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출세란 무엇인가?」

 

 

                                                              박서림 정유일 연출

 

 

            나오는 사람들

 

아차

아차부인

재치

재치부인

바우

옥희

해설

 

 

 

 (M)            주제곡

 

 해설           -

 

 (M)            OUT

 (E)            교통순경의 호각소리.

 

 바우           (교통정리 흉내를 내고 있다.)

 옥희           얘 바우야  너 지금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니?

 

 (E)             계속.

 

 옥희           어어? 쟤가 갑자기 교통순경이라도 됐다는 얘긴가?

 

 (E)             계속.

 

 옥희         (소리 높여) 어유 얘 바우야! 내가 부르는 소리 안 들리니?

 바우         에이, 왜 자꾸 귀찮게 구는 거야!

 옥희         너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니까!

 바우         보면 몰라? 나 지금 교통정리 연습하고 있는 거란 말야.

 옥희         뭐? 교통정리 연습?

 바우         응.

 옥희         호호, 그럼 혹시 앞으로 커서 교통순경이라도 되겠다는 얘기니?

 바우         나 교통순경 될 거다?

 옥희         뭐? 진짜 니가?

 바우         두고 보란 말야!

 

 (E)            호각

 

 옥희         아니 쟤가 근데?

 

 (M)            -

 

 아            아니 뭐? 바우가 뭐가 되겠단다구?

 아부         교통순경이 되겠다고 그랬다잖아요.

 아            허허허허 교통순경이라? 재밌는데.

 아부         호호, 애가 욕심이 보통이 아니지 뭐겠어요.

 아            뭐? 옥심이 보통이 아니라구?

 아부         당신도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욕심이 많았더라면...

 아            오늘처럼 이런 꾀죄죄한 인간은 안됐을 거 아니냐?.

 아부         (웃음 지으며) 네.

 아            허지만 그것 좀 어폐가 있는데?

 아부         어폐가 있다뇨?

 아            안 그래? 바우가 욕심이 많은 애라면 왜 교통순경이 되겠다고 했을까. 대통령이 되겠다든가 유명한 과학자가 되겠된다든가 아니면 대스타가 되겠다든가 했을 텐데.

 아부         바우는 요, 자기기 봐서 근사하게 느껴지는 게 있으면 곧  마음이 변한다는 거예요. 한참 야구 붐이 일면 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그러구요.

 아            축구가 붐이면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그러구?

 아부         코롬비아 호가 발사됐을 때는 우주 비행사가 되겠다고 그러구요,

 아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가 있을 적에는 미스유니버스가 되겠다.

 아부         이그!

 아            그, 그럴 수는 없겠지?

 아부         호호, 그러니 얼마나 욕심이 많은 애냐구요.

 아            허고 보니 그런데.

 아부         이번에도 아마 교통정리를 멋있게 하는 교통 순경을 봤던 모양이죠 뭐.

 아            알만해. 나도 어렸을 적엔 그랬으니까.

 아부         당신두 그랬수?

 아            응, 언젠가는 엿장수가 어찌나 가위를 잘 놀리는지 아 엿장수가 되고 싶다. 엿장수가 되면 엿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구, 얼마나 좋을까? 이랬단 말야.

 아부         호호 당신두...

 아            그럴 거야 바우 나이 또랜...

 아부         그래두 부모 입장이 돼 보면 그런 일에도 신경이 쓰일지도 모른다구요.

 아            그렇겠지?

 아부         그럼요.

 아            허허, 재치 이 친구 반응이 궁금한데? 교통순경의 아버지가 된 감상이나 물어볼까?

 아부         아이 당신두 참, 호호.

 아            허허허.

 

 (M)            -

 

 해설         이런 얼마 후의 일입니다.

 재            아니 뭐야? 바우가 교통순경이 되겠다구?

 재부         네.

 재            거 정말야?

 재부         네, 호루라기 부는 연습까지 했다는 걸요.

 재            허허 녀석, 개성있어 좋다!

 재부         뭐예요? 개성있어 좋아요?

 재            안 그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장군이 되겠습니다. 법관이 되겠습니다. 일류 재벌이 되겠습니다. 유명한 과학자가 되겠습니다. 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개성이 있어 좋아. 썩 마음에 드 는데 그래?

 재부         아이 여보!

 재            아니 당신 왜 벌레 씹은 표정을 짓는 거야?

 재부         지금 농담할 때유?

 재            누가 농담한대?

 재부         아니 그럼 당신은...

 재            말릴 필요 없지 뭐 그래? 자기가 되고 싶다면...

 재부         아이참 당신두...

 재            어허, 교통경찰 얼마나 멋있어? 손짓 하나에 큰 길의 모든 차량들이 척척 멈추기도 하구 가기도 하구, 아무리 높은 사람이건 돈 많은 사람이건 교통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은

                그 당장에 딱지! 그 권위가 어딘데 그래!

