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살림에 화장하기」

 

 

 어느 날  아차씨, 퇴근 후 묘한 화제를 꺼내 놓는 것이었다.


 「야, 한심하더군 한심해!」

 「아니, 밑도 끝도 없이 한심하다는 건 또 뭐예요?」

 「여자라는 게 뭐가 그렇지? 한심하더라구요, 한심해!」

 「아니 지금 누굴 두고 하는 소리예요? 같은 여자의  처지에서 듣기 거북하구려!」

 「방금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

 「돌아오는데요?」

 「바로 옆에 앉은 여자가 근사해! 」

 「뭐라구요?」

 「근사하다는 건 어폐가 있구, 좌우지간 냄새도 향기롭고, 화장도 세련됐구, 옷도 꽤 사치스럽고, 부츠도 고급이더라 그런 얘기야.」

 「흥! 그래서요?」

 「그래, 이런 여자는 과연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은근히 호기심이 생기지 않겠어? 」

 「흥, 따라가 보지 그랬수? 」

 「따라갈 필요조차 없었다구.」

 「뭐라구요?」

 「내가 내리니까 이 여자도 내리는 거야.」

 「흥, 속으로 쾌재를 불렀겠구려! 」

 「쾌재를 불렀다기보다 아 이것도 인연이구나 했지.」

 「흥.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래서요, 차나 한잔 하실까요? 이래보지 그랬수?」

 「그럴까 도 생각했는데, 그럴 겨를도 없이 잰 걸음으로 앞서 가는 거야. 」

 「따라가 보지 그랬수?」

 「따라가고 말고 가 없었다구. 바로 우리 집 방향으로 가고 있었으니까...」

 「흥! 떼려야 뗄 수없는 인연이구나! 했겠구려? 」

 「가슴이 좀 떨리더라구.」

 「그래서요?」

 「우리 집 앞을 지나 계속 언덕으로 올라가더군.」

 「뒤를 따랐구려! 집에 들어올 생각도 않구?」

 「안 따라갈 남자가 어디 있어! 」

 「흥, 그래서요? 어느 집으로 들어갑디까?」

 「내 참 기가 막혀서!」

 「뭐가 그렇게 기가 막혀요?」

 「언덕 막바지까지 올라가는 거야.」

 「그래서요?」

 「이윽고 자기 집 앞에 서는데.... 」

 「서는데요?」

 「기가 막혀서!」

 「어떤 집이었다는 거예요?」

 「좌우간, 그 근방에서 기중 지저분한 집으로 들어가는 거야. 이, 이렇게 쪽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허리를 꺾으면서 말야!」

 「.......」

 「야, 실망이더군! 절로 욕이 나오더라니까. 젠장, 난 또 꽤 차렸길래  그럴듯한 집에서 사는 줄 알았더니....흥! 제몸 단장도 좋지만 살림살이하는 집안 단장도 좀  할 것이지....」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차부인, 어쩐지 뜨끔하고 꺼림칙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해동이 안 되어 안팎 청소를 제대로 안한 탓도 있지만 우리라고 남이 보기에 알뜰하고 깨끗하게 단장하고 산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남을 흉볼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단장 좀 해야 겠구나!
 그래서 이튿날 아침 밥상머리에서,

 

 「여보, 나 오늘 집 단장 할 거예요.」

 「뭐? 집 단장을?」

 「자기 얼굴만 화장하고 집은 그냥 지저분하게 놔두는 건 꼴사납지 않아요? 」

 「살림에도 화장을 하겠다!」

 「안 좋아요? 」

 「여보, 그 치만  집 단장이라면 주말에 할 것이지 왜 오늘 당장 하겠다는 거야? 」

 「그 때까지 참을 수가 없단 말 예요, 남이 흉볼 것 같아서....꼭 자다 일어난 꼴을 남에게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 요.」

 「혼자 해낼 수 있겠어? 」

 「언젠 혼자 했지 둘이 했수? 」

 「무슨 소리야? 내내 부려먹었으면서? 」

 「부려먹자니 얼마나 귀찮았는지 알기나 하세요? 일 좀 했다고 여보, 이렇게 일을 했는데 일당 안 줄 거야?  여보, 목이 출출한데 맥주 한병 ! 흥. 차라리 안 시키고 말지.」

 「나, 그럼 일절 간섭 안 한다? 」

 「그 대신 일당이나 내세요.」

 「뭐이?」

 「문 창살 칠도 할 거구요. 문 어긋난 데 망치질도 할 거구요. 그리구.... 」

 「알았어,알았어! 주지. 줄 거야. 주머니 돈이 쌈짓돈인데 아까울 거 뭐 있겠어? 」

 「당신 호주머니 돈에서 내는 거예요.」

 「알았어, 알았다니까!」

 
이래서 하루 종일 녹슨 창살을 칠하고, 호스로 물 뿌리고, 화단의 부시시한 흙도 파헤치고, 안에 있던 화분도 내다가 물을 담뿍 주고, 어긋난 문짝을 망치질까지 다 해 놓으니 하루해가 다 갔다. 허리가 아프고 팔다리가 쑤셔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아차씨가 돌아오자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자요, 이만했음 일당 받을 만 하죠?」

 「좋았어!」

 「그럼 어서 내 놓으세요.」

 「단, 그냥 내줄 수는 없지.」

 「뭐라구요?」

 「공사를 했으면 준공검사가 있듯, 품삯 받을 일을 했음 검사를 받아야 될 거 아냐? 」

 「좋아요! 하다 못해 학교에서 청소를 하더라도 검사를 받는데 당신이 검사를 하겠다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려.」

 

아차씨는 집 안팎을 한 바퀴 삥 돌았다. 그런데 뒷 곁에 다녀와 선 미간을

찌푸리는 것이었다.

 

 「에이, 쯧쯧쯧. 」

 「아니 여보. 왜 그래요? 」

 「여자는 역시 남이 보는 데만 신경을 쓴다니까! 뒷 곁에 좀 가 봐! 앞쪽은 번드르르한데 뒷 곁은 아직도 지저분하지 않아? 꼭 얼굴에만 치닥치닥 하얗게 분을 바르고 묵 덜미는 누우런 그런 여자 같다구요!」

 

그러나 아차씨, 비상금조로 넣어 두었던 5천 원짜리 한 장을 선뜻 내놓고는 한마디 덧붙이는 것이었다.

 

 「당신 탓만은 아니지. 뒷 곁은 내가 치울게! 내 소관 사항으로 맡겨 두라구요. 내 꼭, 속살 하얀  당신처럼 샅샅이 치우고 단장을 해 줄 테니까!」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 재치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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