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기분이 반찬]


                                                                                
朴 西 林

 1965년 3월 ‘아차재치’ 초창기에 나간 것을 꽁트화했다.

 남편들이 출근하고 나 뒤, 아차부인 시무룩하니 기분이 영 좋아 보이지 않는다.
눈치를 챈 재치부인,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차 부인?」

 「말도 마세요, 간 밤에 지가 잔뜩 취해 가지고 돌아온 생각은 안하구선..」

 「반찬 투정을 하신 거군요.」

 「반찬 투정 뿐이면 말도 안한다구요.」

 「아니 그럼?」

 「들어 보시겠어요?」

 

 아차씨 수저를 들어 밥 한 술 입에 넣더니 돌 씹은 사람처럼 찌푸리더니 잔소리더란다.
 

 「이게 뭐야 이게, 응? 이걸 밥이라고 해 놨어? 응? 젠장  데지 않음
 질구, 질지 않음 태우구, 태우지 않았다 하면 삼층밥이구.」

 「 ! 」
 

이번에는 국물을 한 술 떠마셔 보더니 트집이더란다.

 

 「으이 써! 으이 써! 이게 뭐야 이게 응? 짜지 않음 맹물이구,싱겁지
  않음 맵구, 맵지 않음 비려 터지구!」
 「 ! 」

 

 이번엔 반찬을 가리키면서도 추궁이더란다.

 

「이건 또 뭐야 이건,  볼품 좋게 놀 수는 없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
  도 좋다는 말 못  들었어?」

 

 그리고는 모욕적인 한마디.

 

 「도대체 당신은 무솜씨란 말야, 무솜씨!」
 「.......」


 여기까지는 참았단다. 그런데,

 

 「옆 집 재치부인 좀 보란 말야. 재치부인!」

 「!」

 「밤 한술을 해 놓더라도 기름이 잘잘 흐르게, 꼬들꼬들하게, 아주 가지  런하게 해 놓는단 말야. 밥 뿐인 줄 알아?  국 한가지를 끓이더라도 아주 간이 자알 맞게, 아주 개우운하게, 아주 구수우하게  끓여 놓는단 말야.  반찬은 또 어떻구....」    
 

듣고 있던 재치부인이 오히려 민망해서 말을 막았다.
 

 「아이 참 옥희 아빠두 너무하셨다. 아차부인 솜씨가 얼마나 좋은 데 그런   트집이실까? 」

 「말이야 바른 말루 재치부인 솜씨야...」

 「아니죠. 딴 건 몰라두 음식 솜씨만은 제가 늘 아차부인한테 배우고 있는  처지 아녜요? 옥희 아빠께서 당신 입맛 없는 생각은 안하시구 괜히 트집을 집으시는 거라구요.」

 「그렇죠? 재치부인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네! 사실이 그런 걸요.」

 「아유 그러니 이 웬수를 어떻게 갚죠?」

 「아이 그렇다고 웬수라뇨?」

 「웬수죠. 웬수 따로 있는 줄 아세요?  재치부인 무슨 수 없을까요? 보기 좋게 설욕할?」
 

이러는 데는 재치부인도 같은 아내의 처지에서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성미가 아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어요?」

 「아니 어떻게요? 」

 「귀 좀...」

 「귀 여기 있어요.」  

 

 재치부인의 조언을 들은 아차부인 회심이 미소를 짓고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안방에는 이미 아침에 아차씨가 트집만 잡다가 뜨는등 마는둥 먹고간 그 밥상이 그대로 놓여 있다. 물론 밥과 국을 다시 떠서 그릇을 채우기는 했다. 상 보 곱게 덮어 놓기도 했고...하지만 더 보탠 것은 하나도 없다. 아차씨가 돌아오면 아침에 먹던 국을 도로 뎁혀 올려놓을 참이다.


 「흥, 어디 두고 보라지!」  

 

 아차씨가 돌아왔다. 아차부인 한껏 상냥한 태도로 남편을 맞이한다.

 

 「아유 여보, 시장하죠? 어서 옷갈아 입고 세수하세요. 진수성찬 장만해 놓았으니까요.」

 「뭐 진수성찬?」

 「네 당신 아침에 밥맛 없다고 먹는둥 마는 둥 나가지 않았우? 그래 옆집 재치부인 도움 좀 받았다구요.」

 「뭐 재치부인 도움을?」

 「네, 밥 한그릇 하구 국 한릇하구  반찬까지 먹어보라고 갖다 주지 않겠우?」

 「그랬어? 그거 정말야?」

 「네.」

 「야.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데...」

 

아차씨 반색을 가더니 옷 갈아입고 세수도 하는둥 마는둥 발도 대충 씻고 밥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수저와 젓가락을 번갈아 들면서 호들갑을 떤다.
 

「야,  이 밥맛! 음, 기막히군! 야, 이 국맛! 음, 구수하다. 야 이 감칠 맛!
   야,이 개우운한 김치 맛! 야, 역시 재치부인은 최고란 말야!...」

 

 하는데,

 

 「이봐욧!」
 「엇?」

 

아차부인 씩씩대며 소리지른다.

 

 「흥 뭐라구요? 밥맛이 어떻구 국맛이 어떻다구요? 뭐라구요? 재치부인이  최고라구요?  똑똑히 들어요! 이건 재치부인 솜씨가 아니라 바로 내 솜씨란 말예요.」

 「뭐,뭐?」

 「흥! 간사스런 인간 같으니라구」

 

말을 마치자 아차부인, 번쩍 상을 들고 나가 버린다.

 

 「앗 여보 여보!」

 

후에 아차부인과 재치 부인,

 

 「호호 흔히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기분이 반찬이 아니고 뭐겠어요?」
 「네, 기분이 반찬이네요, 호호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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