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연줄을 끊은 뜻은」

 

              

 
 일요일 느지막한 아침이었다.

 

 「여보,여보!」
 「.......」
 「아니 이이가 아직도 자나?」

 

 아차부인은 문을 열면서 나무란다.

 

 「여보, 일요일이라지만 이거 너무 했잖우?」

 

 그러나 잠자고 있는 줄 알았던 아차씨는 방에 없었다.

 

 「아니 이이가 어디 갔담?」
 
 바로 이 무렵, 아차씨는 동네에서 좀 떨어진 언덕에 오르고 있었다.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언덕을 오르며 이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손엔 얼레(정식 얼레가 아니라, 약간의 실을 감은 막대기라 함이 옳겠지만)와 방패연이 들려 있질 않은가?
 언덕에선 바우를 비롯한 어린이들이 벌써 떠들썩하게 연을 날리고 있는 중이었다.

 

 「얘, 바우야, 바우야.」
 「앗, 아저씨 어쩐 일이세요?」
 「응, 허허. 너, 연 날리고 있구나. 」
 「네 헤헤, 저어기 저것 보세요. 멋지게 날죠? 」
 「응, 그래! 야, 너 기술 기차구나!」
 「뭘요, 헤헤. 」
 「야, 까마득한데, 가물가물하다!」
 「헤헤, 아저씨, 잠깐 날려 보시겠어요?  얼레 드릴까요?」
 「아니다. 얘, 나도 있어! 이것 보렴.」
 「앗,그러고 보니 아저씨두....」
 「헤헤 너희들 날리는 걸 보니,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지.

    그래 일부러 사 왔다! 」
 「야, 아저씨두 ,헤헤헤.」
 「아무도 모르게 왔다!」
 「아줌마도 모르세요?」
 「아줌마 뿐이냐? 옥희도 몰라. 」
 「하하, 아저씨두!」
 「연날리기야 어디까지나 남자가 날리는 거 아니니?」
 「아저씨 제가 올려 드릴게요. 」
 「얘 얘, 나도 관록있다. 어렸을 적엔 나도 얼마나 날렸는데.

    자 두고 보렴!」
 
그런데 얼마 후, 아차부인과 재치부인 함께 있는데, 바우 할아버지가 나타나서는 혼자 웃고 있질 않은가?

 

 「허허허허...」
 「아니 아버님, 무슨 일로....」
 「응? 응, 허허, 아직 젊었어요. 젊다 뿐인가? 아직도 홍안소년이라니까.

    」
 「아이 할아버지,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이세요? 」
 「누군 누구야? 바로, 옥희 아빠 얘기지. 」
 「네에? 우리 그이요?」
 「응!」
 「아니, 그이가 젊다뇨? 홍안소년이라뇨? 」
 「그러지 않구서야  애들과 어울려서 연을 다 날릴까?」
 「네에? 연을 날려요? 」
 
 바우 할아버지는 분명히 아차씨가 연을 날리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무슨 기술이 그런지 연은 채 2m도 오르지 못하고 뱅글뱅글 돌기만 했다. 기술이 모자라면 날리기 쉬운 가오리연을 날리면 되련만, 주제에 격식을 갖추겠다고 까다로운 방패연을 날리고 있으니 별수 있나? 뱅글뱅글 돌다간 탁, 뱅글뱅글 돌다간 탁!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옆에서 보다 못한 바우가,


 「제가 잡아 들릴게요.」

 

하고 도와 주기를 자청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아냐,아냐, 괜찮다! 나 혼자 날릴 수 있다. 넌, 네 연이나 잘 날려!」

 

 하고 외고집으로 날리다간 떨어뜨리고, 날리다간 떨어뜨리고 그 때마다,

 

 「에이, 왜 이렇게 균형이 안 잡히지? 」

 

