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국화꽃을 바라보며」

 

 

 

                                                        박서림 극본  박양원 연출

 

 

                나오는 사람들

 

                할아버지

                할머니

                부

                모

                고모

                아빠

                엄마    

                준이

 

 

 (M)            B.G

 ANN            -

 (M)            OUT

 

 할아   자, 이제 모두들 나갔느냐?

 모      네. 아이들은 학교 가구 아범은 회사 나갔어요.

 고모   (OFF) 아버지 전 오늘 쉬는 날이에요.

 할아   오 참 너 오늘 쉬지? 마침 잘 됐다.

 고모   (오며) 마침 잘 되다 뇨? 아버지.

 할아   오늘 우리하고 할 일이 있어요. 도와줄 수 있겠지?

 고모   할 일이라뇨 아버지.

 할아   글쎄 도울 수 있겠지?

 고모   네, 별일 없을 것 같긴 하지만....

 할아   그럼 됐다. 허허.

 할머   아니 무슨 일을 가지고 그러세요?

 할아   무슨 일이긴. 내일 모레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이에요.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하잖아?

 할머   네.

 할아   그러니 우리 온 식구 겨울 날 준비를 미리미리 해야지 무슨 소리야?

 할머   영감도 참! 아 우리 식구들 겨울 날 준비야 영감아 걱정 안 하셔도 애비 에미가 다 알아서 할 텐데 멀 그러세요?

 할아   이런 원, 사람만 식군가?

 할머   네에?

 할아   내가 지금 말하는 우리 식구란 사람들을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니에요.

 모.할머   아니...

 할아   화분에 심어진 소철, 팔손이, 몬스텔라, 군자란, 용설란, 석류, 무화과, 아 거기에다 대국(大菊), 중국, 소국, 갖가지 국화 등등...

 모      호호. 아버님도..

 할아   허허 서리가 내리기 전에 들여놓을 건 들여놓아야 하구 거름도 좀 주구 약도 뿌려야 한다구요. 화분도 깨끗하게 닦아 줘야 하구...

 할머   아이구, 그 얘기 하시니까 어쩐지 심난해지는구랴.

 할아   심난해진다는 건 또 뭔구?

 할머   원 화분두 한두 개라야지 저기 모여 있는 게 저게 몇 개예요?

 모      틈만 있으심 꺾꽂이 하시구, 씨뿌리시구, 포기 나누기로 번식을 시키시니까 그렇죠.

 할머   글쎄, 적당히 번식시키는 거는 모르지만 너무 번식시키다 보니까 꼭 자식 많은 사람 살림 주체 못하는 것 같아서 그러지 않니.

 모      호호.

 할아   그럼 화초도 사람 모양으로다 가족계획이라도 해야 쓰겠다 그런 얘긴가?

 모두   (웃고)

 할아   미안하지마는 사람의 가족계획은 절대 찬성! 그러나 화초나 나무의 가족계획은 절대반대야!

 모두   (웃는다)

 할머   그렇지만 너무 많으니까 물 한번 주는 데도 뻑적지근하잖아요.

 할아   물 한번 주는데 뻑적지근하니까 그래 운동이 되잖아. 이따금 친구 찾아오면 화분 하나쯤 들려 보내는 것도 낙이구...

 할머   겨울 닥쳐서 화분 옮겨 놓는 일은 이제 질렸어요.

 할아   그렇다면 임자는 보고만 있구려. 우리끼리 할 테니까.

 모      네 그러세요. 어머님. 고모랑 제가 도와 드리면 돼요.

 할머   원, 그렇다구 내 성미에 그냥 앉아 있을 수야 있니? 에그 이래저래 사람이란 평생 뭔가를 기르며 살기 마련인가 봐.

 할아   허허, 뭔가 기르고 살아야지. 아 기르는 재미, 기르는 정성을 빼 버리면 사람 살 맛이 어디있게?

 할머   세상 사람들이 다 영감만 같으면은 원 새삼스럽게 자연 보호 자연 보호 안 해도 되련만...

 할아   허허허. 여부 있나!

 모두   (웃는다)

 

 (M)            -

 

 할아   자 이제 대충 화분정리가 다 됐나?.

 모.고모        네! 호호.

 할아   허허 됐어요. 수고했어요.

 할머   (약간 OFF) 여기 몇 개 남았잖아요 국화화분이...

 할아   (OFF에 대고) 응. 그건 따로 보낼 데가 있어요.

 할머   따로 보낼 데라뇨?

 할아   아 일 시작하기 전에 시구가 너무 많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양자로 보내려고 말야! 허허.

 모.고모        (웃는다)

 할머   뭐라구요 나 참 (함께 웃는다)

 모      아버님이 자주 들르시는 노인정 하구요, 그리구 이웃에 나눠 드리겠대요.

 할아   올핸 국화도 꽤 잘됐으니 우리만 볼 것이 아니라 나눠 보면 좋지 않겠어?

 할머   그러실 줄 알았어요.

 할아   나 아거야 허허허.

 모구   (웃고)

 고모   아버지.

 할아   왜?

 고모   근데 이 분무기는 왜 준비하셨어요?

 할아   왜 준비하긴, 마지막 비료를 줘야지, 내년에 병이 없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약도 뿌려주기도 허구...

 고모   모두 싱싱해 보이는 데두요?

 할아   그래두 정기적으루 약을 뿌려주구 그래야 돼요.

