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즐거운 우리집> (89/1/28)

 

 

 

        「남을 도우면 이익 본다」

 

                                                                              박서림 작  임영웅 연출

 

 (M)            주제가

 ANN            -

 (M)            OUT

 상희          (밖에서) 얘 준아 준아.

 준이          왜?

 상희          너 잠깐 나와 봐, 상의할 일이 있어.

 준이          뭐라구? 상의할 일이?

 상희          어서 자와 보래두.

 준이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하며 가서)

 (E)            대문 여닫는 소리.

 아버          아니 상희가 상의할 일이 무슨 일일까?

 어머          글쎄요.

 아버          설마 하니 무슨 나쁜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겠지?

 어머          말조심하세요. 상희가 그런 애예요?

 아버          그러게나 말야.

 (M)            -

 상희          너, 방학이 끝나면 학교 가게 된다는 건 알고 있지?

 준이          에이 그걸 모를 사람이 어디 있어?

 상희          방학 끝나고 학교가게 되면 친구들 다시 만날 거 아냐.

 준이          에이 참 뻔한 얘기만.

 상희          친구들 만나게 되면 할 얘기가 많을 거 아냐?

 준이          물론이지 방학동안에 겪은 일들.

 상희          그 중에서도 어떤 얘기를 하고싶겠니?

 준이          웃겼던 얘기 할 거야. 실수한 얘기두, 그래야 애들이 웃거든.

 상희          실수한 얘기나 실없는 얘기만? 그럼 창피한 생각이 들 텐데 ...

 준이          그러니까 실수한 얘기만 하나 뭐? 자랑도 하지. 자랑도 많이 할거야.

 상희          자랑할 일이 그렇게  많았어?

 준이          그럼, 아빠하고 구경도 갔었구, 엄마다 큰 맘 먹구 그리구 응, 축구시합에서 내가 골을 얼마나 많이 넣었는데.

 상희          겨우 그게 자랑이란 말이지?

 준이          그럼.

 상희          나 같으면 그런 건 자랑이라고도 말 안 해. 괜히 뻐기는 거지.

 준이          뻐기는 게 자랑하는 거지 뭐.

 상희          아냐. 진짜 자랑스러운 것은 겉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남을 돕는 일이구 남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인 것 같애.

 준이          어떻게 하면 남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건데?

 상희          너 남의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하겠니?

 준이          응, 할거야. 자랑스러운 일인데 안 할 사람 어디 있어.

 상희          방학 동안에 그런 일 한가지 하면 뜻이 있겠지?

 준이          그럼.

 상희          그럼 나 따라와 봐. 구체적으로 상의해보자.

 준이          응 좋아.

 (M)            -

 여             아이 아이들이 무슨 꿍꿍이 속인지 모르겠어요.

 모,어머      아니

 어머          무슨 꿍꿍이속이라뇨?

 여             방금 우리 경이랑 철이가 들어오더니 저한테 그러지 뭐예요. 저금통 털어도 되겠느냐구요.

 모,어머      어머나.

 어머          경이랑 철이두요?

 여             꼭 쓸 데가 있어서 그러는데 뜯어도 되느냐구요.

 어머          아이 우리 준이도 그랬는데.

 여             준이두요?

 어머          네. 준이도 좀 전에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저금통을 들고 나서길래 너 왜 그러느냐. 그랬더니요. 엄마 보고만 게세요. 제가 꼭 할 일이 있어서 그래요. 이러는데 글쎄 어쩐지 말릴 수가 없대요.

 모             어머나 그럼 상희가 자기 혼자만 그런 게 아니라 애들한테까지...

 여             아니 그럼 상희두요?

 모             네 저금통장에서 돈 조금 찾겠다고 그러면서 나가더라구요.

 어머          아유 그럼 넷이서 뭔가 분명히 꾸미고 있는 모양이다.

 모             네.

 여             뭘 하려고 그럴까요?

 모             아마 틀림 없을 거예요.

 어머          틀림 없다뇨?

 모             아침에 우리 집에서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어머          그런 일이라뇨?

 모             오늘따라 아침 산책에서 돌아오시더니 아버님께서 안색이 무척 우울해 보이시지 뭐예요.

 어머,여      어머나.

 여             어디 편찮으시기라도...

 모             편찮으신가 했더니 그게 아니구요,

 어머,여      네.

 할아          (한숨 섞어) 그런 딱한 일을 우리가 모르고 있었다니...

 할머          아니 그런 딱한 일이라뇨?

 할아          얼마 전에 발표된 게 있었잖아? 서울 변두리에 절대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람들의 얘기.

 할머          네 있었죠.

 부             월 5만 원의 수입으로 근근이 지내는 세대가 다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고모          무엇보다 의료혜택을 못받고 있는 게 딱하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할아          근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동네에도 딱한 이웃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까 알아냈지 뭐야.

 할머          아니 우리 동네에요?

 할아          응.큰 길 건너 언덕에.

