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박서림  [40년의 일기와 작품]


 

 청취자와 함께 울고 웃은 최 장수프로 <아차부인.재치부인>
             

        「5.000회를 맞으며」

                                                                          박 서 림

 

 

 

 1965년 2월 13일 (토)

 

 오늘부터 明朗家庭連鎖劇 <아차부인. 재치부인>이 RSB에 나간다.

 아침 7시 30분부터 10분간 (2.시 50분 再生). 演出 許素鄕 아차役 최응찬, 재치 役 박병호, 아차부인 役 임옥영, 재치부인 役 서계영. 할아버지 役 이춘사, 옥희 役 김세원, 해설 이장순 등  

 

 본격적인 연속극만 써오던 나로서는 처음 써 보는 프로여서 낯이 설고 苦役이 되리라. 그러나 앞으로 라디오에서 차지할 「홈.드라마」의 비중을 생각한다면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새 분야를 개척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보기로 한다.

 

 13년 전 趙南史, 金起八 兩作家의 뒤를 이어 101회부터 <아차재치>를 쓰게 되었을 당시의 나의 日記의 일절이다.

 그러니까 <아차부인.재치부인> 이 RSB의 전파를 타기 시작한 날자를 정확이 계산해 보면 1964년 11월 5일이 될 것이다.

 그 날부터 꾸준히 이어 오기 14년, 지난 7월 14일, 우리는 마침내 5.000회를 맞이했고 萬回를 향한 새 출발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돈으로 따져 5,000원이라면 참 하찮은 돈이다. (5.000만 원, 5.000억 원이라면 문제가 다르지만) 모래알로 5.000알이라면 한줌이나 될 것인가? 그러나 <아차부인.재치부인> 5.000회에 쏟은 PD, 연출자, 작가, 출연자, <스탭> 의 땀과 정성이야 어디 돈으로 따지고 하찮은 모래알에 비길 것인가?

 

  <몇가지 記錄>

 

 1, <아차부인.재치부인>은 국내 「홈.드라마」로서 最長壽 프로이다.

     (KBS <즐거운 우리 집> 4.000여회. MBC<해바라기 가족> 3.000회 가량)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5.000회를 끈 「홈.드라마」가 있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日本에 이와 유사한 <ウッカリ.チャッカリ>가 있었으나  5년으로 끝나

    있다.

 

 2, <아차부인.재치부인>은 청취율에 있어서 그 동안 계속 상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아무리 건전하고  바람직한 프로일지라도 청취율이 좋지 않다면

    이렇게 장수할 수는 없었을 테지...

 

 3, <아차부인.재치부인>은 많은 작가 많은 연출가 많은 출연자들로

    교체되었지만 그 가족성분에 변화가 없었고 일관된 家統(?) 을 꾸준히

    이어 왔다. (포맷의 변화가 없었음)

 

 4, 한 작가(朴西林)가 3.000회를 써낸 것도 (시튜에이션. 드라마에 관한 한)

    기록이다.

    (필자의 자기 P.R임)

 

 5, 기타, 총시간. 10분 x 5.000 = 50.000분 = 약 883시간 = 약 35일.

     (계속 들었다면 한 달이 꼬박 걸렸을 것임)

     원고 총 매수.

     23 x 5.000 = 115,000매 (但 印稅 全無)  

 

  <長壽 秘訣>

 

 「어디서 그런 얘기를 생각해 내세요? 참 머리 좋으셔... 」

흔히 이런 말을 듣는다. 칭찬하는 말이니까 싫지는 않지만 저항(?)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필자 뿐만 아니라 <아차재치>를 쓴 모든 작가들이 단순히 머리가 좋아 머리로만 생각해 가지고 끄적끄적 써 갈긴 것이 오늘까지의 <아차재치>였을까? 그것은 아니었다.

 보고 듣고, 함께 살았다. 단순히 보고 듣고 함께 산 것이 아니라, 보고 생각하고 듣고 생각하고 함께 살며 생각했다. 보고 듣고 함께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부지런히 읽을거리를 찾았고 샅샅이 읽었다.

