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논을 사려면 두렁을 본다」

 

 

                                                            박서림 작 정유일 연출

 

 

 바우 할아버지가  동네 노인들을 동원해 놀이터 청소를 말끔히 했다는

 말에 미안해서 재치씨,

 

  재            그런 일은 우리한테 시키시지 않고 왜 손수 하세요?

 할아          아 그런 일이니까 우리가 하는 게 아니냐? 젊은 사람들이야 직장 나가 일하기도 바쁜데 공원이나 놀이터에 관심을 못 두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허지만 노인들이야 일거리가 없어서 쩔쩔매는 판에 공원이나 놀이터의 천소 쯤 하면 얼마나 좋아.

 재             그래도 우리 쪽의 입장에서야 송구스럽죠.

 재부          네 그래요, 우리 인식구들도 있잖아요 아버님.

 할아          아 안식구들은 안식구대로 자잘한 일이 없냐? 그런 일은 노인들에게 맡길 만도 해요. 내 오래간만에 서울 올라와 느낀 게 많다마는 그 중에서 특히 눈에 거슬리는 일이 있었어요.

 재             눈에 거슬리는 일이라뇨?

 할아          바깥 노인이고 안 노인이 간에 가릴 것이 없어. 어린 손주들을 데리구 공원이나 놀이터에 나와 앉아 있는 노인들을 보는데 그 노인들은 어쩌면 그렇게 무감각이냐. 어린애들 노는데

                 유리조각이 있거나 휴지가 굴거나 본척 만척이야. 돌부리가 빠져 나와 애기가 다칠 것 같은데 두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야. 그뿐이냐? 담배 뻑뻑 피우고는 꽁초를 아무 데나 버려. 또 있다. 어느 할머니는 글쎄 자기 손주가 꽃 가지를 꺾는데 그냥 내버려 두고 있구나. 그래 가지구서야 어떻게 자상한 노인, 인정있는 노인, 존경받을 노인이라 하겠냐? 어른이 휴지를 본척 만척, 유리조각을 본척 만척 심지어 담배꽁초를 버리구 꽃 꺾는 것을 그냥 놔두고 앉았으니 그 손주들이 무엇을 배울 거야.

 재             모두 그러시겠습니까.

 할아          아 모두는 아니겠지만 우리 동네 노인들 그러더구나. 그러면서 한가한 낮에는 할 일이 없어가지구 화투 짝을 만지는 노인이 다 있다니 어른들이 그 꼴이니 동네 분위기가 뭐가 되겠니.

 재부          하도 심심하시니까 그러시겠죠.

 할아          심심하다니. 찾으면 할 일은 많다. 그래 내 복덕방 영감이랑 몇몇을 불러내서 놀이터와 공원 관리는 우리가 하기로 작정을 했다.

 재             할 소리는 아닙니다만 딴 분들은 몰라도 복덕방 영감님은 ..

 할아          매우 이기적이구 복덕방 일 외에는 보이는 게 없는 사람이지.

 재             (웃으며) 그런데 어떻게 청소를 함께 하셨습니까?

 할아          내가 설득을 했다. 뭐라고 설득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냐?

 재             궁금한데요.

 할아          자네 요즘 우리 동네 집 거래 전세방 거래 없다고 투덜대지 말게. 자넨 불경기만 탓하고 있겠지마는 난 그렇게 보질 않아. 논을 사려면은 두렁을 보라고 했네. 두렁이 명확하게 그어져 있는가 이웃 논과의 관계는 원만한가. 물고는 제대로 틀 수 있게 되었는가, 그런 점을 자세히 살피라는 뜻이 아닌가. 도회지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애. 집을 사려거든 이웃을 봐야 해. 그렇다고 이웃을 일일이 찾아가서 살필 수가 있나. 대신 놀이터나 공원을 보면 돼요.

                 공원이나 놀이터 지저분한 동네 이웃 좋기를 바라기는 힘들고 공원이나 놀이터 비롯 시설은 낡았어도 유리조각 휴지하나 없고 깨끗하면 곧 이웃이 화목하고 부지런하다는 뜻이 아니겠나? 자네 가옥 전세 실적 올리려거든 빗자루부터 가지고 나와!

 재 재부      (웃는다)

 할아          그랬더니 당장 빗자루를 들고 나서더라니까.

 재 재부      네 (웃는다)

 할아          아무튼 두구 봐라 앞으로 우리 동네 노인들 소극적이고 무력한 꼴 안 보일 테니까.

 재             하하 우리도 정신이 바짝 드는데요.

 할아          뭐야?

 재             정말예요 .아버지.

 할아          허허 이럴 수가 있나.'

 모두          (웃는다)

 (M)            -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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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아차부인.재치부인> 테입에서 채록 (요약) (8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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