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로보트 가정부」

 

 

 아침 밥상머리에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던 재치씨, 느닷없이 바우를 부른다.


 「얘 바우야.」

 「네 아빠.」

 「너 앞으로 대학 들어가서 어느 과를 택하겠니? 」

 「저요?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니 뭐야?」

 「국가 대표선수, 멋있잖아요! 」

 「인석아, 너 전번엔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

 「그 치만, 축구 했다 야구 했다 할 수 없잖아요. 」

 「알았다 알았어. 한참 야구 붐이 일 적엔 야구선수가 되고 싶고, 축구 대회 같은 게 있음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 이거지?」

 「히히히.」

 「바우야.」

 「네?」

 「덮어놓고 운동선수다 국가대표선수다 하지 말고 이런 것은 어떻겠니? 」

 「어떤 거요?」

 「과학자가 되는 거.」

 「아, 과학자요? 그러잖아도 저 과학자가 될 거예요! 」

 「아니 뭐어? 너, 남이 하는 거 다 할 작정이구나! 」

 「아녜요. 저 진짜 운동선수 못되면 요, 과학자가 될 거예요. 벌써부터 그런 생각 하고 있었는 걸요.」

 「너 과학자도 여러 방면이 있다.」

 「네 알아요. 여러 방면이 있구 말구요.」

 「그래서, 넌 어떤 방면의 과학을 하겠다는 거냐?」

 「로보트를 만들 거예요!」

 「뭐? 로봇?」

 「앞으론 요, 우리 나라에도 로보트가 모든 일을 해 줄 때가 올 거거든요. 그 때 제가 그 로보트를 만들 거라구요.」

 「허허 녀석. 그래서 어떤 로보트를 만들 작정이냐?  」

 「여러 가지 로보트를 다 만들고 싶은데요, 그 중에서도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로보트를 다 만들고 싶어요! 」

 「욕심도 많다! 그러니까 숙제도 척척 도와주고, 사전도 착착 찾아 주고 연필도 척척 깎아주고?」

 「히히 네.」

 「에끼 녀석 같으니라구! 아예 시험도 대신 쳐 주는 로보트도 만들어 보지  그러냐? 」

 「에이, 밥을 대신 먹어 준다고 내 배가 부른가요 뭐? 」

 「뭐라구?」

 「로보트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조종하구요, 어디까지나 사람의 심부름꾼이지 사람은 아니란 말예요. 안 그래요?」

 「허허, 녀석, 제법 아는데 그래? 로보트에 대해서....」

 「그럼요. 참 엄마, 제가 앞으로 크면 로보트 가정부를 만들어 드릴 테니까 그 때까지만 참아 주세요!」

 「뭐? 로보트 가정부? 」

 「네. 로보트 가정부 한 대만 있으면요, 부엌에서 밥도 지어주고, 설거지도 해 주고, 빨래도 해 주고 다해 줄 거거든요. 엄만 그저 책이나 읽으시고 텔레비전만 보고 계심 될 거라구요.」

 「어어, 녀석, 하하하!」

 

 재치부부는 은근히 흐뭇하고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이 날 낮, 재치부인이 아차부인을 찾아가 보니, 아차부인은 허리를 쥐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유, 아유...」

 「아니,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

 「대단한 건 아니구요, 아유 허리야...」

 「어머나, 허리를 다치셨나 보다. 뭐 무거운 걸 들으신 모양이죠? 」

 「아이, 아녜요. 그냥 설거지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 좀 주물렀더니 허리가 어째 뻑적지근하네요. 」

 「네.. 」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 이런 일도 모두 귀찮아지지 뭐예요? 」

 「잔 일이란 귀찮게 마련이죠.」

 「아유, 이런 따분한 일을 앞으로 십 년 아니 십 년이 뭐예요? 이십 년 삼십 년, 허리가 꼬부라질 때까지 해야 한다 생각하니 아유 정말 끔찍스럽네요!」

 「아이참 옥희 엄마두... 왜 십 년 이십 년씩이나 해요? 십 년, 이십 년이면 옥희도 다 자라고 옥희 아빠 처지도 좋아질 텐데? 」

 「아유, 바우네야 바우가 장가 들면 며느님이 밥 지어줄 거구요, 바우 아빠께선 유능하시니까 큰집에 이사 가시고, 가정부도 두고 그러실 테지만 요, 우리야 옥희 시집 보내면 달랑 두 식구 뿐이구요, 그인 주변머리 없어서  생전 가정부 둘 수 있겠어요?」

 「아이 옥희 엄마두, 호호호.」

 「아유, 바우 엄만 그래도 웃으시네. 전 늙어서까지 이 노릇을 할 생각을 하면 절로 신세한탄이 나오는데!」

 「호호, 옥희 엄마 안심하세요. 혹시 알아요? 앞으로 십 년, 이십 년 후에는 우리 나라도 고도로 발달해서 로보트 가정부를 두게 될지 요.」

 「네에? 로보트 가정부요? 」

 「네, 아 요즘이야 과학발달이 얼마나 눈부셔요? 그러니 우리 주방에도 앞으로 부엌 심부름을 해 주는 로보트를 둘 수도 있을 거라구요.」

 「아, 그럼 우리 아차씨 처지 좋아지는 걸 바라느니, 우리 나라가 선진국이 돼서 부엌에 로보트 두는 꿈을 꾸는 게 더 빠르겠네요. 」

 「아이참 옥희 엄마두 호호호.」
 

 딴은 재미있는 꿈이었다. 만약 주방에 로보트 한대만 있으면 만사는 해결이 아닌가?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기 싫어도 억지로 일어나야 하지만, 로보트가 있으면 그럴 필요 어디 있나?

