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시(詩)가 있는 바가지」

                                                                                朴 西 林

 

 「새댁 있잖아요?」

 「네, 고사리 부인 말이죠? 」

 「겉보기 보다 아주 독한 데가 있지 뭐예요? 」

 「독한 데라뇨? 새댁 얌전한 건 골목 안에서도 소문이 나 있는데?」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

 「그게 아니라뇨? 」

 「모르고 계셨군요. 요즘 고사리씨하고 새댁이 냉전 중이라는  거.」

 「그래요? 신혼부부가 냉전 중이람 그건 사랑 싸움이겠죠 뭐!」

 「근데 그게 아니더라 구요. 새댁이 어찌나 단호한지요, 고사리씨 한테 확답을 받지 않곤 절대 화해할 수 없다고 버티는 중이라지 뭐예요!」

 「신랑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다는 거예요? 」

 「술이 좀 심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따금 실수도 하고 낭비도 심하구요, 그 때문에 분통을 터뜨린 모양이에요.」

 

 재치부인, 아침에 고사리 부부가 주고 받던 얘기를 꺼내 놓는다.

 

 「아니, 정말이러기야?」

 「뭐가요?」

 「출근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냉랭하게 굴기냐구!」

 「식사하고 출근하면 될 거 아녜요.」

 「식사할래야 식사할 기분이 나야지, 덩그러니 밥상만 밀어 놓고 새침하니 돌아앉았으니!  」

 「흥! 굶기지 않고 출근 시키는 걸 다행으로 아세요! 」

 「아니 뭐라구?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그래요! 당신 술버릇을 고치지 않는 한은요! 」

 

고사리씨가 버럭 소리를 친다.

 

 「이봐!」

 

부인도 지지 않는다.

 

 「왜 그래!」

 「아니 소리까지 지를 거야!」

 「못 지를 거 뭐 있어! 자기도 지르는데!」

 「아니 이런 순!」

 

 일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날 마침내 새댁은 옷가지를 챙겨 가지고 친정으로 가 버린 것이다.
 이웃에서는 의론이 분분했다.

 

 「거 너무했는데....아무리 싸웠다고 친정에 가 버릴 게 뭐 람?」
 「그러게나 말야. 친정에 간다는 건 그만큼 여자 편에서 손해라구.」

 

 이건 남자들의 견해다.
 그러나 여자들은 달았다.

 

 「오죽 화가 났음 친정에 갈 마음까지 생겼겠어요?! 」      

 「그럼요. 고사리씨가 너무 인정머리가 없는 거예요. 」

 「부부싸움이야 으례 남자 편에서 양보하게 돼 있잖아요? 」

 「남자가 무슨 죄를 졌나? 남자 편에서 양보를 하게? 」

 「죄를 졌다는 건가요? 여자에 비함 어느 모로 보든지 남자 편이 대범하니까,대범한 남자 편에서 양보하고 감싸 줘야 한다 그런 얘기죠. 」

 「난, 팩해가지고 친정으로 짐 꾸려 가지고 나간 사람까지 용서할 도량은 없다구!」

 

집에 돌아와, 새벽에 친정으로 간 사실을 안 고사리씨는 화가 났다. 일촉즉발의 경지였다.

 

 「흥! 자기가 그럼 누가 겁날 줄 알구?  좋아, 좋다구!」

 

 그 길로 대포집을 향해 뛰쳐나가려는데 문득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아니 이게 뭐지? 흥! 이건 자기가 써 놓고 간 쪽지 아냐! 흥, 최후통첩이다 이거지? 좋아, 좋다구!」

 

그런데 그 쪽지를 읽어 내려가던 고사리씨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져 가고 있었다.

 

  하루에 한 잔
  하루에 몇 백 원
  하루에 한 가지 실수쯤
  그것이 무슨 대수로운 일이냐고
  자기는 말했지만
  난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가 없어요!

  자기와 나와 앞으로 40년
  아니, 50년은 살아가야 하는 몸....
 
  하루에 한 잔 과음하면  50년이면
  몇 잔의 과음이 될까!
  하루 몇 백 원의 낭비가 50년이면
  얼마의 낭비가 될까!
  하루 한 가지의 실수가 50년이면
  몇 가지의 실수가 되는 것일까!

  2만 잔의 과음(1 잔 x 365 x 50년 =18,250잔)
  1000만원의 낭비(500원 x 365일 x 50년 = 9,125,000원)
  2만 번의 실수(1 번 x 365일 x 50년 =18,250 번)

  그 조그마한 낭비, 그 조그마한 실수가
  50년 쌓이고 쌓이면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고 ,
  출세의 길을 막는다 생각하면
  어찌 내조하는 내 입장에서
  그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요.

  지금 한 번 야박하다는 소리 듣고 핀잔을 들어도
  당신의 50년 후를 생각하면
  한 잔의 과음, 볓 백 원의 낭비
  한 가지의 실수도 결코 소홀히
  넘길 수가 없어요.

  난 당신의 아내니까요.
  남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는 당신의 아내니까요!

 

 이건 한 편의 간절한 시가 아닌가, 시가 따로 있나!

 

                                         (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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