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빙판의 노파」

 

 눈을 떠 보니 눈, 눈이 꽤 쌓여 있었다.
 재치씨와 바우는 새벽부터 나가서 골목의 눈을 치우고 있었다.   

 

 「야, 땀 나는데! 헤헤.」
 「음, 진짜 땀 나는구나. 바우야, 운동되어 좋지? 」
 「네 아빠. 매일 눈이 왔음 좋겠어요.」
 「듣기 싫어 인석아!」
 「헤헤헤 」

 

 안으로 들어오니 재치부인,

 

 「다 쓰셨어요? 」
 「응, 말끔히 쓸었지!」
 「한갓지게 쓸어 모으시지 그랬어요? 」
 「아차네 쓰레기통 옆에다 슬쩍 밀어 붙여 뒀지 뭐... 」
 「뭐라구요?」
 「헤헤, 그럴 리가 있어요, 엄마? 」
 「흥! 옥희 아빠께서 가만히 계시기나 할 것 같니?」
 「하하하.」
 
 이때 옆집 아차씨 역시 눈을 치우고 들어와서는 이런 얘기를 꺼내 놓았다.

 

 「근데 저 아래, 김씨넨가 누구넨가 그 집 못 쓰겠더군. 」

 「왜요?」

 「왜긴, 모두 나와서 눈들을 치는데, 그 집만은 그림자도 안 비치는 거야. 」

 「아무도 없었던 모양이죠.」

 「없는 게 다 뭐야? 그 집 식구가 몇인데!」

 「무슨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죠. 」

 「그러잖아도 무슨 사정이 있나 보다 해서, 재치하고 나하고 함께 쓸어 줍시다 하고 제안을 했더니 이럴 수가 있어? 」

 「어쨌다는 거유?」

 「그 집 양 옆집허구, 앞집 사람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거야. 」

 「반대를 해요?」

 「응, 안됩니다! 놔 두십쇼! 그 집 치워 줘선 안됩니다! 이러는 거야. 」

 「어머나.」

 「그래 내가, 한 이웃간에 그럴 필요 뭐 있습니까?  나온 김에 치워 줍시다, 하니까는...  」

 「뭐래요?」

 「하루 이틀인 줄 아십니까? 번번이 우리가 번갈아 저 집 앞까지 쓸어 주곤 하는데요,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이 입을 싹 씻는 겁니다. 이러질 않아? 」

 「어머나 어머나!」

 「보다 못해 하루는 앞집에서 그랬다는 거야. 여보십쇼. 자기 집 앞은 자기네가 쓰는 게 도리 아니겠습니까?」

 「그랬더니요?」

 「그랬더니 글쎄, 여보슈! 남이 사! 이거 왜 이래요! 무슨 참견이슈? 아러더라는 거야. 」

 「아유, 그건 너무했다!」

 

그 김씨넨가 하는 이가 골목 안에서 문제는 문제였다. 골목 안에 서로 인사 않고 지내는 집은 그 집 뿐이었다. 남자는 밖에 나돌아다니니까 바로 옆집에 살면서도 인사 한번 제대로 못하는 게 도시인의 생리라 하겠지만, 여자들이야  서로 터놓고 지내는 게 보통이건만, 그 집 여자만은 이웃간에 인사하고 지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집을 꾸리고 사는 것도 그랬다.  골목 안에서 담장에 철조망를  치고 그것도 모자라 유리를 박은 것도 그 집뿐이고 대문에 요란스런 방범장치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맹견주의>란 요란스런 간판을 붙인것도 그 집뿐이었다. 진짜 맹견이 있으면 몰라, 삽살개 한 마리도 없으면서 말이다.

 바로 그 집 앞에서 묘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며칠 뒤의 일이었다.
 날씨가 차서 눈은 좀처럼 녹지 않았다. 그러니 눈을 말끔히 치운 집 앞은 상관없었지만, 문제의 김씨 집 앞은 눈을 그대로 방치했으니 차가 지나가고,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미끄럼을 한번씩 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거울 같은 빙판 길이 되고 말았다.
 이런 양을 보다 못한 바우 할아버지는 혼자 혀를 차는 것이었다.

 

 「쯧쯧, 무던들 하군! 주인이나 이웃이나...」

 

 그 길로  바우 할아버지는 연탄재 한 덩이를 들고 나섰다. 빙판 길에 깔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찌 뜻했으랴, 할아버지께서 막 빙판 가까이 다가갔을 때 !
 꽈당!

 

 「아이구 아이구....」

 

 이럴 수가 있는가?
 비대한 노 할머니가 빙판 위에 그만 발딱! 빙판 위에 나자빠지지 않는가!
 바우 할아버지가 재빨리 노 할머니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아이구 아이구!」

 「정신 채리십쇼. 어디 심하게 다치지 않으셨습니까? 」

 「아이구, 엇찔해요! 」

 「그럼 혹시 뇌진탕?」

 「아이구 아이구 함부로 다루지 마세요. 아이구 엉치야... 」

 「이거 예삿일이 아니군요. 안 되겠어요. 가만, 제가 업어서라도 병원으로 가셔야겠습니다. 」

 「아, 아니에요. 병원은요. 」

 「그래도 다치셨음 병원에 가셔야죠. 자, 제 등에 업히십쇼. 」

 「아유 글쎄 병원에 가더라도 왜 낯선 분 등에 업혀 가지고 가요? 내 사위놈, 내 딸년이 있는데! 」

 「그야 게시겠죠만, 멀리 게실 거 아니겠어요?」         

 「멀리 있건 뭐가 멀리 있어요? 바로 코앞에 있는데요. 」
 「뭐라구요? 코앞에요?」
 「바로 이, 이 집이 내 사위네 집이란 말예요!」
 「네에?」

 

 할머니는 분명히 문제의 김씨네 집을 향해 소리치는 것이었다.

 

 「얘, 얘, 에미야! 언년아! 어여 나와라! 에미야! 언년아!  

    왜 대답이 없어 - 」

 

 사람 다쳤는데 깨소금 맛이라고 할 수도 없고, 바우 할아버지는 뒤미처 나온 그 집 여주인에게 노파를 인계하고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음엔 아마, 쓸지 말래도 쓸겠지....」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