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즐거운  우리 집> ( 89/4/13)

 

 

 

       「꽃피는 봄날엔 」

 

 

                                                           박서림 작   임영웅 연출

 

 

 (M)            주제가

 ANN            -

 (M)            OUT

 상희          아, 할아버지 산책에서 언제 돌아오셨어요?

 할아          응. 방금.

 할머          (오며) 돌아오셨음 곧 올라오신 일이지 왜 뜰 가에 서성대고 게시는 거예요?

 할아          응? 응. 여기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있느라고..

 상희          앗 꽃잎 아녜요?

 할아          그래

 고모          그새 꽃잎이요?

 할아          이것 보렴.

 상수          와, 목련 꽃잎이네요.

 부             간밤에 바람이 불더니 그새 하얗게 이렇게 깔려 있군요.

 할머          꽃피는 봄날엔 바람이 많다더니 이를 두고 하는 소리구려.

 할아          (한숨 섞어) 그래요. 꽃피는 봄날엔 바람이 많고 잘생긴 여인에겐 못난 남편이라...

 고모          네? 잘생긴 여인에겐 못난 남편요?

 할아          돈 많은 집에는 자식이 없고 자식 많은 집에는 돈이 없더라.

 고모          (웃으며) 네에?

 할아          높은 자리는 무능한 사람이 차지하고 어진 사람에게는 자리가 없고.

 할머          뭐예요? 높은 저리는 무능한 사람이 차지하고 어진 사람에겐 자리가 없어요?

 할아          그래요. 세상일이란 모두 완벽하고 만족스러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모자라고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다는 거 우린 미리 알고 살아야 하는 건지도 몰라.

 모두          (적절히) 네.

 (E)            (달리는 버스 안)B.G

 아버          어르신네께서 그런 말씀을요?

 부             응, 그 말씀 듣는 순간 어쩐지 뜨끔하니 뒤를 돌아보게 되지 뭐야.

 아버          아니 뒤를 돌아 보시다뇨?

 부             높은 자리는 무능한 사람이 차지하고 어진 사람에겐 자리가 없다는 대목에서 말야.

 아버          아니, 그 말에 왜 선배님이 뜨끔하셨다는 겁니까? 오히려 그 반대의 느낌이 드셨을 텐데요?

 부             뭐? 반대의 느낌?

 아버          안 그렇습니까?  전 평소에 느끼고 있었습니다. 인격 면에서나 식력 면에서나 선배님은 능히 좀 높은 자리에 게실 분인데 아직도 과장의 자릴 지키고 게시는 건 어디까지나 불공평하다구요.

 부             이게 무슨 소리야? 난 항상 생각하고 있다구. 내가 과연 과장자리에 합당한가 하구.

 아버          지나치게 겸손한 것도 결코 좋은 일은 못 된다고 했습니다. 선배님이 과장자리에 합당하지 못하다뇨?

 부             과장자리에 합당하다 해도 그래 .난 과연 누구를 추천하거나 과 직원을 다루는데 있어서 공정했고 현명했느냐 했을 때 어쩐지 언제나 미흡한 생각이 들곤 하거든.

 아버          미흡하시다구요?

 부             응. 흔히 사람이 없어 사람이 없어 하고 불만만 늘어놓고 전작 시력있고 착실한 사람을 찾아내는 데는 인색한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그런 사람과 뭐가 다른가 반성하게 되거든. 좋은 자리 있을 때 그에 맞는 사람을 찾아서 그를 추천하지 자리를 도둑질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는 말이 있는데 말야.

 아버          야 아무튼 선배님 언제나 겸손하고 사리 깊으신 건 알아 모셔야겠습니다,

 부             겸손하고 사리 깊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이런 정도는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니겠어?

 아버          글쎄요.

 (M)            -

 어머          잘생긴 여인에겐 못난 남편이라구요?

 모             네.

 어머          저야 뭐 원래 못난 것이니까 남편 잘나고 못난 것을 따지 자격도 없구요.

 여             (웃으며) 아주머니두.

 어머          그 다음엔 뭐랬죠?

 모             돈 많은 집에는 자식이 없고 자식 많은 집에는 돈이 없다구요.

 어머          가만있자. 그럼 우린 어디에 해당되는 거예요?

 모             어디에 해당되다뇨?

 어머          돈은 많은데 자식이 없는 집에 속하는 것도 아니고 자식은 많은데 돈이 없는 집에 해당되는  것도 아닌데?

 여             아들 하나에 쪼들리지 않고 알뜰하게 살고 게시는 집이죠 뭐.

 모             네 그렇네요.

