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우정에 관한 이야기」

 

 

                                                    (소재 제공.서울 갈현동 이수임)


                                  박서림 작  정유일 연출

 

 

 (M)            주제가 B.G

 해설           -

 (M)            OUT

 해설           막 설거지를 마치고 한숨을 돌린 재치부인,

 (E)            대문 여닫고,

 재부           옥의엄마 게세요?

 아부           아유 바우엄마 어서 오세요.

 (E)            미닫이 열고,

 아부           어서 들어 오세요.

 (E)            닫으며,

 

 재부           방해나 안 될는지 모르겠네요.

 아부           아이 별 말씀을 다하신다. 자, 이 안으로 들어오세요.

 재부           아이 아녜요, 여기도 괜찮아요.

 아부           글쎄 아랫목으로 오시래두요.

 재부           네, 됐어요. 어머나, 근데 책을 읽고 게셨군요?

 아부           호호, 어울리지 않죠?

 재부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아부           독서야 바우엄마한테나 어울리지 저야 어디 책을 읽어야죠.

 재부           아이 왜 이러실까?

 아부           호호, 전 책을 들었다 하면 졸음부터 오는 걸요.

 재부           아이 괜히 그러신다 정말.

 아부           호호, 헌데 신기하게도 오늘 이 책은 좀체 졸음을 몰고 오지 않네요.

 재부           네에?

 아부           졸음이 오는 게 다 뭐예요? 눈이 번쩍, 아니 번쩍까지는 안 가더라도 흥미를 돋구지 뭐겠어요?

 재부           아니, 대체 무슨 책인데요?

 아부           우리 옥희가 학교에서 가져온 책이에요.

 재부           어머나, 학교에서요?

 아부           해마다 졸업을 하구 신입생을 맞아들일 때 한 권씩 발행하는 거 있잖아요.

 재부           아- 교지요?

 아부           네 호호.

 재부           선생님들 훈육의 말씀이랑 학생들 작품이랑 선생님 주소록이랑 졸업생 명단 같은 게 실려있는 것 말씀이죠?

 아부           네.

 재부           알았다. 그러고 보니 옥희 작품도 이 교지에 실려 있는 모양이죠?

 아부           아이 아녜요!

 재부           아녜요?

 아부           호호, 저도 은근히 우리 옥희 글이 좀 실려 있지 않나 했더니 옥희라는 이름은 찾아볼 길이 없네요.

 재부           옥희 글솜씨 괜찮은데 왜....

 아부           아직은 저학년이니까 차차 실리기를 기대하는 길이죠 뭐.

 재부           호호, 근데 무슨 글이 그렇게 옥희엄마의 눈을 번쩍 뜨게 했어요?

 아부           네, 특집으로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군요.

 재부           아, 우정요.

 아부           일테면은 우정이란 무엇이냐, 학생에 있어서 친구의 중요성이란 어떤 것이냐, 내가 가장 잊을 없는 친구는 누구냐. 이런 내용들이 실려 있지 뭐겠어요?

 재부           아,네.

 애부           그 중에서두 중학교 3학년 때 어느 친구의 얘기는 재미있기도 하구 감동을 주기도 하지 뭐예요?

 재부           재미도 있구 감동도 준다구요?

 아부           네.

 재부           아니 어떤 얘긴데요?

 아부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심 직접 읽어 보셔도 좋구요.

 재부           어떤 내용인데요?

 아부           꼴찌는 맡아서 하지만 의리가 남 다르구 희생정신에 투철한 그런 친구의 얘기예요.

 재부           어머나.

 아부           1학년 때 전학오기 전 대전에서 알게 된 친구였대나요?

 재부           네.

 아부           여기 이 대목 읽어 볼 테니까 들어보시겠어요?

 재부           읽어보세요.

 아부           (읽는다) 한학기를 보내고 새 학기를 맞이했다. 한학기 동안 꾸준히 72명 중에 72등을 차지하던 그가 9월 말 고사에서 71등을 했다고 나에게 자랑하는 것이었다.

 재부           어머머.

 아부           그는 아마 72명 중에서 한 학생이 전학간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재부           어머나! 저를 어째. 아니 그럼 마찬가지로 꼴찌 아녜요?

 아부           호호, 그렇죠. (읽는다) 나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이 하도 딱하고 진실해 보여서 사실을 알려 주지 못한 채 축하하는 뜻에서 햄버거 하나를 사 주었다. 그게 그토록 감격스러웠는지 나를 쳐다보며 샛빨간 눈시울을 붉히던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재부           어머나 어쩜, 그 친구에 그 친구네요.

 아부           그쵸?

 재부           네!

 아부           얘기는 계속돼요.

