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살찐 코스모스]


                                                                                
朴 西 林

 「아니 여보, 당신 뭘 하고 있는 거야?」

 「봐 모르겠어요? 비료를 주고 있는 거라구요!」

 「아니, 그건 코스모스 아냐?」

 「네, 코스모스예요.」

 「코스모스에도 그렇게 꼭 비료를 줘야하나?」

 「코스모스라고 비료 못 주라는 법 있어요? 두고 보세요! 내 아주 멋진 코스모스로 키워 놓고야 말테니까요!」


  지난 여름 아차부인은 교외에 나갔다가 코스모스 몇 포기를 소중히 싸 들고 들어왔다. 시골 길을 가다보면 어지럽게 피어 있는 코스모스, 그 코스모스를 볼 때마다 어렸을 때 학교 길에 어지럽게 피어 있던 코스모스 생각이 나던 아차부인, 이번에는 교외에 나가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모종을 구해온 것이다.
 「두고 보세요. 올해부턴 우리 뜰에 코스모스를 잔뜩 피게 해서 향수를 달랠 참이라구요. 」

 코스모스라면 아차씨라고 추억이 없을 수 없었다.
 군에 있을 때, 쌀쌀한 가을 날 보초를 서고 있노라면 위병소 근방 여기저기 어지럽게 피어 있던 코스모스, 아차씨의 외로움을 얼마나 달래 주었던가 !  
 옛날 국민 학교 뒷뜰, 그 거친 박토를 마다 않고 청초하게 피어 있던 코스모스.  지금도 문득문득  그 때 그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다.
 뿐인가, 역시 군에 있을 때, 외출을 해서 전우들과 대포집에 우연히 둘러 대포를 마시는데, 그 집의 아가씨는 젓가락 장단에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것이었다.

 

 _코스모스  피어날 때 맺은 인연도
    코스모스 시들으니 그만이더라....

 

 그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그 아가씨의 허리도 개미허리처럼 잘쏙하여 아차씨는 속으로 중얼거렸었다.

 

 「코스모스를 닮았구나! 」

 

 그래서 이후로는 지독한 음치임에도 불구하고 김상희의 노래를 열심히 배워 불렀었다.
 
 _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성난 코스모스」니 「키 작은 코스모스」니 이런 제목의 영화도 있었고 소설도 있었지만, 아차씨에 게 있어서 코스모스의 인상이란 어디까지나 학교 뒤뜰에 피던 껑충한 코스모스, 대포집에서 노래 부르
던 허리가 잘쏙한 아가씨처럼 애련한 코스모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코스모스를 아내가 정성껏 뜰에서 기르겠다니 싫을 이유가 없었다.  아마 아차씨의 이런 내심을 알았다면 당장 뽑아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어떻든 아차부인은 열심히 코스모스를 키웠다. 뜰에는 그보다 더 이름있는 장미도 있고, 백일홍도 있고, 깨꽃도 있고, 채송하도 있고, 우리 나라꽃 무궁화도 한 그루 있었건만, 어쩐 일로 오로지 코스모스만을 편애(偏愛)하여 물도 더 주고 비료도 더 주었다.    
 이래서 한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올 무렵이 되자 이변(異變)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니 여보, 무슨 코스모스가 저래!」

 

 한 동안 일에 쫓겨 일찍 출근하고 밤 늦게사 퇴근하는 바람에 미처 코스모스를 보지 못하다가 어느 일요일, 뜰을 내려다 보던 아차씨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신 눈에도 좀 이상해 보이죠? 」

 

 그의 아내도 코스모스의 이상한 성장에 당황하고 있는 눈치였다.

 

 「무슨 코스모스가 이렇게 무성하담! 줄기는 애들 팔뚝만큼이나 긁구, 잎은 뭐가 이리 크고 헝클어진 머리처럼 징그럽지? 」

 「다 좋지만  그 밑둥 좀 보세요, 썩어서 보기 흉하지 않아요? 」

 「응. 그래, 꼭 무슨 시궁창에 앉았다 나온 씨암탉 밑처럼 저리 너절하고 보기 흉하지?  」

 「글쎄 나도 모르겠어요.」

 「이게 진짜 코스모스는 코스모스야?」

 「아이참 당신두, 보시구랴. 꽃망울이 틀림없이 코스모스잖아요! 」

 「등치 푼수로는 꽃망울도 적은 편 아냐? 」

 「네, 너무 무성해서 이것 좀 보세요. 채송화랑 깨꽃이랑 덮어 버리지 않았어요? 」

 「무슨 코스모스가 이래. 매력이 하나도 없잖아! 」

 

 설상가상으로 이튿날은 비바람이 몹시도 불었다. 그러자 코스모스는 제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화단 위에 엎치고 말았다. 그 자체가 추한 것은 고사하고 딴 화초들이 치어서 성장에 큰 지장을 줄 지경이었다.

 

 「에이 이럴 줄 알았음  나 코스모스는 안 길렀어요. 무슨 이따위 지저분한 꽃이 다 있어요! 」

 

아내도 마침내 짜증을 내고 말았다.

그러나 아차부인은 이내 거기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어내었다.

 

 「비료를 너무 준 내가 잘못이었어요. 재 분수에 맞는 땅이라야 코스모스 다운 꽃이 피는 건데... 」

 「꼭 복부인 같군, 이 코스모스!」

 「뭐라구요? 복부인요?」

 「그래요. 복부인처럼 추해! 가난과 인종(忍從)이 싫어서 집을 뛰쳐나온 복부인! 돈에 눈이 어두워 여자다운 아름다움을 내동댕이친 복부인....」                          
 

너무 땅이 메말라 키가 미처 못자란 키 작은 코스모스여서도 안 되겠고, 너무 억눌려 그 가냘픈 몸체에서 독기를 뿜어 낼 수 밖에 없는 성난 코스모스도 바랄 바 아니다, 그렇다고 살이 디룩디룩 찐 추한 코스모스가 돼서야 쓰겠는가!
 알뜰하고 다소곳하고 청초한 본연의 코스모스, 그것이 꼭 우리 서민의 진실한 주부상이 아니겠는지.....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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