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자라고기와 보너스」

 

 

 김장 보너스가 나오는 철이 되었다.  (30년  전이라)
 아차부인, 남편에게 묻는다.


 「여보, 우리 회사에선 김장 보너스 안 나오나요? 」

 「나오겠지, 해마다 김장 보너스 빠져 본 적 있어? 몇 프로가 나오느냐가 문제겠지. 」

 「그래도 올핸 하도 불경기라니까 하는 소리 아녜요?」

 「안심해, 나온다는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거 정말이요?」

 「정말이 잖구 여보!」

 「몇 퍼센트 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란 말 예요. 옆집 바 우네는 벌써 오늘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만 안 나와 보세요. 」

 「샘이 나서 견딜 수 있겠느냐?」

 「안 그래요 그럼? 」
 

 아차부인의 고민은 이런 것이었지만 고사리부인의 고민은 그것이 아니었다.

 

 「아이 어떡하면 그 버릇을 고치죠? 」

 「아니 그런 버릇이라뇨?」

 「이인 아무튼 여분으로 무슨 특근수당이나 보너스 나오면 어떻게 든 꼬불쳐서 비밀주머니를 차려고 그러잖아요! 」

 「아, 난 또, 그거야 비단 고사리씨 뿐이겠어요? 이 세상 모든 남편 족들이 한결같이 지니고 있는 못된 버릇이죠. 」

 「아이 그치만 과장님이나 재치과장님은 그런 비열한 짓은 안 하시잖아요? 」

 「왜 안 해요? 이젠 나이도 들고 했으니까 가까스로 졸업해서 그런 거죠.」

 「그럼 과장님께서도 옛날엔.....」

 「말도 마세요. 옛날에야 무시로 보물찾기였죠. 이인 어떻게나 들키지 않게 감추는지 말도 못해요. 」

 「그래서요?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방지하셨어요? 」

 

 잠자코 얘기를 듣고 있던 재치부인은 문득 남편의 그 버릇을 고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옛 얘기가 새삼 떠올랐다. 그것은 불경(佛經)에 나오는 얘기였다.  


  __ 옛날 <파라나>라는 성에 왕자가 있었다. 그는 부왕의 미움을 사서 왕자비와 더불어 어느 깊은 산중에 쫓겨나 살게 되었다. 그들은 먹을 것도 제대로 없어 할 수없이 냇가에 나가 자라 한 마리를 잡아 끓여 먹기로 하였다. 자라를 끓이는데 도중에 물이 모자라게 되었다, 할 수없이 왕자비가 물을 뜨러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는데 그 사이 왕자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설익은 자라를 혼자 먹어 치우고 말았다. 왕자비가 물을 떠가지고 와 보니 솥 안의 자라가 온데 간 데가 없다.

 

 「아니, 자라는 어디 갔습니까? 」

 

왕자비가 묻자 왕자는 솔직히 말하기가 쑥스러워 선지 슬쩍 둘러치고

말았다.

 

 「자라는 도망치고 말았소.」

 「아니 도망치다 뇨? 껍질을 벗긴 자라가 어떻게 도망칩니까? 살이 익은 자라가 어찌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요? 」

 「아무튼 도망쳤으니까 여기 없는 거 아니오! 」

 

 왕자의 이런 비열한 거짓말을 듣고 왕자비는 실망하고 그를 원망해 마지않았다.
 그 후 부왕이 승하하여 왕자가 왕이 되고 왕자비는 왕후가 되었지만 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는 끝내 돌이킬  수가 없었고, 수많은 금은보화와 산해진미로도 왕후의 마음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그 뿐인가?  그들이 수명이 다하여 딴 세상을 수백,수천, 수만 번 전전하였지만 왕후의 원한은 끝내 풀리지 않았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고사리 부인,

 

 「아유 그거 아주 그럴 듯한 얘기네요. 」

 「그럴 듯하죠?」

 「네, 그 때 왕자가 슬쩍한 자라고기나 보너스나 다를 게 없는 게 아니겠어요? 」

 「호호 그렇죠.」

 「고마워요, 당장 그이한테 이 이야기를 해 줘야지!」
 

이윽고 보너스가 나온다는 날이었다.  고사리부인은 왕자와 왕자비를

생각하며 고사리씨를 불렀다,

 

 「여보.」

 「왜 그래!」

 「오늘 보너스 나온다고 그랬죠?」

 「응. 나온대.」

 「몇 프로나 나온대요?」

 「응? 응, 그, 그게 글쎄..... 올랐으면 얼마나 올랐을라구. 크게 기대하지 말라구. 」

 「확실히 모르겠다 이거죠?」

 「응? 응.」

 「알았어요. 당신 이번에도 어물쩍 속일 작정이죠? 」

 「여보,속이다니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

 「언젠 속이겠다구 하구서 속였어요? 」

 「글쎄, 이번엔 절대 안 속일 테니까 안심하라구! 」

 「속이고 싶음 속이세요. 상관 없으니까. 」

 「뭐라구?」

 「속여도 좋다구요, 그 대신... 」

 「그 대신 뭐야?  」

 「그 대신 만일 당신이 날 속이면요, 그 옛날 왕자비처럼 두고두고 당신을 원망할 테니 그리 알라구요!」

 「뭐 뭐? 그 옛날의 왕자비처럼?」

 「네, 현세에서 뿐만  아니라, 열 번 백 번 아니 천 번  만 번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원망할 거라구요! 아셨어요? 」

 

하고는 문제의 불경 얘기를 차근차근 얘기해 주었다. 그러자 고사리씨,

 

 「아유, 여보, 그만, 제말 그만, 소름이 끼친다. 여보! 내, 한 푼도 꼬불치지 않을 테니까 제발 그 얘기 다시 꺼내지 말라구! 」

 「알았어요. 그럼 됐어요, 호호호」
 
 남편에게 무슨 부수입이 생기는 눈치가 보이거든 이런 얘기를 슬쩍 해

봄직도 하다.

이 어려운 세상에, 돈 한 푼이라도 아내 모르게 쓰다니, 그것은 자라고기를 자기 혼자 낼름 해치운 왕자님처럼 신의를 배반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난한 샐러리맨한테 시집와 고생하는 것도 서러운데, 배반까지 당한다면 무슨 맛으로 이 세파를 헤쳐나간단 말인가!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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