 상수          상희야. 네 친구도 거기 산다고 하지 않았니? 소녀가장으로 ...

 상희          응.

 할아          그래도 그 애는 보호나 받고 있지.        

 할머          이니 그럼 남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이가 있다는 거예요?

 할아          이사한 지 얼마 안돼서 낯도 설거니와 가장이 그만 갑작스런 병이 나서 고초를 겪고 있다는구먼.

 부             그렇건 동회에라도 알려서 무슨 구제대책이라도 세우도록 해야겠군요.

 할아          그러자고 의견을 모았으나 시간이 되는 대로 조치들을 취하겠지만 그 동안 얼마나 막막했을까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말이야. (FO)

 어머          어마나 그런 일이 있었어요?

 부             그 얘기 듣고 상희가 조심스럽게 그 집이 어디냐고, 학교 다니는 아이는 없느냐고 관심을 쏟더니 아마 자기 딴에는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을 한 모양이군요.

 어머          아유,아이들까지 그렇게 쏟는다면 우리도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 아녜요?

 모             그러잖아, 저도 부인회에 이 사실을 알릴 참이었어요.

 여             당장 서둘러야겠네요.

 모,어머      네.

 (M)    -

 할아          저런 부인회에서까지?

 할머          네.

 할아          모두 나설 필요 없을 텐데 동회에서도 최대한으로 돕기로 했다는데.

 할머          영감이 아침새벽부터 근심에 싸여 있는데 에미라고 가만히 있었을 것 같아요?

 할아          아무튼 고마운 일이구먼, 그리구 큰 이익들을  본 게야.

 할머          큰 이익을 보다뇨? 누가요? 오늘 도움받은 식구들이요?

 할아          누가 도움받은 사람이 그렇대?

 할머          그럼요?

 할아          구호의 손길을 뻗친 이웃들, 부인회원들, 그리구 상희랑 준이랑 경이랑 철이랑...

 할머          아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하찮은 것 같아도 모두 없는 살림에 현금이랑 양식이랑 심지어 옷가지까지 내 주는 사람이다 있다고 그러던데.

 할아          그러니까 이익을 봤다는 게지.

 할머          그게 어떻게 이익이 될 수있어요? 손해면 손해지?

 할아          임자 생각엔 그게 손해로 생각되지? 허나 천만에, 큰 이익을 본 게야.

 할머          글쎄 어떻게 해서 그게 이익이 됩니까?

 할아          그야 당장 현실적으로 지출이 있으니까 손해 본 느낌이야 들겠지.허나 오늘 그 집을 도와준 이들이 자기가 모은 푼돈, 자기가 하찮게 생가했던 양식과 옷가지로 무엇을 했느냐를 생각한다면 생각이 당장 바뀔 거야.

 할머          아니 그러니까...

 할아          그들은 오늘 한 이웃 세대의 생명을 살린 거야. 그 집에 병들어 누워 있는 가장을 위해 동네 의사 선생님이 무료치료를 자청했다니 그 병자의 목숨을 살려 줬을 뿐만 아니라 이웃들이 추위를 덜어 주고 굶주림을 막아 준 게야.

 할머          그야 그렇죠.

 할아          그 때 그들은 무엇을 생각할 거야. 내가 나눠 준 이 소액의 현금, 한줌의 양식, 한 벌의 옷이 이게 아주 값싼 것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구나. 한식구의 목숨을 건질 만큼 값비싸고 소중한 것이로구나. 그 귀한 값어치를 알았으니 앞으로 돈이고 양식이고 아무렇게나 낭비하겠어? 아니면 금 쪽처럼 아껴서 쓰겠어?

 할머          그야 아껴 쓰겠죠.

 할아          설마 하니 에라 주말이니 유명한 뷔페에 가서 식도락이나 즐기자, 에라 겨울엔 온천이 좋다니 온천에 가서 푸욱 쉬자, 에라 해외여행이 유행이라니 나도 빠질 수 있나, 하고는 누구는 한달 내내 벌어야 겨우 얻을 수있는 돈 하루한순간에 눈 하나 깜빡 안하고 써버리는 그런 사람이 될래야 될 수가 있겠어? 남을 도와 보지 못한 사람은 그 이치를 모르고 여전히 하찮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번 도와 본 사람은 그 값어치를 알 테니까.

 할머          (헛기침)

 할아          어때? 이래도 손해라고 할 수 있겠어? 도덕이 어떻구 이웃사랑이 어떻구 그런걸 따지기 전에 순전히 수지계산만 하더라도 오늘 모두 큰 이익들을 본 거야. 안 그래?

 할머          아이구 예. 알아들었습니다. 영감 말씀 듣고 앞으로 고통받는 이웃 있으면 당장 뛰어가겠어요. 이웃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내 이익을 위해서요.

 할아          글쎄 그러라니까. 허허허.

 할머          호호호.

 (M)            -

 ANN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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