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부인   재치부인  

 

 

 

          「가난은 아름다운 것」

 

 

                                                          박서림 작  정유일 연출

 

 

             나오는 사람들


<해설>

             아차
  아차부인

             재치

             재치부인
  바우

 


 (M)            주제가


해설           -

 

 (M)            OUT

 (E)            성당의 종이 울리고 있다.

 

해설     이른 아침입니다.

아부     어머. 여보.

아        (차분하게) 응?

아부     어쩐 일이우? 벌써 눈을 뜨셨게?

아        응? 응....

아부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걸 깜빡 잊고 눈을 뜬 게 아녜요?

아        (헛기침)

아부     (미소) 그러지 말고 더 주무세요. 나도 천천히 일어나서 밥 지을 테니까.

아        그래요, 천천히 하라구요. 일요일이니까 서둘건 없지 뭐.

아부     (의아해서) 아니 여보. 그러고 보니 당신?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거 알고 눈을 일찍 떴다는 거예요?

아        응.

아부     아니 왜요.

 

(E)            종소리 OUT

 

아        이제 그쳤군.

아부     그치다뇨? 여보?

아        (한숨) 방금까지도 성당의 종이 울렸었거든.

아부     어머나. 그러고 보니 당신 그 성당의 종소리가 시끄러워서 깨셨구려?

아        시끄러워서가 아냐.

아부     시끄러워서가 아녜요?

아        시끄러운 게 다 뭐야. 은은하고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던걸...

아부     (웃음지으며) 어머나, 당신 어쩐 일이우? 매우 서정적이시구려?

아        당신은 그럼 성당의 종소리를 못 들었단 말야?

아부     글쎄? 들은 것도 같구 안 들은 것도 같구....

아        쯧쯧쯧.

아부     아이 관심을 안 두면 그런 거지 뭘 그래요? 신자도 아닌데....

아        그 치만 오늘 따라 귀에 쟁쟁하게 울리더라니까.

아부     왜요. 갑자기 하나님이라도 믿고 싶어졌다는 거예요?

아        그 얘기가 아니라, 며칠 전에 다녀간 텔레사 수녀님이 나를 감동시킨 것 같애.

아부     응, 난 또...

아        당신 기억하지? 텔레사 수녀님이 며칠 동안에 우리에게 심어 놓고 간 그 감동 같은 거...

아부     네 그야...역시 다릅디다 노벨 평화상을 타신 분이라 그런지..

아        여전히 무감동이시군.

아부     아녜요. 나도 감동을 받았어요. 맨발의 샌들 그리구 옷이 단 두 벌이라는데 말예요.

아        기껏 옷차림에나 관심을 두고....

아부     아녜요, 사진에서도 봤는데요. 주름진 얼굴, 온화한 웃음, 그리구 그 거칠면서도 인자한 손요. 나도 자세히 봤다구요.

아        그럼, 그분이 무슨 말을 했는지 당신 기억할 수 있어?

아부     뭐라구요?

아        기억 못하지? 소박하면서도 깊은 사랑이 담겨 있는 말들을 말야.

아부     (헛기침)

아        것 보라구. 기억 못할 줄 알았다구.

아부     에그 당신은 기억하세요? 일일이 다?

아        그럼 여보. 그분의 말씀은 복음과 같았는데 나의 귀엔...

아부     뭐라구요? 복음과 같았다구요?

아        그럼!

아부     에이그.. 아무리 그렇다고 복음과 같았다니요.

아        에헴, 가난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물질적 기아 뿐만 아니라 사랑의 굶주림도 굶주림입니다.
물질적 헐벗음 뿐만 아니라 인간존엄성의 헐벗음도 헐벗음입니다.

아부     아유...용 케도 기억하고 있구려 당신?

아        그럼 여보 내가 그 고마운 말씀을 잊을 수가 있겠느냐구.

아부     그렇게 고마워요?

아        여부 있어? 그 동안 내가 흔히 들어온 말은, 가난은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다, 다만 불편할 뿐이다. 이거였다구.

아부     네, 많이 들었어요. 가난을 부끄러워 마라! 다만 불편할 뿐이다.

아        그런데 텔레사 수녀님은 그런 인식을 타파해버린 거야. 가난한 것은 부끄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떳떳한 거다! 자랑스러운 거다! 아름다운 것이다! 이 얼마나 기막힌 얘기야!

아부     네, 알겠어요 당신 심정...

아        알겠다구? 내 심정?