 고모   (미소) 그러니까 사람도 병이 나기 전에 예방위생이 필요하듯이 요?

 할아   허허, 사람이나 화초나 다를 게 없대두 그러는 구나.

 고모   호호, 그럼, 이 분무기로 제가 약을 뿌릴 게요.

 할아   아 가만!

 고모   왜요?

 할아   그건 이따 상수 상희 오거든 기키자꾸나.

 할머   그건 또 왜요?

 할아   왜긴 아이들도 배워야 할 것이 아닌가? 아이들 때부터 화초나 나무를 가꿀 줄 알구 사랑할 줄 알아야 장차 커서도 고상한 취미를 가질 수 있어요.

 할머   은근히 자랑이시구랴.

 모두   (가볍게 웃고)

 할아   아 그럼, 나이 들어서 무엇으로 소일할까 쩔쩔매는 사람보다 화초 하나라도 제대로 가꿀 수 있는 게 얼마나 낫게.

 모      그러고 보니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아범부터 화초에 취미를 붙이도록 해야겠군요.

 할아   아 그래도 애비야 꽤 취미 있잖아?

 모      화초에 물 주라면 이 핑계 저 핑곈 걸요.

 할아   허허허. 그럼 이번 일요일날 정리할 걸 그랬나? 허리가 아프도록 큰 화분 나르게?

 모두   (웃는다)

 

 (M)            -

 (E)            저화 벨.

 (E)            수화기 들고,

 

 아빠   아 여보세요?

 엄마   (필터) 당신이요, 나예요.

 아빠   어? 아니 어쩐 일이야?

 엄마   (애교) 퇴근시간 다 됐잖우. 그래서 걸었어요.

 아빠   그래서 걸다니?

 엄마   당신 특별한 일 없음 일찍 들어 오라구요.

 아빠   왜? 무슨 일이라도 있다는 얘기야?

 엄마   무슨 일이 있다 기 보다 두요, (웃음 지으며) 술 한잔 할 일이 생겼으니 어서 들어오세요.

 아빠   뭐, 뭐야? 술 한잔 할 일?

 엄마   네! 딴 약속 있음 미리 말씀 하구요.

 아빠   아,아 아냐! 술 마실 일이 있다는데 딴 약속이 있을 수 있나?

 엄마   호호 당신두....

 아빠   헤헤, 곧장 들어갈 게 응? 곧장 들어갈 테니까!

 

 (M)            -

 (E)            골목 입구.

 

 부      아내 뭐? 술 마실 일이 있다구?

 아빠   (필터) 네, 분명히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부      으흠, 술 마실 일이라?

 아빠   헤헤헤, 그래서 내 선배님보고도 일찍 들어가자고 그런 겁니다.

 부      그렇다고 나까지?

 아빠   아 그럼요, 이웃에 살면서 저 혼자만 마실 수야 있나요?  

 부      정성은 고맙네 마는 혹시 뜻밖에 손님이 와 게시다면은 난 낄 수 없잖아.

 아빠   아, 못 끼실 게 뭐 있습니까? 인사하면 다 친지가 되는 법인데요. 누군 뭐 처음부터 알고 지내나요?

 준      어, 아저씨 이제 돌아오세요?

 부      오냐 오냐.

 준      아빠 이제 돌아오세요?

 아빠   그래.

 

 (M)            -

 

 부      아니, 그러고 보니 손님이 아니라 저거였군요.

 엄마   (웃음지으며) 네.

 아빠   야, 좋다! 갖 피어나기 시작한 국화라.

 엄마   저걸 요 올 봄부터 할아버님께서 얼마나 정성으로 가꾸셨는지 아세요? 하루에 두 번씩 꼭 꼭 물을 주시구요, 분갈이를 해 주시구요, 줄기를 잡아 주시구, 대를 세워 주시구 아유 그야말로 자식 기르듯이 정성을 기울이신 거라구요.

 아빠   원 그런 것을 이렇게 보내 주시다니 송구스러워서 어쩌지?

 엄마   하도 송구스러워서 제가 염치 없어 못 받겠습니다. 이랬더니 요, 양자로 모내는 거니까 항상 간감을 잘 하구 이것을 계기루 화초에 취미를 붙여 보라고 그러시잖아요.

 부      허허,

 아빠   어유, 그러셨어?

 엄마   네.

 아빠   그러고 보니 선배님 댁에 비하면 우리 정원은 너무 황량해.

 엄마   그럼요! 자식이라곤 우리 준이 뿐인데 쓸쓸하잖우? 우리 자식 많이 기르도록 해요.

 아빠   어ㅡ그러니까 화초를 자식 삼아?

 엄마   네

 부      허허 좋은 말씀이십니다.  비단 정원의 화초 뿐이겠어요? 산이나 들에 있는 나무나 꽃을 우리 식구라 생각하고 가꾸고 키워 나가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빠   그런데요 정말!

 엄마   그런 뜻으루요 할아버님께 약주 좀 사 올렸구요, 우리 집에서 약주상 조촐히 차렸으니 좀 드셔 보세요.

 아빠   야, 좋은데요!

 부      뉘 아냐! 아 피어나는 국화를 보며 술잔을 기울인다? 하하하.

 아빠   하하하.

 엄마   호호호.

 

 (M)            -

 ANN    -

 

                              KBS <즐거운 우리 집> 테입에서 채록 8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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