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일년지계 재어춘」(一年之計 在於春)

 

 

 정초 휴가 때의 일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더얼.」
 「둘 둘 셋 넷, 다서 여섯 일고 여더얼.」

 

 바우 할아버지가 새벽 산책에서 돌아와 보니, 재치씨와 바우가 뜰에 나와서 하얀 입김을 내 뿜으며 씩씩하게 맨손체조를 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냐? 게으름뱅이 2대가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고 있게? 」
 「두고만 보십쇼. 앞으로 매일 아침 이렇게 운동하기로 했습니다! 」
 「저도 요!」

 

 그러자 저만 치 재치부인이 부엌에서 나오며 빈정댄다.

 

 「글쎄요, 그게  며칠이나 갈라구요? 」
 「여보,말 조심해!」
 「작심삼일이란 말 모르세요? 」


 알고 보니 재치씨, 바우와 더불어 금년 한해는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꼬박꼬박 맨손체조를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었다.

 

 「으흠. 일년지계는 재어춘이라, 일년의 계획은 신춘에 새운다 해서

    그런 계획을 세웠다 이거지? 」
 「네!」
 「계획 치고는 아주 실속있는 계획이로구나. 」
 「그렇죠?」
 「흔히  정초가 되면 이것저것 실천 가능성도 없는 계획을 잔뜩

    번지르르하게 세워 놓기 일쑨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그럼요!」    
 「애빈 이제 나이도 나이고 허니 무엇보다 건강이야. 아무쪼록 꼭

    실천에 옮겨 보렴. 」
 「두고 보십쇼! 」

 

 재치부인이 다시 빈정댄다.

 

 「글쎄요, 두고 봐야 할 일이죠 뭐....」
 「아니 여보! 당신은 정초부터 남편 비방할 계획이라도 세운 거 아냐? 」

 

 이러는 양을 담 너머로 엿본 아차부인,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여보, 여보, 일어나세요. 어서!」
 「아니 이 사람이 왜 이래? 」
 「왜 이러다 뇨? 당신 일년지계는 재어정초(正初)란 말 모루? 」
 「뭐, 일년지계는 뭐 어째? 」
 「재어정초요.」
 「하하, 아침부터 어슬프게 나오는군! 제어정초가 아니라 재어춘!」
 「재어춘이나 재어정초나요. 」
 「그래서?」
 「옆집 좀 보시라구요. 옆집에선 일 년 계획을 척 세워 놓구요,

    바우까지도 용감하게 맨손체조를 하고 있더라구요. 」
 「뭐, 맨손체조? 누가?」
 「누군 누구예요? 바우 아빠죠! 」
 「하하 그 친구가? 」
 「자, 어서 일어나세요.」
 「일어나서? 」
 「당신도 하나 둘 셋 넷 해야 될 거 아녜요? 」
 「미쳤어?」
 「뭐라구요?」
 「옆집에서 한다고 날 보고도 하나 둘 해라? 」
 「안 좋아요?」
 「여보, 사람을 뭘로 보고 이래! 옆집에서 아!한다고 우리도 아!

    옆집에서 야!한다고 우리도 야! 이러자는 거야?」
 「아이참 좋은 일인데 본받아서 나쁠 게 뭐 있수?」
 「듣기 싫어 여보, 자존심이 있지! 」

 

 하고 벌떡 일어났다.

 

 「아니 여보, 왜 일어나요?」
 「왜 일어나긴 여보! 」

 

 하고는 재빨리 입고 있던 파자마를 벗었다 파자마 뿐이 아니었다.

 

 「어머,어머, 여보, 왜 내복은 벗어요? 」
 「왜긴 여보!」

 

 알몸이 된 아차씨 방 밖으로 뛰쳐 나왔다  

 

 「아니 여보, 이게 무슨 짓이우?」
 「무슨 짓이긴 여보! 재치가 아침체조를 한다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어? 」
 「그래서요?」
 「냉수 마찰! 난 냉수마찰을 할 거야, 맹수마찰! 」

 

 하면서 목욕탕으로 들어가다가

 

 「에에취!」
 「이그, 이이가 주책이셔. 」
 「에에취!」
 「아유 어서 내복 입지 못해욧!」
 
 그런 잠시 후였다. 아차부부는 심각하게 앞으로 1년 동안을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 이것저것 상의를 하고 있는데 옥희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괜찮아요? 」
 「오,들어오렴.」

 

 얌전하게 들어오는 옥희의 손에는 화선지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아니 얘 그게 웬 종이냐?」
 「방학 동안 서예를 배우고 있잖아요? 」
 「참, 배우고 있지? 그래 잘 다니고 있냐?」
 「네 앞으로 1년 동안 꾸준히 다닐 거예요.」
 「옳거니! 너야 말로 착실하게 일년지계를 신춘에 세운 셈이로구나. 」
 「그리구요 아빠.」
 「응?」
 「이것도 실천에 옮겨 볼 거예요.」
 「아니 이거라니?」
 「이거요!」

 

 옥희는 화선지를 펼쳐 보였다. 거기에는 먹 글씨도 선명하게 <一日一善>이라고 씌어 있었다.

 

 「야, 일일일선, 하루에 한가지씩 착한 일을 꼭 하겠다. 그런 얘기지?

    좋다! 일일 일선이라!」

 「한 사람 앞에 하루에 한 가지씩만 좋은 일을 찾아 하면요,

    우린 세 식구니까 일일 삼선(一日三善)이 되잖아요? 」

 「오, 그렇구나. 일일 삼선인데. 」

 「그런 식으로 따지면 요,우리 3천만 아니 3천700만(80년대라)이 하루에 한가지씩만 착한 일을 하면 일일삼천칠백만선(一日三千七百萬善)이 되구요.」

 「야! 일일 삼천칠백만선이라... 」

 「그렇게 되면 우리 나란 앞으로 1년이면 온통 착한 일로만 가득할 것 같지 않아요? 」

 「얘 얘 좋다! 이왕이면 일일일선이라고 쓸 것이 아니라 일일삼천칠백만선이라고 쓰렴! 응? 하하하.」

 「호호호.」
 

 국민 한 사람이 그까짓 일쯤, 하는 것도 다 모아 놓으면 3천700만 가지의 일이 된다는 사실....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 재치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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