아부     네. 아무리 생각해두요, 앞으로 돈 벌어서 가난을 면하기 힘든 몸, 뭔가 달랠 길은 없나 하고 벼르던 길이었는데 텔레사 수녀님께서 말씀을 하셨다. 가난은 부끄럽잖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니 진짜 복음처럼 들렸을 거예요. 당신한텐...

아        비단 나한테 뿐이었을까? 가난한 사람 모두, 실지 가난하지도 않으면서두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까지두 모두 이 소리를 듣고 용기를 얻었을 거라구. 사기가 올랐을거다 이거야! 그래 나는 아름답다! 돈 많은 사람이나 추하지, 나는 아름답다 이거야! 하고 말야!

아부     호호. 당신두 참 호호.

아        야, 그러고 보니 여보 당신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인다.

아부     어머머 이이가 호호호.

아        진짜야. 야, 가난한 나의 아내의 이 아름다움...

아부     이그 듣기 싫어요!

아        하하하하.

아부     호호호호.  

 

 (M)            -

 

해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재치씨네,

재,재부  (웃고)

재부     재밌죠? 옥희 아빠?

재        아 잠깐!

재부     아니 왜, 왜 그러세요?

재        야, 그러고 보니? 으응?

재부     아니, 왜 날 자세히 쳐다보고 이래요?

재        그러고 보니 당신, 스카프 살짝 쓴 그 모습이 텔레사 모드 같애?

재부     아니 테레사 모드는 또 뭐유?

재        텔레사 수녀님의 옷차림이 매우 인상적이었잖아?

재부     그랬죠.

재        그래, 우리끼리 그랬다구, 이랬다간 텔레사 모두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말야.

재부     아이 당신두 참...

재        텔레사 모드 따로 있겠어? 당신 화장기 없는 얼굴에 집에서 일하는 수수한 옷에다 맨발에 샌달까지 신었잖어?

재부     아이 관두지 못해요?

재        같은 유행이라두 그런 검소하고 뭔가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유행이면 여북 좋아?

재부     염려 마세요. 가난은 한발 더 나아가 아름다운 것이라 했으니 마음놓고 살림 쥐어짤 테니까요!

재        뭐라구?

재부     당신 가용 돈도 아셨죠? 당신도 아름다워지려며는요.

재        나 이거야!

재부     호호.

재        허허허.

해설     그런데 이때,

바우     아, 아저씨 오세요?

아        (맥없이) 오 그래. 아빠 게시냐?

바우     네 게세요.

재        아니 자네 웬 일야?

재부     어서 오세요.

아        네.(헛기침)

재        아니 근데 어째 떨떠름해 보이는데? 표정이....

아        나 이거야 원....

재부     어머,

재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

아        그럴 줄 알았음 신문을 감춰 두는 건데...

재        신문을 감춰 둬?

아        아 글쎄 이 사람이 며칠 전 텔레사 수녀님이 기자회견을 한 신문기사를 아주 자세히 읽더니 말야,

재부     네 어쩌셨다는 거예요?

아        아 글쎄 이러지를 않습니까?

아부     아이 여보.

아        아니 왜, 왜 그래?

아부     수녀님 진짜 진리의 말씀 하셨구려?

아        뭐이?  

아부     여기

 

 (E)            신문지 펼쳐 보이며,

 

아부     이 구절 요, 내가 읽어 볼 테니까 들어 보시라구요.

아        무슨 말씀인데 그래?

아부     에헴, (읽는다) 사람의 마음이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꼭 쥐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아        그러나?

아부     우린 서로 나누어 가져야 가난이 없어집니다.

아        으흠.

아부     그것이 바로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사랑은 곧 나를 버리는 아픔입니다.

아        사랑은 곧 나를 버리는 아픔이다.

아부     어때요. 좋은 말씀이죠?

아        좋은 데. 나를 버리는 아픔이다.

아부     그러니 여보, 어때요? 아직도 날 사랑하신다면요? 자요!

아        아니 왜 소,손은 내밀고 이래?

아부     호호 볼래 본 게 아니구요, 세탁소에 맡기려고 뒤져 보니까  비밀 돈이 있습디다. 5.00원!

아        아뿔싸!

아부     호호, 나를 버리는 아픔, 아셨죠 여보?

재.재부  (웃음을 터뜨린다)

아        나 이거야! 원!

재        어쩐지 미남으로 보이더라니 자네 모습이...

아        듣기 싫어 이 친구야!

재        가난한 건 아름다운 거야. 하하하,

아        어 이 친구가 근데

재.재부  (웃는 속에)

 

 (M)            FIN.

 

                                            KBS <아차부인.재치부인>

                                            테입에서 채록 (8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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