우.

 아버          배우다니 뭘?

 어머          할아버지께서 한마디 덧붙이셨다지 뭐유?

 아버          아니 뭐라구?

 할아          부모나 시부모는 아들과 자부에게 힘든 일거리가 있을 때 그들을 사랑한 나머지 시키기가 애처롭다 할지라도 피해서는 안 된다. 잠기 휴식을 취하게 할지언정 완성시켜야 한다 했어요. 그래야 의지를 기를 수 있고 훌륭한 솜씨와 지식을 얻을 수 있거든.

 아버          저런, 그 말씀 좋은 말씀이군.

 어머          그렇죠?

 아버          괜히 안스럽다고 하던 일 집어치우게 하구, 애초부터 시켜 버릇하지 않으면 영영 일할 줄 모르는 거 아냐?

 어머          그래서 내 우리 집에서두요, 꼭 실천에 옮기도록 할 거라구요.

 아버          우리 집에서도?

 어머          네.

 아버          거 좋은 생각이다. 그래 당신 준이가 외아들이라고 괜히 어려운 일 안 시키구 시키다가도 중도에서 포기하고 그러는데 ..

 어머          준이 얘기가 아니라구요.

 아버          어째?

 어머          바로 당신! 그 의지박약, 그 작심삼일도...

 아버          아니 이 사람이?

 어머          그게 다 따지고 보니까 내가 너무 마음이 약해서 나쁜 버릇이 되었는데요, 이제 앞으론...

 아버          알았어 알았다구요. 야 어쩌다 며느리 훈계하는데 내가 말려들었담! 기가 막혀서 정말.

 어머          호호호.

 (M)            -

 A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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