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복날에 개가 된 이야기」

 

 

 그 해 복날은 일요일이었다. 아차부인, 남편을 부른다.  


 「여보.」
 「왜.」
 「오늘이 무슨 날인지 당신 아세요?」
 「아니 이 사람이  사람을 뭘로 보고 이러지? 」
 「대 보시구랴, 오늘이 무슨 날인지?」
 「무슨 날은 무슨 날이야. 일요일이지.」
 「이그, 누가 일요일인줄 모른대우? 」
 「오, 알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개 패는 날일세 그래! 」
 「뭐, 어째요? 개 패는 날요? 」
 「응. 개 패는 날, 」
 「거 한번 희한한 소리하는구려. 난데없이 개 패는 날이라니? 」


 그러자 옆에 있던 옥희가 나선다.


 「에이, 건 엄마가 약간 국어 상식이 모자라시는 거다. 」

 「뭐? 내가 국어 상식이 모자란다구? 」

 「복날 개 패듯 한다는 소담 있잖아요? 따라서 개 패는 날은 공 복날이다, 이런 뜻인데...」

 

 아차씨 괜히 으쓱해서 핀잔 조다.

 

 「배워! 배워서 남 주나?」

 

 그러자 아차부인,

 

 「이그 일부러 어쩌나 보려고 모른 척했더니 아주 무식한 사람 취급 하시는구려.」

 「흥! 슬그머니 둘러치긴....」

 「뭐예요?」

 「들러친 게 아니고 뭐야!」

 

 아차부인, 은근히 부아가 나서 주먹을 쥐고 남편에게 때릴 듯 덤벼든다.

 

 「어째요. 어째요, 어째요?」

 

 아차씨가 질겁을 해서 피하며,

 

 「어,어, 왜 이래! 오늘은 개 패는 날이지 남편 패는 날이 아니라구! 이거 왜 이래? 」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나 저나 여보. 오늘이 초복인데 그냥 지나갈 수 있겠어요? 」
 「엄마,엄마, 참외 사 먹어요, 참외! 복날엔 참외 먹게 되어 있잖아요? 」


 아차씨는 한술 더 뜬다.

 

 「얘, 참외 가지고는 더위 식히는데 부족해. 여보, 어때? 민어 곰국 응? 민어 곰국 기막히다구. 민어 매운탕이거나...」

 「이이가 정신있으세요? 민어 값이 얼마나 비싼데 그러세요? 」

 「서민은 엄두도 못낼 복날 음식이다 이거야? 」

 「그럼요! 정 복날 음식을 먹고 싶음, 고사리씨랑 나가서 보신탕이나 한 그릇 사 자시구려. 」

 

 그러자 아차씨 펄쩍 뛴다.

 

 「이크, 여보! 끔찍한 소리 마! 보신탕이라니 여보!」
 「으응? 당신 왜 그래요? 곧잘 보신탕 드시면서? 」
 「아냐! 안 먹을  거야. 앞으론 절대 보신탕집 근처에도 안 갈 거야! 」

 

 이것은 큰 변화에 속했다. 어느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먹던 아차씨가 더구나 특별히 불교신자도 아닌 아차씨가 왜 갑자기 보신탕 소리를 듣고 펄쩍 뛰는 것일까? 아차부인이 긍금해서 그 이유를 물자 아차씨....

 

 「사실은 내 어제 잠깐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지 뭐야. 」

 「꿈을요? 아니 무슨 꿈을요? 」

 「꿈 속에서 내가 그만 .멍멍멍! 」

 「뭐예요? 멍멍멍요?」

 「왈! 왈 왈!」

 「아니 여보, 왜 갑자기 개 짖는 소린 흉내내고 그러우? 」

 「글쎄, 나도 모르게 내 목구멍에서 이런 소리가 터져 나오더라 그런 얘기야.」

 「아니 그럼 당신이 개가? 」

 「개가 된 거야, 꿈 속에서!」

 「아이참 별 일이야!」

 「뿐인 줄 알아?」

 「아니 그럼?」

 「개가 된 나는....」

 
 개가 된 아차씨는 다름아닌 자기 집 대문간에 매어져 있었다. 마음은 아직도 사람 마음, 곧 아차씨의 마음인데 밖에서 인기척만 나면 자기도 모르게 멍멍, 왈왈 소리가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그 뿐인가? 때마침 아차부인이 그의 앞에 나타났는데 마음속으로는,

