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용감한 어른]


                                                                                
朴 西 林

 

 러시.아워를 비낀 버스 안은 한산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버스에 아차씨는 아차부인과 함께 나란히 앉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보, 이렇게 그냥 집에 들어가도 괜찮아요? 」

 「괜찮잖구. 회사에다 연락해 두었어, 업무연락 차 나왔다가 그 길로 그냥 퇴근하겠다구. 」

 「설마 시장에 나온 아내가 짐 보따리 많다기에 보따리 들어다 주려고 일찍 퇴근합니다. 이런 소리 한 건 아니겠죠? 」

 「하면 어때?」

 「뭐라구요?」

 「그래야 애처가라는 소릴 들을 게 아닌가?」

 「애처가가 아니라 공처가죠.」

 「하하 안심해 그런 소린 안했으니까.」

 

이렇듯 아늑한 분위였는데 차가 다음 정거장에 섰을 때였다. 한 패거리의 고등학생들이 버스에 오르고 차가 떠나자 삽시간에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한 눈에 그들은 불량기 있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안하무인이었다. 승객들이야 있건 없건 왁자지껄하니 떠들어대었다.
 그 왁자지껄하여 몹시 시끄러워도 순진한 학생들의 혈기왕성이면, 발랄한 청소년들의 기개나 애교로 봐 줄 수도 있겠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들이 쓰는 말씨와 터질 듯한 목청이 딴 승객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도 남았다.
 씨팔, 죽여, 작살낼 거야, 등등 차마 들을 수 없는 욕지거리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이었다.
 묘한 공포분위기까지 감돌았다.

 

 「아유, 무슨 애들이 저렇죠? 」

 

 아차부인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저 녀석들 안하무인인데. 」
 「아유 시끄러!」
 
 참다 못해 아차씨,
 

 「안되겠군!」
 

하며 일어나려 했다.

 

 「아니 여보,왜 그래요?」
 「왜긴, 주의 좀 줘야지. 조용하라구. 」

 

 그러자 아차부인, 질겁하며 아차씨를 말린다.

 

 「아이 관 두세요. 당신이 왜 나서요? 」
 「왜라니, 여보 내가 어른이니까 나서지!」
 「아이 관두세요. 남들이라고 가만 있는데 당신이 왜 나서요?」
 「그게 아냐!」

 

 그래도 아차씨가 일어나려 하자 황급히 붙들어 앉힌다.

 

 「아유 글쎄, 자 애들 있는 바로 옆에 있는 어른들도 많은데 왜 뒷자리에 있는 당신이 나서우? 」

 「앞에 있는 어른들이 방관하고 있으니까 나라도.... 」

 「으응? 이이가? 가만히 있지 못해 욧!」

 

아차부인은 남편을 붙들고 놓지 않는다.

 

 「당신은 그게 틀렸습디다. 왜 자기 일도 아닌데 나서우?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구? 」

 「뭐, 다쳐?」

 「애들이 얼마나 우락부락하우? 요즘 애들 물불 가리는 줄 알아요? 괜히 봉변 당한다구요, 잘못 나섰다가...  」

 「......」
    

 그러잖아도 아차씨 캥기지 않는 바가 아니었다, 또 주의 주었다고 순순히 들어줄 아이들 같지도 않았다.

 

 「눈 딱 감고 그냥 가는 거예요.」

 

눈 딱 감고 가도 비겁한 남자라는 소리 안 할 테니 제발 쓸 데없이 나서지나 말아 달라는 듯한 아내의표정이다.

 

 「그래, 허긴 좋은 게 좋지. 처자식 있는 몸인데....」

 

 아차씨는 비겁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 어른들의 비겁과 무관심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학생들은 더욱 야단법석이었다. 웃고 욕하고 심지어 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녀석이 다 있었다.
 아무도 그들의 행패(?)를 말리지 못했다. 안내양(안내양 있을 때 얘기다)도 운전사도 귀머거리처럼 관여하지 않았다. 성질 급한 아차씨는 그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안 되겠어!」

 「아니 여보!」

 「말리지 말라구! 어른으로서 더구나 남자로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하지만 여보!」

 「다칠까 봐? 다쳐도 할 수없지. 다친다고 시민정신을 망각할 수야 있나! 」
 

 아차부인은 안절부절 못하고 울상을 지을 뿐이었다. 이쯤되면 말려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봐! 거기 있는 그 학생!」

 

 묵직한 목소리가 버스 안에 쩌렁하게 울렸다.
 떠들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뚝 그치고 버스 안의 승객들의 시선이 아차씨에게 집중되었다.

