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급살(急煞)은 외박으로  막아라!」

 

 

 지금이야 관록이 붙을 대로 붙은 콧대사장이요, 콧대부인이지만 옛날엔  이런 일도 있었다,
 그러니까 막 사업체를 마련하여 사장이라는 직함이 겨우 붙었을 무렵이다    
 하루는 콧대사장이 헐레벌떡 재치씨와 아차씨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호소를 한다.


 「아이구 근데 아차싸와 재치씨. 세상에 이런 마누라는 어떻게 다스려야 좋겠습니까? 」

 「아니 사모님 말씀인가요? 」

 「네.」

 「사모님께서 뭘 어쩌셨길래요?」

 「홀린 겁니다. 홀린 거예요.」

 「홀리다 뇨? 요즘 세상에 도깨비가 있을 리도 만무할 텐데요?」

 「미신요, 미신...」

 「아, 미신요.」

 「점쟁이 있잖습니까, 점쟁이. 그 점쟁이 한테 홀리고야 만 겁니다.」

 「아니 그래서요? 어떻게 홀리셨다는 것입니까? 」

 「하나에서 열까지 사사건건 물어보는 겁니다. 사사건건 요. 」

 「하나에서 열까지 사사건건이라 뇨? 」

 「그 동안에 있었던 일을 소상히 말씀드릴 테니까 한 번 들어 보세요.」

 

좌우자간 무슨 일이 있다 하면 콧대부인은 단골 점쟁이를 뻔질나게 찾아다니는데 단골 점쟁이가 이렇게 하라 하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 하면 저렇게 했다. 모든 판단을 일체 점쟁이에게 맡기고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같으면 저도 이해하겠습니다.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든가, 무슨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 생겼을 적에 산란한 마음을 달래 보려고 기분 삼아 한 번 점을 쳐 본다, 그 정도라면 조금은 이해가 가요. 허나.....」


 콧대부인은 그게 아니었다. 이것은 차라리 광(狂)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여보, 아셨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요, 당신이 동 쪽에 있는 회사와는 거래하지 말랍디다 ! 겉으로는 도와주는 척 하지만은 내막적으로는 손해를 끼친다지 뭐유?」

 

 그런가 하면,

 

 「아유 여보, 당신 오늘 절대 조심해야 하우. 고무제품을 조심하랍디다. 고무제품, 아시겠어요? 고무제품이 뭐겠수? 바로 자동차 타이어가 아니겠냐구요. 교통 사고가 날 염려가 있으니, 자 여기 부적 있어요.
이 부적 좀 호주머니에 넣고 가세요.」

 

 이것은 약과였다.

 

 「아유 여보 ,당신 정신 있수? 없수! 어쩌자고 파란 넥타이는 매고 나가세요. 안 돼요! 푸른 색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셨단 말예요, 선생님께서.....그러니 자 빨간 넥타이 어서 매고 나가세요. 아, 어서 갈아 매라니까요! 」


  또 있었다.
  하루는 정원에 변화를 주어 볼까 해서 정원 석을 낑낑대며 옮기려는데 쫓아 나와서 호들갑을 떨었다


 「아 가만가만! 당신 이게 무슨 짓이유? 꼼짝 말고 앉아 게세요. 선생님 한테 물어보고 올께요. 정원의 돌맹이 하나 옮겨 놓는데도 다 시(時)가 있고 방위(方位)가 있다는 것을 모르세요! 공연히 동티 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얘기를 듣고 있던 아차씨와 재치씨는 좀 보태서 벌어진 입이 한 동안  닫히지를 않았다.    

 

 「악랄한데요.」

 「어쩌다 그렇게 되셨나요?」

 「그 비용도 수월찮을 텐데요.」

 「비용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쯤되면 고질이 아닙니까? 아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입니다. 제가... 」


 콧대씨, 아차씨에게  호소를 한다.

 

 「그러니,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요? 」

 

 그러나 아차씨,

 

 「글쎄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것 때문에 이혼을 제기할 수도 없구요...」

 「친구야! 무슨 소릴 그렇게 해! 」

 

 콧대씨 이번에는 이렇게 아차씨를 나무라는 재치씨에게 사정이다.

