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   지난 여름(1981년)은 행복했습니다   」


                                                                            
   朴 西 林

 

 

 퇴근길, 거리는 붐비고 더위는 맹렬하게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으이 더워, 으이 죽겠는데요! 」

 

고사리씨다.

 

 「찌는군! 이 무더위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잖아!」

 

아차씨다.

 

 「뉘 아냐! 불쾌지수 80은 넉넉히 넉넉히 웃돌겠는데! 」

 

재치씨.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 불쾌지수 얘기가 아차씨의 말다툼의 동기가 되고 말았다.
 

 「뭐? 불쾌지수 80? 80이 뭐야 90은 된다구!」

 「뭐? 90?」

 「응! 95가 될지도 몰라!」

 「무식한 소리 마! 90을 넘으면 어떻게 되는지나 알아? 」

 「뭐,어째? 무식한 소리?」

 「그래, 걸핏하면 불쾌지수 90, 100, 하는데 뷸쾌자수 100이 되면 어떻게 되는 지나 알고 이래? 」

 

이때부터 아차씨는  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모른다! 그래 난 무식해서 몰라!」

 「아니 이 친구가 괜히 신경질이야? 」

 「무식해서 신경질 부린다. 왜!」

 

재치씨도 은근히 뿔이 돋는다.

 

 「뭐 어째?」

 「알량한 지식 가지고 재지 마, 이 친구야!」

 「자네 지금 농담으로 하는 소리야, 진담으로 하는 소리야? 」

 「바쁜 세상에 농담하게 됐어 지금?」

 「아니, 이 친구가?」

 「도대체가 자넨 남 무시하는 게 틀렸다구!」

 「내가 언제 남을 무시했어!」

 「무식하다는 게 뭐야 이친구야! 무식하다니! 자넨 얼마나 유식해서 말끝 마다 무식이야 무식은! 흥 재수 없어 진짜!」

 「허허허.」

 「웃어?」

 「미안하이 미안해 관두세!, 」

 「듣기 싫어 이 친구야! 뒤통수 치고 미안하담 단 줄 알아? 」

 「미안하다지 않어! 미안하다면  관둬야 될 거 아냐! 」

 「옹졸해서 그런다 왜! 난 소인이라 용서 못해! 이거 왜 이래!」

 「아니 이 친구가 근데? 」

 「왜 봐! 왜 째려 봐!」

 

지켜보고 있던 고사리씨가 드디어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하하!」

 

아차씨가 이번에는 고사리씨에게 덤빈다.

 

 「왜 웃어!」

 

재치씨도 합세했다.

 

 「왜 웃는 거야 자네!」

 

고사리씨, 양 손을 저으며 말린다.

 

 「하하, 제발 관들 두십쇼.야 하하, 과연 오늘의 불쾌지수는 기록적인 것 같습니다! 형제처럼 친하신 분들이 말다툼을 다하시구요! 」

 

그러나 아차씨의 신경은 여전히 날카롭다.

 

 「흥, 형제 좋아하는군!」

 

재치씨도 않는다.

 

 「진짜 형제 좋아하시는군!」

 「하하, 이러지들 마시구 가서 대포나 한 잔 하시죠」

 

그러자 아차씨 발끈해서 소리를 지른다.

 

 「자네, 지금 날 놀는거야?」

 「네에?」

 「대포 마시자니, 이 더위에 대포? 엉, 이렇게 푹푹 찌는데 그 좁은 대포집에 들어가서 땀 빼 가며 대포 마시라는 얘기야? 」

 「냉 막걸리 있잖습니까!」

 「듣기 싫어 이 친구야!」

 「........」

 「목구멍에 넘어감 임시야 시원할지 모르지만, 술 마심 열이 나는 걸 모르고서 이래! 」

 「아니 그렇다고 과장님.! 」

 

고사리씨의 얼굴에도 드디어 노기가 서린다.

재치씨도 그 꼴을 보고 한 마디 거든다,

 

 「흥! 좌충우돌이군 좌충우돌이야!」

 

좀 지나쳤다 싶어서 아차씨, 혼자 속을 끓인다.

 

 「에이 신경질 나! 으이 지겨워. 버스는 또 얼마나 붐빌 거야! 에이 신경질 나! 이 놈의 마누라 집에 들어서자마자 얼음냉수 안 내놨단 봐라, 당장 이혼해 버릴 테니까!」

 「하하하」

 「히히히.」

 「웃지 마, 이 친구들아!」

 「하하하」

 

바로 이 무렵, 아차부인은 아차부인대로 투덜대고 있었다.