 어머          아이 아녜요. 자식도 하나문 없는 거나 마찬가진데  자식 주렁주렁 연연생으로 매달린 집 만큼이나 가난하니 한심한 생각이 드네요.

 모.여         왜 이러세요?

 여             아줌마네가 가난하다면 부자 없겠네요.

 모             뉘 아녜요.

 어머          아니에요. 이 기회에 깊이 반성할 거예요. 우리 가 아직 어린 준이 하나를 기르고 사는데도 저축해둔 게 별로 없고 아직 절약할 여지가 많은데 절약 않고 살고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구요. 두고 보세요 앞으론 더 알뜰하게 살 테니까.

 여             아유 무섭다.

 모             호호 나쁠 건 없네요. 그 말씀 듣고 반성의 계기로 삼으셨다면.

 어머          글쎄 두고 보시래두요.

 (M)            -

 준이          엄마 엄마 어디 게세요?

 어머          나 여기 있다 왜?

 준이          어서 와서 전화 받으세요. 전화 왔어요.

 어머          전화라니? 어디서 왔는데?

 준이          아빠세요.

 어머          뭐. 아빠? 아빠가 웬 전화니?

 준이          여기 있어요.

 (E)            수화기 주고 받는다.

 어머          어쩐 일이유? 퇴근시간 지났는데 돌아올 생각은 안 하시구?

 아버          (필터) 당신 무조건 나와!

 어머          아니 느닷없이 건 또 무슨 소리유?   

 아버          느닷없이가 아냐. 준이 데리고 당장 나오라니까.

 어머          덮어놓고 나오라면 어떻게 나가우? 육하원칙 몰라요. 당신?

 아버          나 여기 버스 종점인데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입은 채로 준이 데리고 나오라니까.

 어머          글쎄 왜요? 버스 정류장까지 왔으면 집으로 돌아올 일이지.

 아버          어허 말이 많다. 이유는 나와 보면 알 거 아냐.

 어머          이유를 알고 말고 우선 저녁이나 먹고 어디 가든지 산책을 하든지 합시다. 우선 돌아와요 여보.

 아버          이런! 당신 저녁 짓기 귀찮을 것 같아서 내가 저녁 살 작정으로 전화를 걸고 있는데 뭐라구? 저녁이나 먹구?

 어머          뭐라구요? 저녁 살 작정이라구요?

 아버          그렇다니까.

 어머          아니 이이가 정신이 있나 없나, 우리가 지금 외식할 때유?

 아버          어허! 말이 많다. 남편이 나오람 나올 것이지.

 어머          뭐예요?

 아버          당신 진짜 좀 잘생겼다고 남편을 이렇게 못난이로 만들 거야?

 어머          뭐라구요?

 아버          남편 병신 안 만들려거든 여러 소리 말고 당장 나와. 알아들어?

 어머          이이가 근데?

 아버          알았지? 버스 종점으로 나옴 돼! (전화 끊는다)

 어머          아이참 이이가 근데?

 (M)            -

 모             어머나 그러니까 준이 아빠께서 그러신 것은...

 어머          저를 아주 잘생긴 여자라고 치부해 놓구요, 잘 생긴 여자에겐 못난 남편이라구 못난 남편이 될 수있느냐구, 저녁쯤 척척 살 수 있는 남편임을 과시하고 싶어 그랬대나요?

 여             아유 아줌마. 기분 좋으셨겠다. 아무튼 잘생기신 여인으로 인정을 받았으니 말예요.

 모             호호, 네, 그래서요. 외식은 하고 들어오셨어요?

 어머          웬걸요. 당신이 그런 뜻으로 우리를 불러냈거든 그냥 들어갑시다. 자기를 과시하는데 외식쯤 시킨 것으로 난 척하면 그야말로 째째한 남편에 속하니까 그 돈으로 반찬거리나 사가지고 집에  가서 실컷 먹읍시다. 그랬죠.

 모             정말 그랬어요?

 어머          그럴까 하다가 그럼 이이가 도 토라질까 봐서 달랬죠 뭐. (귀엣말처럼) 여보, 당신이 날보고 미인이라니 그것만으로 대만족이우. 그 뜻으로 내 손수 조리한 요리를 해 줄 테니 어서 들어갑시다. 이 근처 어디 그럴듯한 식당도 없는 형편 아뉴? 이러구선 소매를 끌었더니 그냥 끌려 오지 뭐예요?

 모,여         호호 저런요.

 어머          그래서 제가 뜻한 바대로 알뜰한 살림도 할 수 있었구 기분도 미상불 싫지도 않구 그랬대두요.

 여             아이 부럽다 은근히...

 모             뉘 아녜요.

 모두          (웃는다)

 (M)            -

 ANN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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