 재부         아이참 일반 부모의 소원이 어디 그러우?

 재            일류대학 나와서 근사한 일자리 얻어서 내로라 하고 사는 거?

 재부         안 그래요? 솔직히...

 재            이런! 다들 일류대학 나와서 소위 근사하다는 취직자리 얻음 교통정리는 누가 하구, 차는 누가 몰구, 농사는 누가 짓구, 노동일은 누가 해 주나? 서비스업은 누가 하구!

 재부         흥. 그래두 어디 자식 기르는 부모 마음이 그러냐구요.

 재            요즘 우리의 가장 큰 폐단이 뭔지 알아? 당신? 바로 그거야! 너도나도 일류 일류 최고 최고 돈 돈, 응? 으리 번쩍 으리 번쩍만 찾는 그 심리! 그게 문제다 이거야.

 재부         당신은 참...

 재            자기자식이 무엇에 소질이 있구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구 덮어 놓고 일류대학 가라, 근사한 회사 아니면은 쳐다보지도 말아라 돈 못버는 직업은 택하지도 말아라. 이래 놓으니 말야, 청소년들이 갈피를 못 잡고 방황도 하고 비뚜로 나가기도 하구 부모에게 반항도 하구 뛰쳐 나가기도 하구 그러는 거 아니냐구!

 재부         아유 그 치만 누구나 자기자식이 출세하는 거 바라는 거 아니겠수?

 재            그래, 맞아, 누구나 출세하기를 바라지! 근데 요는 그 출세의 뜻이라는 게 문제야.

 재부         출세의 뜻 요?

 재            그래요. 출세라는 게 대 정치가가 되구, 대 재벌이 되구, 유명한 법관, 대 과학자만 되는 게 출세라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틀렸어요! 출세란 뭐냐? 엄격하게 말해서 숨어 살던 선비가

                세상에 나오는 것을 뜻하고, 불교에서는 부처님이나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세상에 나오시는 것을 뜻하는 거라구!

 재부         아이 그 치만 우리가 말하는 출세란 높은 자리에 올라 잘 되는 걸 뜻하는 거 아녜요?

 재            그러니까 문제지.

 재부         뭐라구요?

 재            아 다 높은 자리에만 오르려고 들구 낮은 자리는 필요 없다면 뭐가 돼! 낮은 자리가 없으면 높은 자리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왜 몰라! 왜!

 재부         끙!

 재            제 분수라는 게 있어요! 괜히 출세다 성공이다 하구 탐욕만 부리다가는 그 사람이야 말루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야!

 재부         아유아유 알았어요 알았어요. 출세나 성공이 꼭 행복을 뜻하는 게 아니라 출세 못하고 성공하지 못했더래두 마음 곧게 먹구 자기 하는 일에 충실한 사람, 그 삶이 진실로 행복한 사람이다, 이 얘기 하려는 거죠?

 재            알면서 왜 그래.

 재부         네, 그럴 수 밖에 없겠죠. 당신은 이미 출세하기 틀린 사람이니까!

 재            아니 뭐 뭐가 어째?

 재부         흥. 허지만 바우 만은 불행해지는 한이 있더라두 출세 시켰으면은 했는데...

 재            듣기 싫어 여보!

 해설         하는데 이때.

 바우         어? 아빠 왜 이러세요?

 재            어, 어, 너 마침 잘 왔다.

 바우         네?

 재            너 앞으로 교통순경이 되겠다고 그랬다며?

 바우         네.

 재            어쩌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니?

 바우         네 아까 낮에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요,

 재            교통사고!

 바우         네, 근데 교통 순경 아저씨가 척 나타나서 교통정리를 하시는데 그렇게 멋질 수가 없더라구요.

 재            덮어놓고 못있더라?

 바우         덮어놓고 못있는 게 아니구요, 교통순경 아저씨가 안 계시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재            오, 그래서 너두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

 바우         아빠가 그러지 않으셨어요!

 재            그래서 너 앞으로 교통순경 될래?

 바우         네. 요즘 교통순경 아저씨는 밖에서 고생하시지 만요, 제가 크면 멋지고 정밀한 전자장비로 보턴만 눌러도 교통정리를 척척 할 수 있을 거거든요?

 재            야! 그런 교통순경이라면 진짜 얼마나 멋있겠니?

 재부         아니 근데 너 어쩌자고 호각은 불고 ...

 바우         직접 밖에 나가 교통정리를 해 봐야  교통정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 아녜요?

 재            야, 바우 너 재질 있다! 교통 순경으로 출세할 소질이 넉넉해! 안 그래 여보!

 재부         당신두. 호호.

 재            하하하.

 바우         헤헤헤.

 

 (M)            -

 

 해설           -

 

              

                   KBS <아차부인.재치부인> 테입에서 채록 81/5/26(6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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