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빚을 내야겠어요.」

 

 

 

 「암만 해도 빚을 내야 할까 봐요.」

 

 어쩐 일로 아차부인 한숨 섞어 이런 말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이웃으로서 예사로 들을 수 없었던 재치부인, 남편이 돌아오자,

 

 「여보, 옆집 옥희네가 암만해도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지 뭐예요?」

 「아차 네가?」

 「네, 그러길래 아차부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다 나오죠. 옥희 아빠 그런 기색 없어요?」

 「아니, 오늘도 태평한 얼굴이던데 뭘?」

 「겉으로 그러지만 속으로 고통을 받고 있을지 누가 알아요? 넌지시 알아  보구려. 이웃으로서 무관심할 수 있어요?」

 「그야 물론! 알았어요!」

 

 재치씨  아차씨를 불러놓고 묻는다.

 

 「자네 요즘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뭐? 무슨 일이라니?」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모양인데, 우리 사이에 무슨 허물이 있나 어서 털어 놔 봐.」

 「난데없이 이게 무슨 소리야? 타격이라니? 」

 「타격 받은 일 없단 말야?」

 「없어.」

 「정말 없어?」

 「없어. 회사도 정상으로 돌아가고 집안 살림도 잘 사는 건 아니지만 아무 일 없다구.」

 「그럼 자넨 모르는 일이군! 」

 「뭐? 나는 모르는 일?」

 「부인에 관한 문제다 이거야.」

 「뭐? 부인? 내 마누라?」

 「그래. 자네 모르게 부인 혼자 심한 고통을 받고 계시다 이거야.」

 「심한 고통을? 」

 「응. 내 마누라 앞에서 빚을 내야겠다고 그러시더래.」

 「뭐라구? 아니 그럼 마누라가 나 모르게 계라도 들었다가 깨지기라도? 잘했다! 만약 내 말 안 듣고 계 따위 들었다면 잘된 일이라구!」

 「친구 비약하긴! 그러지 말고 이제라도 자세히 물어보는 거야.」

 「응. 내 앞에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겠지만 속으론 끙끙 앓겠지? 」

 「그럼! 그러니 빚이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 알아 가지고 가장인 자네가 책임지고 빚을 내서라도 해결해야지 무슨 소리야?」

 「자신 없는데...」

 「뭐야?」

 「딴 일은 몰라 빚 내는 일만은 내 자신이 없다구...」

 「빚 줄 사람이 하나도 없단 말이지? 」

 「말조심해! 이 친구야! 우리 회사 상조회에서도 얼마든지 빌려 준다구!」

 「근데 뭐가?」

 「내 신문을 보니까 빚 내는 데는 세 가지 조건이라는 게 있다는 거야.」

 「세 가지 조건? 」

 「사람이 빚을 지는 데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구비되지 않으면 빚을 갚을 길이 없으니 처음부터 빚질 생각을 하지 말라 이거야.」

 「어떤 조건인데?」

 「첫째, 빚을 갚겠다는 착실하고 의지력이 강한 성격.」

 「응.」

 「둘째, 가족이 건강하고 생활안정을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셋째는?」

 「알뜰하게 생활해서 비상금을 조금씩이나마 저축할 수 있는 자력이 있느냐!」

 「그런 조건이라면 무슨 문젠가? 부인이나 옥희 건강하겠다 또 얼마나 알뜰하고 착실하신가?」

 「그야 그렇지만 요는 내가 문제야!」

 「뭐? 자네가?」

 「난 암만해도 의지 박약이거든, 도저히 빚을 갚아 낼 자신이 없다니까! 」

 「아니 그럼! 살림하기에도 벅차신데 자넨 나 몰라라 하고 부인이 빚에 시달리시는 걸 수수방관할 작정이야? 」

 「그래선 안 되겠지? 이 기회에 내 캘릭터 내 성격을 과감하게 바꿔야 하겠지? 」

 「말이라고 해? 」

 「좋아! 결심했다.」

 

 이래서 아차씨, 부인을 불러놓고 자못 심각하게 묻는다.

 

 「여보! 그 동안에 얼마나 고통이 심했소?」

 「어머머.」

 「미안해, 당신이 혼자 고통을 받고 있는데 내가 무심해서...」

 「여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아직도 당신은 혼자 감당하려고 그러는 모양인데 숨겨도 소용 없어요. 나 다 알고 있다구!」

 「여보!」

 「당신 재치부인한테 그랬다며? 암만해도 빚을 내야겠다고? 」

 「어머머!」

 「그러니 어서 말해 보라구, 내가 책임지고 빚을 내서 갚아 줄 테니까! 」

 「정말예요?」

 「그럼! 10만 원 아니 20만 원? 그 이상이라도 할 수 없지. 」

 「정말 책임지고 갚아 줄 거예요? 」

 「그렇다니까! 그러니 어서 말해 봐요! 얼마지? 」

 「2만 원!」

 「뭐이? 」

 「2만 원 요. 」

 「20만 원이 아니고 단 2만 원?」

 「네. 당신 호주머니 돈이면 갚고도 남을 걸요!」

 「나 이거야!」

 

 월급날이 가까웠는데 가용돈이 똑 떨어졌더란다. 그래 재치부인 붙들고 빚이라도 내야곘다고 신세한탄 비슷하게 한 것이 확대해석이 된 것이었다.

 덕분에 아차씨 몰래 감춰 두었던 비상금을 지출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큰 빚지지 않은 것만 다행이었다.  

 

 

                             TBC <아차부인.재치부인> 테입에서 채록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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