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분홍 장미의 추억]


                                                                                
朴 西 林

 
 「어머 그러고 보니 오늘이 바로...」


 지난 날의 가계부를 정리하던 재치부인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고개를 들어 뜰에 피어 있는 분홍장미를 바라본다. 장미는 화려한 분홍색으로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그새 3년 전인가!」

 

 그녀 가슴에 절절히 와 닿는 남편의 극진한 정을 새삼 느낀다.
 
 3년 전, 재치부인은 중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처음엔 동창끼리 친목으로 모인 계모임에 가서 점심을 먹은 것이 체했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며칠을 약방에서 적당히 약을 사다 먹으며 견뎠지만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갔다. 밤새 잠을 못 자고 고통을 겪어야 했다.
 친숙한 의사를 찾아가니 뜻밖에도 의사는 파라티브스라는 진단을 내리는 것이었다.
 입원하여 한 2주일은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입원해 있는 동안 남편은 꼬박 그녀의 곁에서 잠을 잤다. 개인의원이라 시설이 불충분한 데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차씨랑 고사리씨랑 문병을 온 기회에 나가 잠깐 대포라도 한잔하라 해도 굳이 사양했다.


 「미안해. 아픈 사람 옆에서 술 냄새 풍기는 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

 

 아내가 괜찮다고 피로도 풀 겸 나갔다 오라 해도 굳이 싫다고 했다.

 

 「모아 두었다가 당신 건강 회복되면 한꺼번에 마실 거야.」


하며 어린애처럼 웃었다.
 아차부인이 자주 찾아와서 시중을 들어주는 데도 그는 회사 일이 끝나면 곧장 아내 곁으로 돌아왔다.
 보람 있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이젠 체력을 회복할 단계에 이르렀어도 그는 끝내 정성을 보였다.


 「여보, 이 음악 들어 봐. 카세트에 수록된 거지만 당신 한텐 참 좋을 것 같아!」

 

 심심해 할까봐 음악을 들려주며 잠 안 오는 밤을 곁에 앉아 있어 주었다.  의사의 지시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아내가 먹고 싶다는 음식은 어떻게든 사다 주었다.
 지성을 바친 보람이 있어 퇴원하게 되는 날, 남편은 어디선가 작고 앙증스런 장미 묘목한 그루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여보, 분홍장미야. 핑크피이스. 피이스는 원래 노오란 장민데 핑크피이스는 핑크빛으로  화려하게 핀다는 거야. 이걸 갖다 뜰에 심읍시다. 그리고 정성껏 키우는 거야. 」
 
 퇴원한 아내를 양광이 눈부신 마루 끝에 앉혀 놓고, 그는 핑크피이스 묘목을 지성으로 심었다. 정원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택해 깊이 구덩이를 파고 물을 담뿍 부었다. 묘목을 그 안에 넣고 정성껏 흙을 넣었다. 흙을 넣으며 그는 산 사람에게 말하듯 뇌었다.
 

「너, 잘 자라야 해. 좋은 꽃 피우구 ....」

 

 그러는 모습을 보고 아내는 말을 잃었다. 눈물을 참을 길이 없었다.
 남편은 아내의 가냘픈 손을 꼭 쥐며 속삭였다.

 

 「어서 건강을 회복하도록 해요. 곧 회복 할 수 있을 거야. 당신, 이 창백한 볼따구니가 핑크피이스처럼 볼그레하니 되살아날 날이 곧 올 거야! 장미도 피고, 당신도 피고, 그리고 내 마음도 피고, 얼마나 신나는 일이야?」


 바로 그 핑크피이스가 지금 아이들 손목 만큼이나 큰 굵기로 자라고 있다. 그리고 요엄하게 피어나고 있다.....
 재치부인은 다짐했다.
 오늘 밤은 나도 요염한 장미가 되리라.
  
 뜰을 황량하게 비워 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살림에는 희로애락이 얼마나 많은가!  그때 마다 기념삼아 꽃나무를 심어 보면 어떨까?
 꽃나무도 자라고 추억도 더불어 아름답게 꽃필 것이 아닌가?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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