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즐거운 우리집> (89/4/10)

 

 

 

         「군자의 조건」

 

      

                                                                             박서림 작 임영웅 연출

 

 (M)            주제가

 ANN            -

 (M)            OUT

 상희          할아버지, 진지 잡수세요.

 할아          오냐.

 상희          아빠 진지 잡수세요.

 부             그레 간다.

 상희          고모.

 고모          나 여기 있다.

 상수          나도 여기 있구.

 모두          (웃으며 앉는 모양)

 할아          자들 들자꾸나.

 모두          네.

 (E)            (식사시작)

 할아          이렇게 아침을 들고 있자니까 박 영감도 지금쯤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구먼.

 할머          박 영감이라뇨?

 할아          그 집 막내가 이번에 직장을 옮겼대.

 할머          직장을요?

 할아          응 공무원 직을 얻어서 오늘부터 츨근을 한대는구먼.

 할머          저런요.

 할아          전의 직장이 신통치 않아서 항상 불안해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안정된 자리를 얻게 되니 한시름 놓았다고 우리 몇을 초대하지 뭐야.

 할머          참 토요일 그 댁에 가신다고 그랬었죠?

 할아          응.

 고모          초대까지 받아서 가셨음 한 말씀 하셨겠네요.

 할아          그러잖아 한마디 해 달라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하긴 했는데 그게 요즘 시대에 맞기나 할는지는 좀 꺼림칙하구먼.

 할머          또 공자님 말씀이라도 늘어놓으신 거군요?

 모두          (킬킬)

 상수          무슨 말씀을 인용하셨는데요?

 할아          예기에 있는 말인데 어쩐지 잊혀지지 않는 구절이 있길래 그걸 말해 주었지.

 상수          뭐라고  되어있는데요?

 할아          에헴, 군자는 벼슬을 지내면 농사를 짓지 아니하고, 사냥을 하게 되면 물고기를 잡지 않으며, 계절의 음식을 먹어도 진귀한 것을 힘써 구하지 않는다.

 상수          네.

 할아          어때. 이 말뜻을 이해할 수 있겠니?

 부             뭔가 독점하지 않고 양보를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은데요.

 고모          네 벼슬을 하게 되면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것은 녹을 받았으면 그 녹봉으보 살아갈 일이지 농사까지 지어서 재산을 더 모을 생각을 말아라. 하는 뜻 같아요.

 모             사냥으로 짐승을 잡았으면 더 보태서 물고기 잡을 생각을 말고 물고기는 딴 사람이 잡아서 먹을 수 있게 양보하라는 뜻도 되겠네요.

 부             적어도 벼슬자리에 있으면 가난한 백성처럼 검소하게 먹을 것이지 쓸데없이 귀한 음식으로 식도락이나 즐겨서야 쓰겠느냐 그 얘기 같기도 하구요.

 할아          나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할머          그 치만 원 요즘 세상엔 도무지 맞지 않는 것 않는 소리 같구랴.

 할아          그럴까?

 할머          아 안 그래요? 공무원으로 월급 받는다고 딴 일 안 하면 가난을 면 치 못할 텐데 부업도 하지 말라는 뜻 아녜요?

 고모          호호 네.

 할머          게다가 사냥이든 고기잡이든 많이 잡히면 무엇이든지 잡고 볼 일이지 사냥했다고 물고기 안 잡구, 물고기 잡았으니 사냥은 남한테 양보하자. 쯧쯧 그건 사람 입에 풀칠하기 힘들지 무슨 소리예요?

 모두          (킬킬)

 할아          그래 내 처음에 너무 시류에 안 맞는 소리 같다고 하지 않았나? 허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말이 덮어놓고 케케묵은 소리같이 만은 아닌 것 같애.

 할머          어떤 면에서요?

 할아          아주 옛날엔 농사꾼이 농사를 짓되 벼를 베어 거두어들일 때 거둬들인 것을 몽땅 자기 곡간에 넣어 버리지를 않고 벼 몇 단쯤 못이기는 논에 떨어뜨리고 가거나 혹은 벼를 베다가는 모조리 베지를 않고 구석의 일부를 일부러 남겨 놓도록 했다는 게야.

 상수          일부러요?

 할아          응.

 상수          왜요?

 할아          그렇게 남겨 두게 되면 남편 잃고 혼자 자식 기르는 과부나 혹은 병들어 가난을 면 치 못하는 이들이 들에 나가 그것을 거두어 호구지책으로 삼았다 그런 얘기지.

