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연말의 적자를」

 

 

 

 막 퇴근한 아차씨의 코트를 받아 들며 아차부인,

 

 「여보, 나 오늘 칭찬을 듣고 싶어졌어요. 」

 「뭐?」

 「당신한테 칭찬을 듣고 싶어졌다니까요!」

 「옆구리 찔러 절을 받겠다 이거야? 」

 「어떤 방법을 써서라두요.」

 

 어리둥절해 하는 남편 앞에 아차부인, 가계부를 내놓으며 거드름을 피운다.

 

 「에헴. 가정이야 말로 가장 어렵고도 훌륭한 직장이다! 이 소리 누가 했는지 당신 아우?」

 「글쎄...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

 「어디서 누가 했건 간에, 그런 가장 어렵고도 훌륭한 일을 지난 일년 동안 거뜬히 해 냈다 그런 얘기예요 내가! 」

 「아니 그러니까...」

 「호호, 가계부를 보면 알겠지만 요, 그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악착같이 저축을 하고 옥희 학비 대주고 살림을 꾸러 나가면서 적자를 면했다 이거예요.」

 「적자가 없다?」

 「호호, 네.」

 「야, 그렇담 진짜....」

 

 아차씨,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넙죽 절하는 시늉을 한다.

 

 「여보, 고맙소. 진짜 고맙소, 당신같은 현모양처가 어디 있겠소? 」

 

 그러자 아차부인,

 

 「있죠. 바로 옆집의 재치부인! 」

 

 그리고 덧붙이는 것이었다.

 

 「재치부인, 어떻게 든 적자를 면해 보려고 애쓰는 걸 보면 참 안됐습디다. 」

 「적자와 흑자의 갈림길에서 애를 쓰더라?」

 「네.」

 

 낮의 일이었다.

 

 「아유, 옥희 엄마, 이를 어쩌죠? 」

 「아니 왜요? 자치부인?」

 「잘못하다간 적자를 보겠어요, 올핸! 」

 「아유 세상에, 서민가계가 위기는 위기다. 그 알뜰하신 재치부인이 비명을 지르시니? 얼마나 날 것 같은 데요? 」

 「아직 날자가 남았으니 확실한 것은 모르겠지만 요. 연말연시에 쓸 일도 많을 텐데 꼭 적자가 날 것만 같다니까요.」

 

얘기를 들은 아차씨,

 

 「긴박한 모양이지?」

 「네. 할아버지 한 분 더 계신 것도 부담은 부담인 모양이죠? 」

 「글쎄, 수입은 나와 비슷한데 우리보다 더 쩔쩔맨다면 어른이 한 분 더 계신다는 이유도 되겠군. 」

 

 저녁때 재치씨가 퇴근하자 재치부인,

 

 「여보. 심각하게 듣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으세요.」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더 심각해지는데? 말해 봐.」

 「당신 혹시 말예요. 혹시 돈 여분 좀 없수?」

 「뭐? 돈?」

 「혹시 저 모르게 라도 간직해 뒀던 돈 말예요. 」

 「여보,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비밀 돈 간직해 둘 여유가 어딨어? 당신 아다시피 그거 다 옛날 얘기라구!」

 

 재차부인은 낙심이다. 그러는 양을 보고 있던 재치씨,

 

 「없다구! 난 정말 결백해!」

 「결백하지 않더라도 좋으니 있음 했는데... 」

 「뭐?」

 

 재치씨, 비로소 삼각성을 깨닫고 묻는다.

 

 「무엇에 쓰려는 돈인데? 」

 

 재치부인이 사실을 알리며 덧붙인다.

 

 「내가 너무 욕심을 내서 적금을 들었나 봐요. 그러니 않았음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

 「얼마나 모자란데? 」

 

 재치부인, 가계부를 내놓았다.

 

 「보시려우? 미리 연말 결산을 해 봤더니 아슬아슬하지 뭐겠어요? 」

 「어디 좀 봅시다.」

 

 해서 재치부인 가계부를 건네 주는데 그 안에서 무엇인가 툭 하고 떨어졌다.

 

 「에그머니. 이게 뭐람?」

 

  저금통장이었다.

 

 「여보, 웬 저금통장이지?」

 「그러게나 말예요. 혹시 당신이 끼워 둔 거 아녜요? 」

 「여보! 당신 모르는 저금통장이 어디 있어? 」

 「가만 있어 보세요. 」

 

 해서 통장의 명의를 살펴 본 재치부인,

 

 「에그머니!」

 「여보 왜 그래? 누구 통장인데 그래? 」

 

 그건 바우 할아버지 명의의 저금통장이 아닌가?

 

 「아니 이게 어쩌자고...」

 

 의문은 바우가 풀어주었다.

 

 「아, 그거요? 제가 몰래 끼워 둔 거예요.」

 「아니 뭐?」

 「아까 할아버지께서 저금통장을 주시면서요, 절 보고 엄마 몰래 엄마 가계부에 넣어 두고 오라시잖아요. 통장 열어 보세요. 그 안에 쪽지가 들어 있어요.」

 

 재치부인은 떨리는 마음으로 쪽지를 펼쳐 보았다.

 

 - 에미야. 내 저금통장을 바우 시켜 가계부를 끼어 둔다. 연말결산에 보태 쓰도록 해라. 너희들 내외 지난 한해 어려운 가계 속에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내 가용 돈을 꼬박꼬박 주었었지! 그 덕분으로 내 부족한 것 없이 썼는데도 저축을 할 수가 있었단다. 그래서 모은 돈이니까 비록 액수는 기만 원에 불과하다만 너희 가계에 보태 쓰도록 하려므나.  괜히 이 돈을 어렵게 생각하거나 되돌려 주겠다는 생각일랑 갖지 마라. 그러면 그보다 섭섭한 일이 다시 없어요. 허허, 기업인은 돈을 벌어 사회에 돌려보낸다는 말이 있듯이, 나도 내가 쓰다 남은 돈을 나의 따뜻한 가정에 되돌려 보내는 것이니 사양하면 섭섭해요, 허허허.-

 

 쪽지를 읽어 내려가는 재치부인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재치씨는 옆에서 공연히 헛기침만 하고 있었다. .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 재치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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