 

 「얘, 로보트야 , 시간 됐다. 어서 밥 지어야지? 뭐야? 반찬은 무슨 반찬을 하느냐구? 아유 얘 좀 봐.월요일에 금주 식단 다 가르쳐 주지 않았니? 」

 

 이래서 지어온 밥을 남편하고 마주 앉아 먹어주기만 하면, 상 들어다 내놓을 걱정을 할 필요가 있나, 설거지할 필요가 있나!

 

 「얘, 예쁜아!(로보트를 로보트라 할 것이 아니라 이 정도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이다) 설거지 끝났으면 청소좀 해야지. 그 동안 나 잠깐 바우네 집에 다녀올게! 」

 

 그 뿐인가!

 

 「얘, 예쁜아! 나 동창회 좀 다녀올 테니까 집 좀 잘 봐라!」

 

 나들이도 문제 없을 거고, 방범(防犯)까지 척척 해준다니 집을 비어

두어도 하나 걱정이 될 게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면....

 

 「얘. 예쁜아. 오늘 저녁에도 아저씨 약주 잡수시고 늦으실 모양이다. 아저씨 잡술 건 네가 정확한 계산으로 따로 떼어 놓고 어여 우리 먹을 것 좀 먼저 차려 온. 나 시장하다 야. 」

 

 진짜, 로보트 한 대만 있으면 팔자 늘어진 것만 같았다.

 

 「오래 살아야지! 악착같이 오래 살아서 로보트 가정부 두고 실컷 호강 좀 해 봐야겠다구요! 」
 

 그런데 그 날 오후의 일이었다. 어쩐 일로 아차부인, 사색이 되어

 재치부인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아니, 옥희 엄마,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유, 진땀이야! 아유, 기가 막혀 정말...」

 「왜 그러세요? 옥희 엄마!」

 「바우 엄마께서 괜히 로보트 얘기를 해서 그만 흉몽을 꿨지 뭐예요! 」

 「네에? 흉몽을요?」

 「방금, 스르르 졸음이 오길래 잠깐 눈을 붙였더니 요,」

 

 꿈 속에서 아차씨 집에 진짜 로보트가 한대 나타났다. 로보트는 요즘

만화에 흔히 나오는 그런 쇳덩이 로보트가 아니라, 쇠붙이로 만들었으되

교묘히 디자인을 해서 진짜 예쁜이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로보트였다. 그러니까 예쁜 처녀아이였던 것이다.

 바로 그 예쁜이가 어찌나 영리하고 상냥한지 아차부인은 시키지도

않는데 모든 것을 척척 해내는 것이었다. 부엌 일은 물론이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그 뿐인가?  책도 읽어 주고 안마도 해주고 가계부도

적어주고 장도 봐오고 동회에도 갔다 오고, 심지어는 귀찮은 외판원도

쫓아 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그러나 신이 난 것도 잠시 뿐, 밤이 되자

문제는 일어나고 말았다.

 그 날 밤도 아차씨는 술이 거나해가지고 집에 돌아오는데 아차부인은

미처 나설 기회도 없었다.

 

 「아이, 아저씨세요? 」

 

 어느새 아차씨가 돌아온 것을 감지했는지 (고도의 전자 감응장치

 때문이었다) 뽀르르 나가서 대문을 열어 준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는

 아차씨를 잽싸게 부축하질 않는가?

 

 「아니 저 기집애가 근데....」

 

 얄미워서 기집애란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그러나 아랑곳없이

예쁜이는 아양을 떤다.

 

 「아이 아저씨! 이제 돌아오세요? 아이, 아저씨 약주 취하셨군요? 아이, 너무 잡수심 몸에 해로워요! 아저씨....」

 

 그리고서는 안방까지 부축해 들어간다. 술에 취한 아차씨가 옷도 안

벗고 누워 버리자 예쁜이는 한술 더 뜨는 것이 아닌가?

 

 「아이 아저씨! 그냥 주무심 어떡해요? 옷 벗고 주무세요. 제가 벗겨 드릴게요. 」

 

 하고는 서슴없이 옷을 갈아입히곤 번쩍 들어서 침대에다 눕혔다.

그리고는,

 

 「아이, 호호, 꼭 어린애에 같아. 아이 귀여워!」

 

 하며 살짝 뽀뽀까지 하곤 몇 번 자장자장 토닥거려 주질 않는가!

그러니 아차부인, 열 불이 안 날 수있나? 어쩔 줄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이 때였다. 아차씨가 결정적인 한마디를 내뱉는 것이었다.

 

 「허허, 예쁜아, 네가 최고다. 네가 최고야 하하하. 여보. 당신 필요 없겠어. 친정으로 가지. 당장 친정으로!」

 

 듣고 있던 재치부인은 요절복통할 노릇이었다.

 

 「아유 아유 호호호호.」

 「웃으시네!」

 「아이 재미있는 꿈을 꾸셨네요. 」

 「네? 재미있어요? 아이참, 기가 막혀! 흥! 이이 돌아옴 내 단단히 따질 거라구요!」

 「따지다뇨? 죄없는 옥희 아빠한테 뭘 따지세요?」

 「아이,아이 기가 막혀서 정말!」

 「호호호!」

 

 로보트, 좋겠지! 그러나 성(性) 구별이 있는 로보트는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 재치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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