 상수.고모   아 네.

 할아          우리 소시적만 해두 가을걷이할 때 이삭만 주어도 꽤 양식이 되지 않았어?

 할머          그건 그랬죠.

 할아          농사꾼조차 농사를 짓되 이런 마음의 여유를 갖고 농사를 지었는데 세칭 군자라는 이가 벼슬없이 농사를 짓다가 벼슬 얻어 녹봉을 받게 되었으니 그 위에 무엇을 바라겠어?

 상수          그래 농사는 딴 사람에게 맡기고 자기는 녹봉에 만족하면서 근무에 충실해야 한다 그 말씀이군요?

 할아          그래요. 그리구 사냥을 했으면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는 것도 그래요. 자기 혼자 이것도 저것도 독점을 할 것이 아니라 남의 몫도 남겨 줄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어?

 고모          요즘 문어발식 기업확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에 해당되는 얘기 아녜요?

 부             정말 그것과 상통하는 얘기 같다.

 상수          네.

 모두          (가볍기 웃고)

 할아          계절음식을 먹어도 진귀한 음식을 먹지 말라 한 것도 그래요. 같은 예기에 일려 있는 것을 보면 옛날에는 천자는 한번 먹고 배부르다 하고, 제후는 두 번 먹고 배부르다 하며, 대부는 세번 먹고 배부르다 했고, 그러나 자기 힘으로 벌어서 먹고 사는 이는 수없이 먹어도 된다고 했어요.

 모두          네.

 할아          그러니 모름지기 공직에 있는 이는 먹을 것도 검소하게 먹어야 도리다  그런 얘기지.

 할머          (피식 웃으며) 그렇게 하나하나 듣고 보니 그럴듯하기는 하구려.

 모두          (킬킬)

 할아          요는 우리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이웃이 있고 사회가 있고 나라가 있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고 자기 분수 껏 자기 직분에 맞게 열심히 살아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애.

 모두          네.

 (M)            -

 아버          야 그 말씀 들으니 난 과연 군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머          뭐예요? 당신이 군자요?

 아버          생각해 보라구. 비록 박봉이나마 월급은 받고 있다구. 내가 농사를 짓고 있어? 그렇다고 당신이 부업을 하기를 해. 따라서 나는 군자요.

 어머          기가 막혀.

 아버          또한 사냥을 하거든 물고기를 잡지 말고 물고기를 잡거든 사냥을 하지 말라는 것을 충실이 지켜서 낚시질로 물고기를 낚을망정 어디 사냥한 적 있느냐구.

 준이          아빠 돈 생기면 당장 사냥총 사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버          그 날이 바로 낚시도구 다 너한테 인계하는 날이다.

 준이          네에?

 아버          진짜야.

 어머          흥 말이나 못해야지.

 아버          게다가, 내가 먹는 음식 ...얼마나 검소해? 당신 그 음식솜씨면 아무리 좋든 재료를 써도 그게 그거겠지만.

 어머          아니 뭐예요?

 아버          아니 아냐. 재료만 좋으면 그야 산해진미 만들어 놓겠지. 허나 우리가 얼마나 절약하느냐구.

 어머          그러니 아무리 따져 봐도 당신은 군자다 이거구려?

 아버          안 그래?

 어머          네, 허기사 턱없이 인심만 많아 가지고 이것저것 가릴 것없이 돈 벌 생각 안 하구, 할아버지 영향 받아 선지 못 살면서도 더 못사는 사람 이해하려 애쓰구 ,,,그리구  마음씨 착한 면에선 인정할 만해요. 허나.

 아버          허나 뭐야?

 어머          군자라니 양심에 꺼리키지 않아요? 과연 내가 군자다 하고 큰 소리칠 수 있겠느냐구요.

 아버          헤헤, 그저 해본 말이지 내가 어디 감히 군자? 그 치만 두고 봐. 어떻게 든 군자 가까이에 접근할 수있도록 수양을 쌓을 테니까. 두고 보라구.

 어머          두고 봅시다. 그 술, 그 오락, 그리구 잦은 신경질. (FO)

 아버          글쎄 두고 보란 밖에. (FO)

 여             (귀엣말) 가만히 듣고 있자니까 뭔가 발전은 있을 것 같죠?

 모             네. 산꼭대기는 못 올라가더라도 중턱까지는요.

 여             그게 어디예요?

 모             허긴요. 호호호.

 여             호호호.

 (M)            -

 ANN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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