 

 「여보, 나야 나!」

 

하고 싶었는데 말은 안 나오고 꼬리가 저절로 흔들리지를 않는가! 개가 된 아차씨는 꼬리를 흔들며 아내에게 멍멍거렸다. 그쯤으로 끝났으면 모를 일이다. 좀 있더니 험상궂은 사나이가 아내를 찾아왔다. 그리고 아내와 이 사나이 사이에서 흥정이 시작된 것이다. 바로 개가 된 아차씨를 두고....

 

 「뭐라구요? 겨우 만 원 요? 」
 「네, 만 원이면 많이 드리는 겁니다요!」
 「에이 이러지 마세요. 지금 한창 복중인데 겨우 만 원이에요? 」
 「개 꼴 좀 보십쇼. 앙상하니 무게가 하나도 안 나갈 것 같은 걸요!」
 「아이 그러지 마시구, 몇천 원 더 주세요.」
 「글쎄, 이만하면 넉넉히 드린 겁니다요 아주머니!」
 「아이 깍쟁이셔 아저씬!」

 

 이러는 양을 보고 있자니, 개가 된 아차씨,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아, 황금에 눈이 빨개진 아내의 저 모습! 아차씨는 드디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보, 이게 무슨 짓이야! 나야 나! 나 몰라봐? 나! 여보. 당신 남편이라니까! 여보! 세상에 아내가 남편을 개 장수한테 팔아먹는 법이 어디 있어! 난 끌려가면 보신탕이 된단 말야! 여보! 나리니까! 나...」

 

 그러나  그 소리는 허무하게도 멍멍, 낑낑 소리로만 들릴 뿐 아내는 마침내 개 장수한테 돈 만 원을 받고 개가 된 아차씨를 그에게 넘겨주고야 말았다.


 「어휴! 어휴! 기가 차고 복통할 노릇이네!」

 

 그러나 별 수없이 끌려가는데 마침 길에서 고사리씨를 만나게 되었다. 개가 된 아차씨는 이것이 최후의 기회다 싶어서 필사적으로 고사리씨를 향해 소리쳤다.

 

 「여보게, 여보게 고사리! 날쎄 나, 자네 과장이야 과장. 나야 나, 내가 그만 팔린 몸이 되어 이렇게 끌려가고 있질 않겠나?  부디 제발 날 좀 살려 주게! 응? 고사리! 」

 

 그러나 아차씨가 애원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왈, 왈왈왈. 낑, 낑낑낑!」


소리만 허공에 메아리치지 않는가?
그러자 고사리씨, 뭔가 느끼는 게 있었는지 개가 된 아차씨 앞으로 다가와서 유심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아차씨는 다시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쎄 나야! 알아보겠나? 나야 나!. 」

 

 그러나 고사리씨는 그 소리를 알아듣기는커녕, 한 마디 뇌까리는 것이었다.

 

 「여, 거 먹음직스럽게 생겼는데, 구미가 당기는 걸...」
  

 -아, 저 고사리의 탐욕스럽고 능글맞은 몰골!
 얘기를 다 들은 아차부인, 기가 찰 노릇이었다.

 

 「아유, 세상에, 당신 진짜 그런 꿈을 꾸었다는 얘기예요? 」

 「진짜 꾸었잖구 여보! 야 어찌나 당신하구 고사리가 원망스럽던지 말야. 」

 「당신 혹시 꿈이 깬 지금까지도 저 허구 고사리씨 원망하고 있는 거 아녜요?」

 「솔직이 말해서 지금도 꺼림칙해! 당신이 매정하고 무서워 보인대두. 고사리가 나보고 먹음직스럽다 하던 소리가 지금도 귀에 울리는 것 같고 말야! 」

 「아이 여보, 그야 말로 명실공히 개꿈인데 잊구려. 응? 여보! 」

 

 아차씨는 물론, 그 꿈을 개꿈으로 돌리고 아내와 고사리씨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후부터 그는 개고기는 일절 입에 안 대는 식성으로 바뀌고 말았다.

 

                                  박서림 방송 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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