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행동이 마음을 지배한다」

 

 

 「야, 이거 그럴 듯한데, 그럴 듯해!」


 책을 읽고 있던 재치씨, 감탄을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재치부인,

 

 「뭘 가지고 그러세요? 뭐가 그렇게 궁금하다는 거유? 」

 「행동이 마음을 지배한다. 마음이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마음을 지배한다!」

 「뭐예요? 마음이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마음을 지배한다구요? 」

 「응, 흔히 우리들은 마음이 행동을 지배한다고 믿고 있잖아?  오늘은 이러이러한 일을 하자 하고 마음 먹고 나서야 행동이 뒤따르지 않느냐구.」

 「예를 들어서, 오늘은 마음도 울적하니 대포 한잔 하자, 하고 나서야 대포집으로 향하듯이 말이죠?」

 「그렇지! 근데, 사람이 큰 일을 해내려면 마음이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행동이 마음을 지배해야 한다는 거야!」

 「뭐라구요? 큰 일을 해내려면 반대로 행동이 마음을 지배해야 한다구요? 」

 「여기 이 책에 그렇게 써 있다구요. 」

 

 어리둥절해 있는 재치 부인을 위해 재치씨, 바우를 불러 앉혔다.

 

 「예를 들어서, 바우야.」

 「네?」

 「네가 만일 밤중에 공동묘지에 갔다면 무섭겠니? 안 무섭겠니? 」

 「아유 무섭죠!」

 「허지만 만일, 난 무섭지 않다, 나 무섭지 않다,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면 무섭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야.」

 「그래요?」

 「그래서 어떤 이는, 사람이 무서워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니까 무서워진다 , 이런 극단론을 펴고 있다는 거야. 」

 「네, 건 그래요. 무섭다고 도망치면 더 무서워져요. 뒷덜미를 꼭 잡아채는 것 같거든요.」

 「 때문에 무서운 생각을 몰아내려거든 행동을 앞세워라 이거지. 」

 「난 안 무섭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 난 안 무섭다!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라 이거죠? 」

 「그렇지.」

 

 재치부인은 그제 사 좀 이해가 가는 모양이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바우가 학교 성적이 신통치 못한 건, 어렵다 어렵다 입버릇처럼 말하니까 자신이 없어지고, 자신이 없어지니까 진짜 어려워져서 성적이 나빠지는 거 아녜요? 」

 「그래, 바로 그거라구 ! 바우 너 알았지? 덮어놓고 어렵다 어렵다 하지 말구, 쉽다 쉽다 하고 가슴을 펴 보란 말야! 그럼 성적이 오를 테니까! 」

 「바우만 붙들고 그럴 것이 아니겠구려. 당신이야 말로 나도 부장될 수 있다, 부장될 수 있다 하고 큰소리 치세요.그럼 만년 과장을 면할지 누가  알아요? 」

 「아닌 게 아니라 여기 비슷한 얘기가 실려 있는데! 」

 「비슷한 얘기가요?」
 
아주 수완 좋고 패기 만만한 사업가가 있었더란다. 그의 사업은 계속 번창하고 있었는데 이따금 사업이 자신이 없어지거나 초조해질 적엔 가족 앞에서 큰소리를 친다는 것이다.

 

 「두고 봐! 내 이번에 새로운 일을 한가지 계획하고 있는데 성공하나 못하나! 성공한다구! 꼭 성공할테니 두고보라구!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는 없다니까! 두고 보란 밖에! 」

 

 이런 식으로  가족 앞에서 큰소리부터 쳐 놨으니 우물쭈물할 도리가 없고

어떻게 든 성공해 보겠다는 집념을 불태우다 보니 성공률이 아주

높더라나?

 

 「듣고 보니 그럴 듯하네요. 호호 여보, 당신도 큰소리부터 쳐 보시구려. 나도 술을 끊을 수 있다. 못 끊으면 사내가 아냐! 두고 보란 밖에, 꼭 술을 끊어 보일 테니까!」

 「듣기 싫어 여보!」

 「호호호.」

 

 이 얘기는 일런 우스개 얘기로 끝날 줄 알았는데 고사리씨에게 전해지자

그냥 얘기로 끝나지 않았다.

 

 「과장님, 과장님 게십니까? 」

 「아니 이게 누구야? 고사리 아냐?」

 

 고사리씨가 아차과장 집에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피우다 남은 담배와 꽤

비싼 가스 라이터를 그의 앞에 탁탁 내려 놓았다.

 

 「자 이것 받으십쇼!」

 「아니 뭐?」

 「드리겠습니다! 과장님 가지십쇼.」

 「아니 이봐!」

 「가지세요! 미련없이 드리겠습니다. 」

 「아니 밑도 끝도 없이 이 아까운 걸 왜....」

 「행동이 마음을 지배한다 이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저, 이 순간부터 담배를 끊는 겁니다. 담배를 끊기 위해서 우선 행동으로 옮긴 겁니다! 자, 받으십쇼! 사양하실 필요없습니다!」

 

 일은 이것으로 그치지를 않았다. 고사리씨는 이웃을 찾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큰 소리를 쳐 놓았다.

 

 「저 담배 끊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저 담배 끊었어요! 두고 보세요. 저 앞으로 담배 다시 피우면 사내자식이 아닙니다. 두고 보란 밖에요!」

 

 이웃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만나는 직원마다 붙들고 큰소리를 쳐

대는 것이었다.

 

 「담배? 나의 사전에는 담배라는 낱말이 없어! 알겠어? 나의 사전에는 라이터라는 낱말도 없다구. 두고 봐, 두고 보란 밖에! 」

 

 이런 호들갑을 그대로 둬둘 수만 없었던 아차과장이 부장실에

 다녀와서는 고사리씨를 불렀다.

 

 「이봐,고사리군.」

 「네, 부르셨습니까?」

 「자네 이번 경주 행 출장 취소해야겠어. 」

 「네에?」

 「자네 대신 딴 사람을 보내기로 했으니 그리 알게!」

 「아니 과장님!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모처럼 관광 겸 경주엘 가 보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요.  」

 「글쎄 딴사람 보내기로 했다니까!」

 「이유가 뭡니까?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

 「행동이 마음을 지배하는 사람은 믿을 수가 없대. 」

 「네에?」

 「부장님이 뭐라 셨는지 아나? 고사리 군은 안 되겠소. 담배하나 조용히 끊지 못하고 저 소란이니 어떻게 책임있는 일을 맡길 수 있겠소! 」

 「아이쿠! 공연히 날뛰다가 당했구나! 」

 

 아차과장이 꾸며 낸 말인 것을 나중에 사 알고 후유 한숨을 쉬기는

했지만 고사리씨 각성한 바가 있었다.

 이 생각 저 생각 때문에 마음먹은 일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사람, 공연히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행동이

마음을 지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시 모든 행동은 용의주도한 마음의 조종하에 취해질 때 비로소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박서림 방송 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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