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치를 굽히고 자를 뻗는다」

 

                                                                         朴 西 林

 

           

 콧대사장, 요즘 들어 한 가지 일과가 늘었다.  
 바로 좌선(坐禪),


 「하루 한 시간 정도 아니 한 20분이나 30분 이라도 좋아요. 조용히 마음을 비우고 좌선을 해 봐요.
좌선을 하다 보면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지고, 복잡하게 얽혔던 생각도 어느 새인가 풀리고 만다니까...」

 

콧대부인이 반론을 제기한다.

 

 「흥, " 뛰면서 생각하라!"이런 말이 다 있습디다. 어느 세월에 죽치고 앉아서 좌선을 하랍니까? 」

 「거 다  핑계예요. 시간이 왜 없어요? 」

 「분,초를 다투는 경쟁시대에 암만 생각해도 한가한 생각 같은데요.」

 「치를 굽히고 자를 뻗는다고 했어요, 개구리 주저 앉는 뜻은 멀리 뛰자는 뜻이라구요. 」

 

이 얘기를 전해들은 아차씨 크게 공감했다.

 

 「그래, 그래 맞아. 치를 굽히고 자를 뻗는다. 개구리 주저앉는 뜻은 멀리 뛰자는 뜻이지 맞아. 전적으로 공감이야! 」

 

 하더니 조그마한 이변을 일으켰다.

 

 「하하 통쾌하다, 하하  통쾌해! 이제야 보게 좋게 설욕을 했지 뭐야, 하하하. 」

 「아니 여보, 뭐가 신이 나서 그래요? 」

 「하하, 방금 옆집 재치하고 바둑을 두지 않았겠어? 」

 「바둑을 뒀으면 붉으락푸르락 뿔이 돋아서 돌아왔을 텐데 당신 이상하구려? 」

 「그랬지. 그 친구와 바둑만 두면 연전연패 이겨 본 일이 없으니까.」

 「근데 어쩐 일이냐 구요, 이젠  저도 아예 웃어 넘기기로 작정을 했수? 푼수 없는 사람처럼?」

 「여보, 말 조심해!」

 「그럼요?」

 「이겼어! 보기 좋게 불계로 꺾어 버렸다니까 것도 내리 두 판을! 」

 「뭐라구요?」

 「하하 두고 보라구, 이제 재치 따위 두려워 할 내가 아냐 . 바둑 뿐인 줄 알아?  인생 모든 면에서 말야!」

 「아유 이이 기 살았네?! 」

 

아차씨가 재치씨를 보기 좋게 꺾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하 친구 변했어. 」

 「변하다뇨?」

 「바둑을 두는 자세가 영  딴 판이 됐더라니까.」

 「어떻게요?」

 「전엔 한 구석에서 조그마한 실수를 해서 대마라도 죽을 지경이 되면 벌겋게 열이 올라 가지고 그걸 수습하느라 조급하게 무리수를 두다가 판 전체를 그르치기 일쑤였거든, 근데 이젠 그게 아닌 거야」

 「아니 그럼?」

 「그 지경이 되자, 갑자기 눈을 딱 감더니 좌선의 자세를 취하는 거야! 」

 「뭐라구요? 」

 「그래 내가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을 했더니...」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까... 」

 「이러면서 한 참을 생각하더니 드디어 착점을 하는데 엉뚱하게 딴 곳에 두는 거야.」

 「저런요.」

 「그래 내가, 이 친구야 대마 죽어! 하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

 「치를 굽히고 자를 뻗는다! 」

 「이러면서 죽어가는 대마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 거야. 」

 「그래서요?」

 「그래 그럼 좋다 하고 대마를 잡아 먹었는데 결과는 소탐대실(小貪大失), 그만 내가 지고 말았지 뭐야 」

 「호호 샘통이구려.」

 「그랬더니 이 친구 거드름을 피는 거야!」

 「개구리 주저앉는 뜻은 멀리 뛰자는 뜻이다! 」

 「열 나더군!」

 「호호호.」

 
 조급(燥急)은 독(毒)이다.      

 조급하게 굴다가 일을 그르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개인이나 사업이나 나라 일까지...
 마음이 복잡하거든, 한발 물러서 잠시 마음을 비우고 좌선이라도 한다면 새로운 지혜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80년대 아차부인.재치부인 테입에서 채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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