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 사이코.드라마」


                                                                               朴 西 林

 

             

 사이코.드라마(psycho.drama)라는 게 있다.
 정신병원 같은 데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흔히 사이코.드라마를 이용한다.
 각본(脚本)이 따로 없고 기성배우(旣成俳優)가 환자와 어울려 임의로 드라마를 꾸며 나가는 형식이다.
 매우 독단적인 아버지 밑에서 입시공부에 시달리다가 정신이 이상해진 아들이 있다고 치자.
 배우로 하여금 그 아버지 역할을 하게 하고 환자로 하여금 그 아버지역인 배우에게 마음껏 하고 싶은말을 퍼붓게 한다. 마음이 후련해질 때까지!
 그러고 난 다음에 (이 대목이 중요하다)이번에는 역을 맞바꿔서 환자는 아버지 역을, 배우는 환자 역을 맡게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들이 된 배우로 하여금 아버지가 된 환자에게 마구 퍼붓게 하는 것이다.
 「아버진 나빠요. 아버진 독선이에요. 내 인생은 아버지 인생이 아니잖아요! 난 아버지의 소유물이 아니란 말예요! 」
 등등 이런 드라마를 거듭하다 보면 환자는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의 처지와 고충을 이해하게 되고 자기에게도 잘못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이 사이코.드라마를 가정생활에 이용해 보면 어떨까?

 

 「여보 잠깐만...」

 

 재치씨가 막 출근하려는데 재치부인이 불러 세운다,

 

 「왜 그래?」

 「간밤에 옥희 네가 티격태격하는 모양입디다. 」

 「뭐, 아차 네가?」

 「밤 중에 서로 다투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

 「쯧쯧, 친구 혼자 마시면 언제나 사고라니까, 심하게 다퉜나? 」

 「아침에 가게에서 만났는데 옥희 엄마가 그러더라구요, 성격이 안 맞아서 못 살겠다구요. 」

 「뭐야? 성격이 안 맞아서 못살아? 」

 「네.」

 「못 살겠다는 소리까지 다했어? 」

 「그러더라니까요.」

 「그렇다고 못살겠다니?」

 「오죽 속상하면 그런 막말이 다 나오겠어요?」

 「그 친구, 또 술김에 실언이라도 한 모양이구먼!」

 「알아 보세요. 화해시켜 줘야 할 거 아니겠어요, 이웃끼리. 」       

 「알았어. 알아 보지.」
 

 함께 출근하면서 재치씨가 아차씨에게 무슨 일로 다퉜느냐니까 아차씨, 의외로 강경하다.


 「암만해도 성격이 안 맞아서 못 살겠어. 성격 차이는 어쩔 수가 없다니까. 」

 「이 친구야 옥희가 지금 몇 살인가? 근데 뭐? 성격이 안 맞아 못 살아? 철 없이 굴지 마. 서로 이해하며 사는 거야. 」

 「흥. 이해 좋아하는군.」

 「아니, 그럼 이대로 평행선을 걸을 거야? 」

 「천리 길이라도 평행선이야. 그 쪽에서 사과하지 않는 한....」

 「옹졸하긴...」

 「옹졸해?」

 「남자한텐 도량이 있어야 해!」

 「듣기 싫어 이 친구야, 날더러 입 먼저 열게 하려는 모양인데 싫어 이번엔...」

 「되게도 삐졌군!」

 「술 좀 마셨다구 모욕적인 언사를 마구 퍼붓더라 그런 얘기야! 술 마신 것도 나쁠 테지만 감히 여편네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다니 못 참아, 이번엔 못 참는다구!」
 

 재치씨, 이때 퍼뜩 사이코 드라마 생각이 났다.

 

 「자네, 사이코.드라마 아나?」

 「뭐? 사,사이코 드라마? 」

 「응, 심리극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왜 난 데 없이 사이코.드라마 얘기는 꺼내는 거야!」

 「자네 사이코.드라마를 이용해서 화해 좀 해 보지 그래.」

 「뭐, 사이코.드라마로 화해를 해?」

 「흔히 정신병원에서 이런 드라마를 이용하는데 효과가 아주 크다는 거냐.」

 「아니, 그럼 우릴 정신병자 취급하는 거야 지금? 」

 「누가 정신병자 취급이래?」

 「사이코. 드라마가 효과가 있다며? 」

 「그 방식이 흥미 있다 이거지. 」

 「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가령, 여기 시어머니 구박이 심해서 정신이 살짝 돈 여자가 있다 이거야. 」

 「친구야! 요즘 시어머니 구박받는 며느리가 어디 있어, 며느리 구박받는 시어머니는 있어두!」

 「그럼 며느리의 구박이 심해서 살짝 돈 시어머니가 있다고 치자 이거야. 」

 「그래서?」

 

 재치씨는 살짝 돈 시어머니를 예로 들어 사이코.드라마 방식을 간단히 설명했다.


