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남편에게 바치는 노래」

 

                                                                         朴 西 林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거칠어진 손 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

 

 한 남성 출연자가 목 줄을 세우고 열심히 불렀다.

 

 「땡!」

 

 안타깝게도 차임 벨은 한 번만 <땡!>하고 울리고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고 출연자는 <내가 왜 불합격이야?> 하는 분노(?)의 표정을 짓고 퇴장하고 있었다.


 「KBS 노래자랑....」

 

 한가롭게 TV를 보고 있던 아차부인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금석지감이 있네요. 한 때 저 노래가 세상을 풍미한 적이 있는데... 」
 

그러니까 그게 벌써 언제 일인가? 

옆집 바우네 집에 들렀더니 이런 얘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

 

 「하하, 미국도 별수 없군, 미국도 별수 없어! 」

 「미국도 별수 없다 뇨?」

 「명색이 여인천국이라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다 벌어지고 있다니 한심하다, 한심해! 」   

 

얘긴즉슨 다름이 아니었다.   

미국에는 그 때 지하 스포츠라는 게 남성들 간에 유행되고 있었는데 그 지하 스포츠라는 게 다름 아닌 아내를 두들겨 패는 짓을 뜻하는 것이라나! 그 숫자가 무시 못할 수자여서 할 수 없이, 뜻있는 이들이 두들겨 맞는 아내들을 위해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모름지기 한국의 아내들이여! 점잖고 마음씨 부드럽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한국 남성을 남편으로 둔 것을 감사하고 또 감사할지어다! 」

 「핏, 그것도 상대적인 얘기가 아니겠수?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다구, 남편이 부드러운 건 그 만큼 아내 편에서 착하구 성의껏 섬기니까 그러는 거라구요! 」

 

아차부인도 얘기에 끼어 들었다.

 

 「네 그건 그래요. 오죽하면 이런 노래가 다 있겠어요? 」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거칠어진 손 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여민 옷깃에 뜨거운 정성
   고이고이 다져 온 나날들
   내가 아니면 누가 살피랴
   나 하나만 믿어 온 당신을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호호, 네, 이 가사에 나타난 한국 아내의 그 상냥하고 애틋한 모습을 상상해 보시구려 당신!」

 「아내 쪽이 이렇게 상냥하고 애틋한 사랑을 바치니 남편인들 이런 노래를 안 부를 수 있느냐 구요!」

 「피차 사랑을 받으려면 내가 먼저 사랑을 바칠 일이라 구요. 」

 「것도 형식적인 사랑은 아무 짝에도 소용 없죠! 흥 미국 사람들은 말끝 마다 다아링 다아링, 출근할 때도 키스, 퇴근할 때도 키스, 호들갑을 떠는 데요, 그따위 형식에만 흐르니까 내막적으로는 몽둥이 찜질이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

 「뉘 아녜요 호호호!」

 
 바로 이 순간, 아차부인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만, 그런 나는 뭐지? 그런 나는 과연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의 주인공만큼 상냥하고 남편을 위해 애틋한 사랑을 바쳤을까? 」

 

손을 내려다 보고 옷깃을 매만져 보며 자성해 마지 않았다.

 

 「어디 보자...이 젖은 손이 진짜 애처로울까? 과연 이 여민 옷깃에 정성이 깃 들어 있을까? 」

 

곰곰이 반성해 보니 은근히 부끄러운 생각이 앞섰다.

 

 「아냐, 아냐! 애처롭지도 않고 애틋하지도 못해! 우악스럽고 무뚝뚝한 여편네였어 난.....이러구서 내가 어찌 남편의 사랑을 쓰다 달다 말할 자격이 있단 말야? 」

 

 생각이 이에 이르자 아차부인은 그 동안 남편에게 매정하게 굴던 갖가지 일들이 떠 올랐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하는 남편을 조금은 상냥한 말로 깨울 수도 있으련만 우악스럽게 이불을 제쳐 버리던 일,
 휴일 같은 때 정성껏 별식이라도 장만해 주련만, 귀찮다고 라면으로 때우던 일,
 속이 상해  본의 아니게 마신 술이 과음이 되어 주정을 좀 하던 것을 무조건 톡톡 쏘아 부치던 일.
 걸핏하면 아무개는 돈 많이 벌었다더라, 남편친구들 얘기를 끄집어내서 속을 썩히고 기를 죽이던 일,
 심지어 한 달 내내 고생고생 벌어 온 월급봉투를 앞에 놓고, 흥! 이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어떻게 살아 나간담, 이그, 지겨워! 하고 남편으로 하여금 비참한 마음을 아니 가질 수없게 만들던 일 등등....


 「가만! 그래, 그런 나를 위해서 그래도 애틋한 사랑을 바치고 우리 그이를 위해서, 우리 아차씨를 위해서......  」
 

 아차부인은 어떻게 무슨 정신으로 돌아왔는지 모른다. 그 길로 옥희 방으로 뛰어들었다. 백지와 볼펜을 얻어 와선 자기 방에 틀어박혀 머리를 싸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차부인은 마침내 한 편의 가사(歌詞)를 작성해 내었다.

 


 
『남편에게 바치는 노래』 (곡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와 동일함)

 

   구레나룻 애처로워 살며시
   만져 본 순간
   볼이 패인 그 얼굴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다문 입술에
   뜨거운 정성
   처자 위해
   갸륵한 나날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단신만을  
    따르겠어요

 

    처진 어깨 애처로워 살며시
    불러 본 순간
    돌아 보는 그 얼굴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타는 눈길에
    뜨거운 정성
    처자 위해 다져 온
    수많은 나날들

 

    내가 아니면 누가 살피랴
    처자 위해 일한 당신을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따르겠어요

 

 가사를 읽은 아차씨는 한 편 우습기도 하고 한편 코허리가 찡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반드시 이런 가사가 아니라도 좋아! 아내에게 마치는 노래가 있다면 남편에게 바치는 노래도 있을 법 한데 말야!」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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