 

 「무슨 수 없을까요? 」

 

 그러자 재치씨에게 반짝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이런 방법 어떻겠습니까?」
 「아니 어떤 방법요?」
 「열은 열로, 눈은 눈으로!」
 「네에? 열은 열로 눈은 눈으로요? 」
 「그렇죠.」
 「아니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

 

 재치씨는 콧대사장의 귀에 입을 대고 소군거리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는고 하니 요....」

 

 그 날 밤이었다.
 난데없이 전화가 와서 콧대부인이 받아 보니 바로 콧대사장이었다. 콧대 사장은 자못 심각한 어조였다.

 

 「당신이오? 나요. 」

 「아니 여보. 웬 전화유? 들어오지 않구? 」

 「그런 일이 생겼소.!」

 「그럴 일이라뇨? 회사에 무슨 급한 일이라도...... 」

 「회사 일이 문제가 아니오!」

 「뭐라 구요?」

 「나 오늘 외박 좀 해야겠소!」

 「뭐, 뭐라구요?  외,외박을 요?」

 「응, 것도 어느 아가씨와!」

 「뭐, 뭐라구요? 여보, 방금 뭐랬어요?」

 「어느 아가씨와 하루 밤 자고 들어가야겠어요! 」

 「뭐,뭐, 뭐예요? 」

 「어쩔 수 없소! 이것도 모두 당신을 위하는 일이니까! 」

 「뭐예요? 나를 위해서 요? 」

 「그래요!」

 「여봇! 딴 여자 끼고 외박하는 것이 여편네 위하는 길이에요? 」

 「그렇다니까!」

 「아니, 이이가 갑자기 어떻게  되기라도 했나? 」

 「어허! 여보 말 조심해요! 」

 「뭐라구요?」

 「나도 아가씨 끼고 외박하고 싶은 생각 눈꼽 만치도 없지만 은 눈물을 머금고 외박할 참이오! 」

 「뭐라구요? 눈물을 머금고 외박 요? 」

 「그래요! 내가 유명한 역술가 선생을 찾아가지 않았겠소? 」

 「어마나 어마나!」

 「그랬더니 선생님 말씀이, 이크 큰일날 뻔했군요! 잘 찾아오셨습니다. 하루만 비꼈더라면 당신 홀아비 될 뻔했소! 」

 「아니 뭐요?」

 「마저 들어요!」

 「?」

 「하루만 비꼈더라면 당신 홀아비가 될 뻔했소, 이러지를 않겠소?」

 「........」   

  「그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홀아비가 된다는 건 바로 내 마누라가 죽는다는 얘기가 아닙니까?했더니!」

 「했더니 요? 」

 「선생님 말씀이 그래요. 당신 부인이 오늘밤 급살맞을 운이야! 이러지를 않겠소? 」

 「에그머니나!」

 「그래 내 선생님께 여쭤 봤지, 아니 그럼 제 마누라가 급살을 면할 수 있는 무슨 방편은 없겠습니까 ,그랬더니...」

 「그랬더니 요?」

 「그랬더니 선생님 말씀이 오직 한 가지 방편이 있는데 ....」

 「한가지 방편이 있는데요?」

 「그것은 당신이 집에 들어가지 말고 외박을 하되, 아주 젊고 예쁜 아가씨와 동침을.... 」

 

이쯤 되었으니 콧대부인의 반응이 어떠했겠는가? 요즘 청소년들 말마따나 방방 뜨다 못해 기절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재치부인은 재치씨의 당부대로 콧대부인의 반응을 일일이 감시하고 있었고 콧대 사장
은 물론 아가씨와 동침은커녕 동네 가까운 곳에서 공중전화로 이런 공갈(?)을 쳤던 것이다.
 그 다음의 결과는 상상에 맡긴다. 너무 점 따위에 열중하는 부인이 있거든 이 비슷한 수법을 써 보시도록.....

 

                                     <박서림 방송꽁트집 아차부인.재치부인>         
           

                             (끝)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