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 잡초 철학 ]


                                                                                朴 西 林

 

          

 「아 따분하다, 으이 따분해!」

 「아빠, 그렇게 따분하세요?」

 「그래, 너회들 말마따나 따분 홀리데이로구나! 」

 「호호 아빠두...」

 「나가는 건데 어쩌다 이렇게 기회를 놓쳐 가지구 따분한 일요일을 보내게 됐지? 」

 「옆집 아저씨하고 바둑이라도 주시지 그러세요? 」

 「아침부터 바둑 둘 수야 있니? 아 따분하다. 긴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낸담? 」
 

그런데 이때, 옆집을 다녀온 아차부인,

 

 「안심 푹 놓으세요, 오늘 하루 하나도 따분하지 않게 해 드릴 테니까!」

 「아니 뭐라구?」

 「당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요, 좋은 경험과 더불어 귀중한 교훈도 얻을 수 있겠습디다! 」

 「아니 이 사람이 무슨 얘기를 들었길래...」

 

아차씨,담 너머로 옆집을 넘겨다 본다.

 

 「아니 그러고 보니...」

 「보이죠?」

 「온 식구가 나와서 화단의 잡초를 뽑고 있잖아! 」

 「그냥 뽑고만 있는 줄 아세요? 」

 「아니 잡초를 뽑으면 뽑았지, 뽑으면서 딴 일도 겸해서 하고 있다는 얘기야?」

 「손으로 잡초를 뽑으면서 입으로는 아주 뜻있는 얘기들을 나누고 있더라구요.」

 「뜻있는 얘기라...」
 
 

옆집에서는 바우 할아버지 재차부부 그리고 바우가 잡초를 뽑으며 얘기 꽃을 피웠다.


 「바우야?」

 「네 할아버지.」

 「잡초를 뽑으면서 뭐 느끼는 것 없니?」

 「잡초를 뽑으면서요?」

 「그래.」
 「잡촌는 참 귀찮은 거로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
 「그저 그런 생각 뿐이야? 」
 「네!」
 「허허, 그럼 아비는 어떤 생각이 들지? 」
 「네, 저도 비슷한데요 뭐.... 」

 

그러자 재치부인이 빈정댄다.

 

 「호호, 그럴 수 밖에 더 있어요? 얄미운 잡초야, 왜 돋아나 가지고 낮잠도 못 자게 만드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텐데요. 뭘! 」

 「듣기 싫어. 여보!」
 

재치씨, 이번에는 진지하게 대답한다.  

 

 「게으른 농부는 잡초를 키운다!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

 「으흠, 게으른 농부는 잡초를 키운다....」

 

그러자 재치부인은 다시 말을 던진다.

 

 「그럴 듯하네요, 이번엔...」

 「그러는 당신은 잡초를 뽑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지? 」

 「잡초는 하필이면 왜 잡초로 태어나서 구박을 받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잡초 동정론(同情論)이냐, 그건?」

 「그런 셈이죠.」

 「여보, 그럼 정원의 꽃나무 다 뽑아 버리고 잡초나 키워 보시지. 곱게....」

 「곱게 키우지 않아도 내버려 두면 저절로 무성해지는 게 잡촌 걸요! 」

 「아버지, 이 사람 생각해서 잡초 뽑는 거 중단해야 되겠습니다!」

 「허허 그래?  에미의 뜻이라면 그래도 좋고...」

 「아이 아버님, 별 말씀을 다하세요. 그건 잡초의 뜻이 아닐 거예요.」

 「이건 또 무슨 소리람?」

 「이왕 잡초로 태어났으니 잡초답게 살아가는 거죠. 잡초가 장미나 모란처럼 보호를 받아 보세요. 무슨 삶의 뜻이 있나? 」

 「잡초에도 삶의 뜻이 있다?」

 「안 그래요? 」그러니 안심하고 어서 뽑으세요. 게으름 치우지 말고...」

 「나 이거야, 하하하.」

 「호호호.」

 

이 얘기를 전해 들은 아차씨,

 

 「 잡초  하나 뽑으면서 말도 많았군! 」

 「얼마나 좋우? 덮어놓고 일만 하는 것보다 거기에서 철학적인 의미를 찾는 게? 」

 「철학까지 들먹거리는군. 」

 

아차부인, 남편을 재촉한다.