 

 「아유 신경질 나, 으이 신경질! 」

 

이러는 꼴을 보고 있던 재치부인,

 

 「어머, 옥희엄마 무슨 속 상한 일이라도 있으세요? 」

 「뭐 특별히 속 상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구요, 아유 신경질 나 ,으이 으이 더워! 」

 「아, 무더위 때문에 그러시는군요?」

 「무슨 날씨가 이렇죠? 선풍기 틀어도 뜨거운 바람만 나오구요, 으이 신경질 나! 」

 「호호,여름이란 그런 게 아니겠어요? 느긋하게 기다리는 길 밖에 없죠. 여름이 오면 가을은 멀지 않았다, 하구요,」

 「뭐라구요? 여름이 오면 가을은 멀지 않았다 하구요? 」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았다고 누가 그랬잖아요? 그러니 여름이 오면 가을도 멀지 않은 게 아니겠어요?」

 「흥! 바우 엄만 수양이 잘 되셔서 그런 느긋한 마음을 가지실지 모르지만 요, 전 마구 속이 끓는다구요.」

 「속이 끓을 건 뭐 있어요? 」

 「여름이라고 뭐 다 고통 받는 줄 아세요? 돈만 있어 보세요. 여름보다 더 신나는 계절이 또 뭐 있어요? 」

 

 아차부인은 난데없이 남자 목소리로 있는 집 남편의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여보,덥지? 가자구, 지금 당장 차 몰고 바다로 가는 거야. 동해로 갈까? 서해로 갈까? 아니 남해가   좋겠군. 올해는 남쪽으로 갑시다. 호텔 예약해 놓은 게 있으니까 이 무더운 도회지를 벗어나서 피서지로 가는 거야. 여보 뭘해, 어서 준비하라는데!

 

 「아이 옥희 엄마두, 호호. 」

 「웃을 일이 아니라구요 이게.」

 

아차부인은 새삼 방탄식이다.

 

 「아, 난 어쩌다가 팔짜 사납게 무능한 아차씨를 만나 이 고생일까? 」

 「어머나, 옥희 엄마!」

 「흥! 두고 보자 ! 그런 주제에 집에만 들어옴 독재 펴려고 그런단 말야! 흥, 오늘은 어림없다구요! 」

 「아유 저를 어째? 호호 옥희 아빠 오늘 조심하셔야곘다. 」

 

그야 말로 일촉즉발,불꽃이 튈 위기였다.

그런데, 잠시 후 붐비는 버스 안에서 아차씨는 심각하게 혼자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니지, 아냐! 그럴 수는 없어!」

 「아니 과장님.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

 「아냐, 그럴 수는 없어. 이런 때일수록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해야지! 」

 「이봐. 뭘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거야? 」

 「자네들 알 일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래, 암 그래야자! 」

 

고사리씨와 재치씨는 귀엣말로 주고 받는다.

 

 「이 친구,하도 찌니까 머리가 이렇게 된 거 아냐? 」

 「네 아무래도,헤헤헤!」

 

그러나 아차씨는 머리가 돈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방금 아내의 등목하는 하는 모습을 되살리고 있었다.

 

 -어제의 일이었지. 등목을 하는 아내의 등을 보니 그냥 하얬어. 아무 자국도 없이 그저.....그게 바로 아내를 너무 무심히 대한 증표가 아니고 뭐야. 만일, 이 한 여름에 아내를 즐겁게 해 줬더라면, 아내의 등에는 응당 수영복의 자국이 나 있어야 옳았어! 수영복으로  가린 곳만 하얗고 나머지 부분은 청동색으로 탔어야 옳았다구요! 그런 주제에 뭐? 얼음 냉수 안 바치면 이혼하겠다구?  나쁜 놈.

....염치없는 놈.....

 그런데 이심전심이랄까?  바로 이때 아차부인도 중얼거리고 있었다 .

 

 「아냐! 그게  아냐!」

 

 이 소리에 옆에 있던 옥희,

 

 「응? 엄마 지금 뭐라고 그러셨어요? 」

 「응? 응, 아니다. 아무 것도 - 아니지 그럴 수는 없어! 이런 때일수록 처지를 바꿔보는 거야. 」

 「아이 엄마!」

 「아무 것도 아니래두 그러는구나! 」

 「엄만 !」

 

아차부인은 어느날 우연히 퇴근 길의 남편을 본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 어지간하면 택시를 타련만, 그래도 악착같이 손잡이에 매달려 비틀거리며 졸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측은해 했던가!  


  -아냐! 그럴 수는 없어, 그이가 왜 그런 고생인데, 오로지 처자식을 위해 더위도 무릅쓰고 아침 저녁 회사를 오가지 않느냐구, 못써!  그런 충직한 그이를 무능한 남편이라고 몰아세우다니 ! 내가 나빴어, 내가.......

 이 날 아차씨가 도착하니 시원하고 달디단 수박화채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아내 앞에 아차씨는 봉투 하나를 내놓는 것이었다.


 「여보. 이제라도 늦지 않았어! 바다로 가자구, 회사에서 단체휴가도 냈겠다 잘 된 일이야. 낡은 수영복 내 버리구 새 걸로 사 이 돈으루! 」
 

이래서 그날의 불쾌지수는 80을 웃돌았으나, 그들의 행복지수는 100을 육박하고 있었다.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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