 하면서 요리조리 매만졌지만 워낙 기술이 신통치 못한 솜씨라 연은 점점 돌이킬 수 없는 폐품으로 변해갈 뿐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뿔이 돋은 아차씨는 퉤! 퉤! 침까지 뱉으면서 그래도 날려 보겠다고 어르고 있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는 슬그머니 돌아왔던 것이다.
 얘기를 들은 아차부인,


 「으이 참 그인 언제나 철이 들지?」
 「호호, 아버님께서 좀 조정해 주지 그러셨어요?」
 「그럴까도 생각했었는데, 애들 앞에서 고쳐 줌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서 그냥 왔지. 」
 
바로 이때 아차씨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무슨 소린 지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투덜대며.....
 지켜보고 있던 아차부인 한심해서 나무란다.

 

 「어이구 참 당신두, 지금 몇 살인데 연은 날리자고 나서요 그래? 」     

 

 그러자 아차씨 의외로 부드럽게,

 

 「허허, 연도 세대를 알아 보지 뭐야.」

 

 이러니 모두 따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차씨는 그것으로 연날리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바우 할아버지가 아차씨를 다시 부추기는 것이었다.

 

 「어때, 내가 조종 좀 해 볼까? 」
 「네, 그러잖아도 부탁 드리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

 

 그리고는 덧붙이는 것이었다.

 

「조금만 손보심 기막히게 날 겁니다. 제가 기막히게 날게 하는 비방을

   찾아냈으니까요.」
「뭐라구요? 비방을요? 」
「응.」
「흥. 연을 날리는 데도 비방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
「그럼.」
「연에게 약이라도 먹인다는 거예요?」
「약을 먹이는 거나 마찬가지지.」
「뭐예요? 약을 먹여요?」
「그렇다니까!」

 

 모두들 어이없어 하는데, 아차씨는 집에 들어가서 매직 펜을  하나 들고 나왔다.
 바우 할아버지는 연을 손질하고 있었다.


「자, 됐어요. 이쯤하면 그럭저럭 돌지 않고 잘 날 것 같은 데..... 」
「고맙습니다.」


  바우 할아버지한테서 연을 받아 든 아차씨는 준비해 온 매직 펜으로 연의 이마에다 뭔가 그릴 기세였다.

 

「아니 여보. 거기다 뭘 그릴 작정이세요?」
「그리는 게 아니라 쓰는 거야. 」
「쓰다뇨? 뭘 써요?」
「두고 보면 알 거 아닌가?」

 

 어이없어 지켜 보니, 크고 힘차게 써 놓은 글씨는 단 두 자, <物價>였다.

 

「아니, 아니 여보, 이게 무슨 뜻이유? 물가라니? 」

「내 연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구. 그러나 이제 두고 보라구. 이렇게 이마빼기에다 물가라는 글자를 써 놓았으니 별 수 있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날아오를 수 밖에! 요즘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 물가와 더불어 말야, 헤헤헤.」

 

 듣고 보니 그럴 듯해 모두 웃었다. 그러나 아차씨는 한술을 더 뜨는 것이었다.

 

「내 이것으로 그치지 않을 거야.」

「이것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뇨?」

「연이 신나게 하늘 높이 날면 그 다음에 할 일이 있다구요.」

「할 일이라뇨?」

「연줄을 탁!」

「어머! 끊어 버리겠다는 거예요? 」

「응. 끊을 거야. 끊음 어떻게 될 거야? 끈 떨어진 연이 지가 어디 갈 거야? 떨어질 수 밖에 더 있어?」「허허 그러다 보면, 연에다 써 놓은 물가도 떨어진다 이거로구먼?」

「네, 그렇습니다. 어떻습니까? 제 생각이요? 」

「좋아, 좋아요 허허허!」

 

 연날리기 철이 지나면 줄을 끊어 날려 보내는 풍습이 있다. 그것을 <액막이 연>이라 한다.
 치솟는 물가와 더불어 연을 날려  보내겠다는 아차씨의 충정, 그것이 곧 서민의 충정이 아닐는지....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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