 

 「자, 이럴 것이 아니라 당신도 우리 화단 잡초를 뽑으면서 철학적인 뜻을 찾아 보세요. 」

 

그러자 아차씨,

 

 「철학적인 뜻을 찾기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한 번 찾아 볼 거야 난.... 」

 「실질적인 효과라뇨? 」

 「지금 우리나라 전역에 뇌염경보가 내리지 않았어! 뇌염모기의 번식을 막기 위해선 물웅덩이를 없애고 풀섶을 없애라고 하지 않았냐구!」

 「그랬죠.」

 「화단에 잡초가 무성하면 모기가 생길 여지가 있지 않느냐?」

 「그러니,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잡초를 뽑자 이거군요? 」

 「두말 하면 잔소리지!」

 

이래서 아차씨네 가족은 철학보다 실질을 찾아 잡초 뽑기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뽑았을까?
 아차씨가 느닷없이,


 「앗!」

 「아니 ,왜 그래요 여보?」

 「깨달았다!」

 「깨달아요?」

 「진리! 진리를 깨달은 거야!」

 「어째요? 진리를 깨달아요? 」

 「응!」

 「이그, 성인(聖人)들도 그 숱한 고행(苦行)을 겪고 나서야 깨닫는다는 진리를 당신이 잡초 몇 개 뽑고 깨달아요?」

 「 잠자코 들으라구.」

 「?」

 「재치가 말하기를 게으른 농부는 잡초를 키운다고 그랬것다. 게으른농부가 잡초를 키운다면 나태한  한 인간은 무엇을 키울 것인가, 잡념(雜念)과 탐욕을 키울 것이 아닌가! 」

 「딴은요!」

 「나태한 인간이 잡념을 키운다면 게으른 위정자는 무엇을 키울 건가, 부정과 부패를 키울 것이 아닌가!」

 「그럴 듯하구려!」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끈질기게 돋아나, 그러기에 부지런한 농부 아니고는 풍작(豊作)을 기대할 수  없고, 잡념은 뿌리쳐도 뿌리쳐도 다시 생겨나지. 따라서 끊임없는 수양 없이는 양심을 지켜나가기 힘들며 또한 부정부패는 뽑아도 뽑아도 다시 돋아나려고 안간힘을 쓰지. 따라서 위정자는 잠시도 한눈  팔지도 말고 부정부패를 다스려야 비로소 나라의 기틀을 올바르게 다져 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 이거야! 」

 「아유, 여보, 진짜 그럴 듯한 것을 깨달었구려! 」

 「또 한 가지!」

 「 또 있어요? 」

 「잡초여, 그대 자신을 알라!」

 「뭐예요?」

 「그대 잡초는 언제나 온 화단을  덮을 듯 기승을 부리지만 마침내는 우리 손길에 뽑혀 버리듯, 부정 부패의 장본인들이여, 그대들이 언제까지나 영화를 누릴 듯싶으나 하늘의 뜻이 그대들을 그대로 창궐하게 놓아두지는 않을지니, 이제라도 대오각성하여 양심으로 돌아가라! 」

 「아유  여보!」

 「덧붙이나니 , 잡초에는 씨가 있으나 도둑에는 씨가 없는 법, 따라서 부정부패 분자도 따로 씨가 있는 법이 아니니, 이제라도 과오를 뉘우친다면, 알겠는가!」

 「아유 여보, 잡초 하나 뽑으며 진짜 좋은 것을 깨달았구려! 」

 「하하, 그러고 보니 우리 화단의 이 잡초는 내 스승이 된 셈 아냐!  이것을 뽑는다?  어째 미안한데  ..」

 「원 당신두!」

 「에라 모르겠다, 누 딱 감고 뽑아 버리자! 」

 「호호, 당신두...」

 「하하하.」

 

 진리는 정말 먼 곳에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아차씨와 이웃들은 화단에서 그것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일월서각이 편  아차부인 재치부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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