 

 「거기 있는 맨 큰 학생!」

 

 두 번 째 아이가 불손하게 대답했다.

 

 「나 말인가요?」
 「너 말고 네 옆에 있는 아이!」

 

 어깨가 떡 벌어지고 모자를 가방에 꾸겨 넣은 불량스런 학생이 째렸다.

 

 「나 말예요?」
 「그래, 너 잠깐 이리 좀 와봐!」
 「여보!」
 「당신은 잠자코 있어!」

 

 학생들이 불손하게 웅성댔다. 승객들도 불안에 떨었다. 지목된 학생이 뚜벅뚜벅 뒤뚱거리며 와서 아차씨 앞에 버티고 섰다.

 

 「왜 그러세요? 」

 

 씩 웃었다.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아차씨는 낮으나 의연하게 물었다.

 

 「너 어느 학교야 ? 」

 

 학생은 거만하게 되묻는다.

 

 「그건 왜 물으세요?」

 

 아차씨는 지지 않았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그러자 학생은 약간 기가 죽었다.

 

 「어느 학교야?」
 「정상고교 인데요, 왜 그러세요?」

 

 틈을 주지 않고 아차씨는 야무지게, 그러나 낮게 쏘아 붙였다.

 

 「정상고교면 명문 아니냐, 근데 이게 무슨 꼴이야! 명색이 명문 고교생이 버스 안에서 이렇게 떠들면 되겠어! 공중도덕도 모르는 게 어찌 정상고교일 수 있어! 엉! 대답 좀 해 봐!」

 

그러자 거짓말처럼 학생은 순한 양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꾸벅, 머리를 조아리고는 제 자리로 돌아갔다.

 

 「야 야, 조용하자, 조용해!」

 

 그러자 버스 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 버스 달리는 소리만 들려 올 뿐!
 아차부인은 가슴이 뿌듯한 감동(?)을 아니 느낄 수가 없었다.

 

 「아유 여보, 이런 수도 있구려. 」

 「으흠, 보라구! 애들이 얼마나 순진해! 그런 걸 어른들이 지레 겁을 먹고 비겁하게 핀잔 놓을 줄을 모르니까 애들이 방종해지는 법이라구!」

 「그런 줄도 모르고 난, 잡단으로 반항하면 어쩌나 하고 간이 콩알만 해졌다구요. 」

 

 그런데 일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시장 보따리를 나누어 들고 버스에서 내려 몇 발짝을 옮겼을 때였다.

 

 「잠깐요, 아저씨!」

 

 부르는 소리 있어 뒤돌아 보니, 아뿔사, 어느새 내렸는지 아까 그 험악한 학생과 또 한 학생이 버티고 서 있질 않은가!

 

 「이크, 저 녀석들이!」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유 여보, 이를 어쩌죠? 」

 

 아차부인은 새파래져 있었다,
 아차씨는 아찔했다. 후회해 마지않았다.
 눈 딱 감고 말 걸, 주제넘게 나서는 게 아닌데, 아이구, 이젠 꼼짝없이 당했구나!
 그러나 호랑이 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랬다고 아차씨는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아니 왜 그러지? 여기서 내렸구나, 너희들! 」

 

 그러자 학생들이 다가왔다.

 

 「짐 이리 주세요.」
 「이리 주세요. 우리가 들어다 드리겠어요.」
 「무어?」
 「어서 이리 달라니까요. 우리가 댁에까지 들어 드리겠습니다. 」

 

 하고는 짐을 번쩍 들고 앞장서지 않는가!
 그래도 아차부인은 아직도 불안이 덜 가셨다.

 

 「아이구 쟤들이 어쩌자는 걸까요?」

 

 그러자 그들 중의 하나가 씩 웃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저씨, 전 아저씨를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아저씬 진짜 어른다운 어른이시거든요.」
 

그러자 옆의 학생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요즘 어른들은 모두들 얼마나 비겁한 데요.」

 

 아차씨는 후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차부인은 새삼 남편을 올려다 보았다.
 (다시 봐야겠어 이이! 덮어 놓고 멍청한 사람인줄 알았더니 호호호!)
 버스 안에서 소매치기가 설쳐도 속수무책인 우리들.....아무쪼록 아차씨를 본받을 일이다.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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