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봄이 오는 소리」

 

 

 남쪽 문이 열렸다.
 오너라 나의 봄아 오너라!
 너는 내 가슴 설레는 대로 설레는구나.

 나의 봄아 오너라.
 나뭇잎새들의 속삭임 속으로.,

 들어오너라.
 젊디젊은 꽃의 신도(信徒)속으로.
 피리 속으로.
 
 들어오너라.
 봄의 나른한 탄식 속으로.
 네가 털어놓은 두루마기로.
 사납게 사납게 쳐 다오!
 오너라 나의 봄아 오너라.
 
                R.타고르 <오너라 나의 봄아>

 

 마침 경칩(驚蟄)날이다.
 아무리 춘면불각효(春眠不覺曉), 봄날 아침은 눈뜨기 어렵다고 하지만, 봄 기운에 취하기라도 한 듯, 아차씨와 재치씨,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를 들고 골목으로 나왔다.
 재치씨 한동안 말없이 비질을 하다가 문득, 손을 멈춘다.

 

 「가만!」
 「아니 왜 그래?」

 

 손을 귀에 갖다 대었다.


 「들리지 않나?」
 「들리다니 뭐가 들려?」
 「조용히 귀 좀 기울여 봐.」

 

 아차씨는 귀를 기울여 보지만 별로 들리는 것이 없다.

 

 「안 들려?」
 「안 들리는데? 가물가물 차 지나가는 소리 밖엔..... 」
 「내 귀엔 들리는데.」
 「무슨 소리가?」
 「두런두런 가까워 오는 소리, 그리구 투덜투덜 멀어져 가는 소리!」
 「뭐? 두런두런 가까워지는 소리, 투덜투덜 멀어져 가는 소리? 」
 「두런두런 봄이 오는 소리, 그리구 투덜투덜 동장군이 물러나는 소리!」

 

 그러자 이번엔 아차씨가 무대배우를 흉내내는 몸짓으로 소리쳤다.

 

 「앗! 들린다!」

 「들리긴 무슨 소리가 들려! 」

 「안 들리나? 자네 귀엔? 」

 「뭐가 들려, 들리긴!」

 「별수없군 ,자네 같은 저급한 귀는...」

 「어째?」

 「아, 들린다. 평화스런 새 소리가 들린다. 졸졸졸 냇물 소리! 그리고 들린다, 땅이 벌어지는 소리....」

 「뭐 어째? 땅이 벌어지는 소리?」

 「그리구 들린다! 꼬르륵, 개구리가 기지개를 켜는 소리!」

 「뭐야? 개구리가 기지개를 켜는 소리?」

 「쉬, 조용! 또 들린다. 또 한 마리의 개구리가 기지개를 켜는 소리, 꼬르륵!」

 「흥! 이번엔 암캐구린가? 」

 「쉬! 들린다! 암수 개구리, 젊고 맑은 목소리가.」


 정말 갖 깨어난 두 마리의 개구리는 속삭이고 있었다.

 

 <아, 드디어 봄이군.>

 <그래요, 봄이에요.>

 <그나저나 땅 속에서 살아 남기 참 다행이지?>

 <뉘 아녜요? 어쩜 사람들은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우리들까지도 못살게 군다 죠?>

 <인간들은 참 야속한 존재가 되고 말았지!>

 <어쩌다 동면 중인 개구리를 잡아먹으면 몸 보신이 된다는 소문은 떠돌아 가지고 우리 개구리 식구들을 괴롭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에요.>

 <그것도 돈 많다는 자가용 족들이 마구 몰려와서 그런 짓을 한다잖나?>

 <자가용 족들은 그렇게도 할 일들이 없는 것일까요?>

 <자가용 족도 자가용 족 나름이겠지!>

 <사이비 자가용 족, 졸부(猝富),벼락부자들이나 그런 짓을 할 거예요.>

 <맞았어요. 도의도 염치도 없이 부동산 투기 따위로 번 돈을 주체 못하는 부류들이, 취미고 교양이고 없으니까 겨우 생각 해낸 것이 몸 보신한답시고 애매한 개구리를 잡아먹거나 하는 거겠지.>

 <상종 못할 족속들이에요.>

 <망종이지 망종!>

 

 아차씨, 다시 귀에 손을 갖다 대고 호들갑이었다.

 

 「앗! 또 들린다. 또 들려! 」
 「또 들려?」
 「응. 귀를 기울여 봐! 분명히 들린다구 분명히! 」

 

 개구리들은 탄식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땅 위에 나간다 해도 걱정은 걱정이야!>

 <그건 또 왜요? >

 <요즘 들어 농약을 어찌나 남용하는지 견딜 수가 있어야지. >

 <허고 보니 그렇죠? 우린 파리를 잡아먹고 해충을 잡아먹고, 인간들을 위해 해라고는 끼친 적이 없는
데, 농약 피해를 입      어야 하다니 원망스럽지 않아요? >

 <우리 개구리 뿐인가? 농약을 뿌리는 안간들 마저 공핸지 뭔지 때문에 큰 고통을 입고 있다는데...>

 <아, 그러니 우리가 설 땅은 어디냐구요.>

 <설 땅이 아니라 앉을 땅이겠지.>
 

 「부끄럽지 않은가? 개구리한테 부끄럽지 않느냐구? 우리들이!」

 

그러자 이번엔 재치씨가 소리쳤다.

 

 「앗! 가만!」

 「아니 왜 그래?」

 「자네 못 들었나?」

 「듣긴 뭘 들어? 」

 「못 들었군. 무슨 귀가 그래! 」

 「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

 「방금 자네 딸 옥희가 자넬 불렀어!」

 「뭐, 뭐라구?」

 

이때, 집 안에서 옥희가 소리를 높였다.

 

 「아빠, 아직 멀었어요? 어서 세수하시고 조반 잡수셔야죠! 」

 「앗, 난 또....」
 

이날 낮, 아차씨와 재치씨는 진짜진짜 실감나는 봄이 오는 소리를 들었다.

 

 「여보, 당신이야? 나야, 월급 올랐어!  이번 달부터 월급이 파격적으로 오른다지 않아! 」

 

 전화 속의 목소리가 아내의 귀에 봄의 소리 왈츠처럼 경쾌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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