 재부           네, 계속 읽어 주시겠어요?

 아부           네. 들어 보세요. 음! 그런 일이 있은 며칠 후 기술시간이었다. 그 날 따라 높고도 푸른 하늘을 유유히 가르는 포푸라 잎에 나는 그만 푹 빠져 들고 말았다. 선생님이야 필기를 하거나 말거나 창 밖에 시선을 둔 채 깊은 생각에 빠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휘 하고 휘파람을  불어버렸다.

 재부           어머나!

 아부           휘파람의 사나이 나와! 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술 하면 몽둥이, 몽둥이 하면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재부           호호호.

 아부           나는 우물쭈물했다. 어서 나와!  아, 이다지도 엉덩이가 무거울 줄이야! 양심은 어디로 갔나. 나가라! 진아, 정직해라!

 재부           호호호.

 아부           그러나 나는 나갈 수가 없었다. 심판의 필기하시던 손이 딱 멈췄다. 짧은 정막이 흘렀다.

                  엇쭈! 안 나와? 이 한마디에 나는 나가기를 포기했다. 선생님께서 돌아서셨다. 정말 안 나와! 그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누가 부시시 일어나더니, 선생님. 지가 휘파람을 불었이유.

 재부           어머나 어머나! 그러니까 바로 꼴찌하던 바로 그 친구가 대신 일어났단 말이죠?

 아부           네, 자기 대신요.

 재부           으응? 그래서요. 결과는요?

 아부           자기도 그 이상 양심을 속일 수가 없어서, 저 내가 했어요. 아니에요 내가 했이유. 하고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거죠.

 재부           호호호.

 아부           호호.이 사실이 아침내 교장선생님에게 알려져서 그 학생은 표창까지 받게 됐다는 게 이 얘기의 결말이에요.

 재부           표창까지 받았어요?

 아부           궁지에 몰린 칙구를 위해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던 그 우정을 높이 평가했다는 거죠.

 재부           과연! 재미도 있구 감동적이네요.

 아부           앞으론 이런 얘기두 관심 깊게 읽어 볼 필요가 있겠대두요.

 재부           네, 그렇군요 정말.

 해설           저녁때가 되자, 이 얘기가 다시 화제에 올랐습니다.

 아              재치 자네 이 얘기 듣고 뭔가 반선하는 게 있어야 돼.

 재              아니 뭐야?

 아              나 이 얘기 듣구, 꼴찌했던 그 친구도 그 친구지만 꼴찌한 친구를 친구로 대해준 학생, 바로 그 글을 쓴 친구의 그 어진 심성을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런 얘기야.

 재              응. 그래 그건 나도 느낀 바야.

 아              근데 자넨 뭔가?

 재              어째?

 아              자넨, 이 학생에 비함 너무 뻐겨!

 재              뻐겨?

 아              머리가 좋다구 거만하다구 자넨.

 재              아니 이 친구가 근데?

 아부.재부.   호호.

 아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인다 이런 말 몰라? 응? 비록 나같은 미욱한 친구 앞에서라도 좀 겸손하게 굴라 이거야.

 압              아유 참 이이는? 아니 바우 아빠가 뭘 거만하게 굴었어요?

 아              냉정하다구 이 친구!

 아부           어느 면에서요!

 아              바둑 한판을 두더라두 이 친구 양보할 줄 모른다구!

 재              뭐야?

 아부.재부    호호호.

 재              아이구 그런 자네는!

 아              뭐 어째?

 재              대포집에서 희생적으로 술값 좀 물 수 없어? 안 그래?

 아              아니 이 친구가 나를 아주 열등생으로 취급해!

 재부           (웃으며) 아이 너무했어요 당신 진짜!

 모두           (웃는다)

 재              건 농담이구, 사람이 머리가 좋으면 얼마나 좋고 머리가 나쁘면 얼마나 나빠?

 아              아 그럼! 성적이 좋은  때도 있지 뭘 그래!

 재부           입시 같은 때 그래서 운이라는 게 따르잖아요.

 아부           아이 그럼요!

 재              그러고 보니까 오늘이 후기대학 합격자 발표 날인데 이미 합격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불행히 재수해야 할 친구들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부.재부    네, 그래요.

 바우           에이 나도 어서 중학교에 들어갔음....

 옥희           왜?

 바우           왠 뭐가 왜야? 나두 교지에다 근사한 글 써내려고 그러지.

 재              녀석 철없는 소리 하고 앉았네. 남은 심각한데 말야.

 바우           아이 아빠!

 모두           (웃는데서)

 

 

 (M)            -

 

                       KBS <아차부인.재치부인> 테입에서 채록 (8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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