 각 신문,주간지, 수필집, 고전, 일화집, 만화집, 체험기, 소설. 심지어 성경, 불경..... 그리고 웃음소(笑)자가 나오는 일체의 책, <유머>라는 낱말이 붙은 일체의 책 , 미담 가화에 관한 모든 읽을거리를 읽었다. 거기서 읽고 느낀 것 그리고 얻어진 자료를 <아차재치>의 틀에 맞추고 유머러스하게 승화(?)시킨 셈이다.  현대인은 읽기를 싫어한다. 그 읽기 싫어하는 것을 필자는 진땀 빼며 읽어서 듣기 쉽게 <유머>를 가미하여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엄격히 말해서 <아차재치>는 「드라마」로서는 완숙미가 부족하다 音樂에 和音이 있고 不協和音이 있듯이 「드라마」에도 協.不協의 「드라마」가 있다면 초창기의 <아차재치>는 協쪽을 지향했고 지금은 不協을 택하고 있다고나 할까? 옛날의 청취자는 완전하고 미끈한「드라마」를 찾았다. 그러나 지금의 청취자는 그런 미끈한 「드라마」쯤은 이미 졸업(?)한 뒤여서 「드라마」만의「드라마」에는 싫증을 느낀다. 「드라마」플러스 「알파」를 요구하는 것이다.

 <아차재치>에는 「드라마」에 「알파」가 가미되어 있다. 뭐라 꼬집어 낼 수는 없으나 그 무엇, 쌉쌀하게 오는 것, 그런 것이 없이는 10여 년을 계속 다이얼을 고정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감각의 문제가 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 급변하는 세태를 <아차재치>는 용 케도 적응하며 살아왔다.

 아니 어느 면에서는 앞에서 이끌며 걸어왔다.

 물은 고이면 썩는다. 흘렀기 때문에 <아차재치>는 썩지 않았다. 그렇다고 세태에 약싹 바르게 타협했다면 과연 대중의 싫증과 비판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인가? 땅속 깊이 뿌리박은 전통성, 이것이 <아차재치>를 튼튼한 나무로 길렀고 유유한 江으로 흐르게 한 것이다.

 

 TBC라디오의 아침 7時帶는 청취자에게 바치는 알뜰한 아침상이다.

 진수성찬이어서 그럴까? 아니다. 뜸이 잘 들고 알맞게 混食이 된 밥 (뉴스), 새콤하고 쌉쌀한 김치류(유머 꽁트), 맵고 혀가 얼얼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고추장(마이크 초점), 그리고 식욕을 돋구는 오이냉국 같은 별미식단 (유쾌한 샐러리맨), 그리고 밑반찬으로서의 캠페인과 남성메모....<아차재치>는 그 중에서 우리의 전통 움식인 된장찌개였다. 같은 된장찌개라도 우리 옛날 할머니가 끓여 주시던 조미료 없는 그 된장찌개가 오늘에 그대로 통한다면 오해다. 구미는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변한다. 입맛은 간사한 것이다. 그 간사한 입맛에 민감하면서 그 전통미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 그것이 헛되지 않아 오늘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아차재치>는 머리로 쓰는 글이어서는 안 된다. 손으로 긁는 글이어서도 안 된다. 가슴으로 쓰는 글이라야 한다. 요즘 세대를 「가슴없는 세대」라고들 한다. 왜 가슴이 없겠는가! 가슴으로 대하면 그들의 가슴은 열릴 것이다.

 

  <萬回를 향한 발디딤>

 

 이제 <아차재치>는 1만회를 향한 발디딤을 내디뎠다. 1만회 뿐이겠는가? TBC 있는 한 <아차부인.재치부인>은 청취자들의 영원한 이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초창기부터 지향해온 그 가통(?)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5,001회부터 내보낸 「우리의 고운 말 찾기 」특집이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우리의 軌道가 제대로 잡혀 있음을 확인하는 듯하여 흐뭇하다.

 앞으로 이런 류의 특집을 수시로 마련하여 <아차재치>가 결코 오락만의 프로가 아니라는 것을 널리 인식시켰으면 한다.

 

 

                                                     社報 「中央」78/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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