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반대로 꾸민 이야기」
 

 

 

 바우 할아버지, 무슨 뜻한 바(?)가 있었는지 모처럼 친구 분들과 극장 구경들을 다녀오셨다.

 모두 어떤 구경을 하셨는지 궁금해서 여쭤 본다.

 재치부인,

 

 「아버님, 무슨 구경을 하셨어요? 」

 「응. 모처럼 국산영화를 보았다.」

 「국산영화를 보셨군요. 재미있었어요? 」

 「글쎄...구경은 구경이니까 재미있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

 「별로 마음에 안 드셨던 모양이군요?」

 「마음에 안 들었다기보다, 원 얘기를 왜들 그런 식으로 꾸몄는지 몰라. 」

 「아니 어떤 식으로...」

 「우리 가뜩이나 살림에 시달리고 우울한 일이 많은 요즘인데, 왜 영화까지 그런 우울한 결말을 짓누?

    오락 삼아 보는 영화에서나마 가슴이 후련하고 뭔가 희망을 줄 수 있는 얘기를 하면 좋으련만....」

 

 재치씨가 나섰다.

 

 「아주 퇴폐적인 내용이었던 모양이군요? 」

 「꼭 퇴폐적인 내용이라기보다, 나한텐 어쩐지 그 결말이 꺼림칙해서 말야.」

 「어떤 내용이었는데요?」

 「어느 여자가 처음에는 순진하고 순결했는데 차차 사회 물이 들고, 남자들을 겪어 나가는 과정에서 타락해 들어가고, 마침내는 헤어날 길이 없어, 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내용이더라니까.」

 「아, 네...」

 「그 과정을 보는데 어찌나 가슴이 무겁고 개운치가 않던지 말야....」

 「......」

 「같은 여자의 운명이라도 처음에는 처참하다가도 차차 처지가 좋아져서 나중엔 착한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됐다, 이럼, 보는 사람도 여북 마음이 흐뭇해? 」

 「그러니까 웃다가 우는 것이 아니라 울다가 웃는....」

 「그렇지!」

 

 이때 바우가 불쑥 나섰다.

 

 「아,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아니 어떻게?」

 「그 영화 필름을 까꾸로 돌림 되잖아요?」

 「뭐어?」

 「그럼 점점 불쌍해지는 얘기도 반대로 점점 행복해지는 얘기가 될 거 아녜요! 」

 

 그러나 옆에 있던 옥희,

 

 「맹추야! 영화 필름을 거꾸로 돌림, 말도 거꾸로 나오고 발걸음도 뒷걸음친다는 걸 몰라?」

 「참!」

 

 그러자 재치씨가 알밤을 주며,

 

 「요런! 겨우 생각한다는 게!」

 「아야!」

 

 한바탕 웃는데 아차씨가 나섰다.

 

 「가만, 가만!」

 「자넨 왜 나서는 거야?」

 「바우 얘기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웃을 일이 아니라구요! 」

 「뭐야?」

 「영화 필름은 까꾸로 돌려도 소용이 없지만, 소설 같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

 「소설 같으면?」

 「그렇지. 한 여자가 차차 타락을 해서 마지막에 자살을 한다! 그러나 자살하기 직전부터 얘기는 시작되는 거야! 」

 「뭐야?」

 「자살하기 전에 이건 안되겠다 하고는 재기를 결심하는 거야! 」

 「그래서? 」

 「그래 가지구설랑은.....」

 

 해 놓고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재치가 보충한다.

 

 「자기가 겪은 남자들을 반대로 겪어 나간다? 」

 「그렇지. 바로 그거야!」

 「해서 마지막엔 최초로 자기의 처녀를 뺏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

 「그렇지, 그렇지!」

 「어허! 그렇지, 그렇지는 뭐가 그렇지 그렇지 야! 순결이라는 게 무슨 문패처럼 떼었다 붙였다 하는 건 줄 알아? 」

 「그렇지 참!」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차부인이 나섰다.

 

 「아, 가만 요!」

 「아니, 당신은 왜 나서?」

 「이렇게 하면 어떻겠어요?」

 「어떻게?」

 「그 영화는 그대로 돌리는 거예요.」

 「뭐? 그냥 돌려?」  

 「돌리되, 딱 한 장면만 삽입하는 거예요, 마지막에!」

 「한 장면을 삽입하다니? 」

 「자살을 했다!」

 「응. 자살을 했어!」

 「그러나 눈이 번쩍 떠졌다! 」

 「여보 죽었는데 눈을 떠? 」

 「이그, 끝까지 좀 듣구려.」

 「좋아, 죽은 사람이 눈을 떴어! 그래서?」

 「눈을 떠 보니 그것은 꿈이었다!」

 「뭐? 꿈?」

 「눈을 떠보니 최초의 남자와 조용한 여관 방에 있었다. 있었는데 위기일발의 고비에서 깜빡 졸다가 꿈을 꾼 것이었다! 」

 「뭐 어째?」

 「고로 안되겠구나. 이 남자의 유혹에 빠지면 이런 운명이 나를 기다릴 것이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여보 미쳤어? 그 중요한 고비에서 졸고 자빠졌게? 」

 「뭐라구요? 」

 「위기일발! 남자의 끈질긴 유혹에 넘어갈 것이냐 , 말 것이냐, 이런 고비에서 그래 꾸벅꾸벅 졸아? 거기에다 꿈까지 꾸어? 」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러나 위기일발에서 조는 게 어색한대로 그 편이 오히려 애교있는 작품이었는지 모른다. 의지박약으로 타락한 나머지 종말에 가서는 화류계 여인으로 전락하고, 마침내 자살하는 퇴폐적인 일생을 미화시키는 데 열을 올리는 것보다는...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74/10월 방송(364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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