 「흐음 일리 있는데!」

 「일리 있는게 아니라 정신병원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대두. 」

 「친구야, 정신병원, 정신병원 자꾸 그러지 마!」

 「하하 미안 미안!」

 「역할을 맞 바꾼다,....서로 상대방의 처지가 된다 이거지? 」

 

 이 날 밤이었다.
 아차씨,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소주병을 본 아차부인은 기가 찼다.

 

 「흥! 이젠 아예 소주를 사 가지고 들어와 ....」

 

 그래도 아차씨, 개의치 않는다,

 

 「당신 사아코 드라마가 뭔지 알아? 」

 「뭐예요?」

 「처음 들을 거야. 내가 설명할 테니까 자세히 들으라구. 」

 「흥,  누가 그따위 설명 듣겠대요?」

 「들어  두라니까!」

 「흥!

 「이제부터 내가 당신이 되고, 당신이 내가 되는 거야.」

 「어째요?」

 「그리구, 간 밤에 다퉜듯이 또 한 번 다퉈 보는 거야!」

 「아이참 기가 막혀!」

 「그 대신  내가 당신이 되고,  당신이 내가 되는 거야. 입장을 완전히 바꾸는 거라구!」

 「듣기 싫어요!」

 「덮어놓고 듣기 싫다고 그럴 것이 아니라구, 자, 우선...」

 

 하고는 술병을 까서 탁자에 있는 유리컵에 소주를 가득 따랐다. 그리고 아내 앞에 내민다.

 

 「마셔!」

 「어머머!」

 「어서 마셔!」  

 「아이참,저리 치우지 못해요!」

 「마시라니까!」

 「술 마시는 것 봤어요?」

 「못 마시더라도 마시는 거야! 」

 「어째요?」

 「간밤에 내가 취해서 돌아왔잖아! 그러니까 당신이 되려면 우선 마셔야 한다구. 」

 「이그, 저리 치우라니깐!」

 「마셔, 어서, 마시고 취해야 내가 왜 당신 앞에서 울분을 터뜨리고 떼를 썼는지 그 기분을 알 수 있을 거 아니냐 이거야! 자 마셔! 어서 마시구 취해!」

 「덮어 놓고 마셔요? 술을 마실 동기가 있어야 마실 거 아녜요! 」

 「뭐이?」

 「이유를 알아야 마셔도 취하도록 마실 거 아녜요! 술주정도 하구!. 」

  

딴은 그랬다. 아차씨는 자기가 우선 한 모금 마시고 어제의 괴로웠던 일,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던 사연을 아내 앞에 털어놓는다.

 

 「사실은 어제 부내 인사가 있었는데 추월(追越)을 당했다구!」

 「뭐, 뭐예요? 추월! 」

 「대범해지려고 애쓰긴 애썼는데 사람이 그게 아니더라구. 진급한 친구한테 축하주를 사 주구 돌이설 때까진 좋았다구. 근데 역시 수양이 덜 됐는지 울컥 치미는 게 있잖아 ! 그래 딴 대포집에 들어가  한 대포 마셨다구, 그게 그만 과음이 된 모양인데 .......」

 「여보!」

 「자 이게, 어제 술 마시게 된 이유라구, 이유 알았지? 자 이유 알았으니까 어서 마시라구, 마시구 흠뻑 취해 가지구 당신이 내가 돼서 술 주정 한 번 해보란 말야. 자 마셔! 어서 마셔! 그럼 내가 당신이  돼서.....」

 

그러다가 아차씨는 술 잔을 디밀던 손을 뚝 멈추고 말았다.

 

 「여보!」

 

 아내의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두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그만! 미안해요.... 」   

 「여보, 사이코.드라마야. 당신이 내가 되는 거야!」
 

막이 오르기도 전인데 사이코.드라마는 이것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이미 그들의 마음은 다시 하나가 되었는데 막을 올릴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방송꽁트집.아차부인.재치부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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